11월 30일 오전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 출정식 ⓒ고은이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이 파업 돌입 하루 만에 인력 감축·구조조정 시도를 막아 냈다. 내년 중에 부족 인력을 증원하겠다는 약속도 받아 냈다.

파업을 통해 윤석열과 오세훈이 한 발 물러서게 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11월 30일 늦은 밤, 위와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안은 노동자들의 찬반 투표를 거쳐 인준된다.

올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재정 적자 확대를 이유로 인력(정원의 약 10퍼센트인 1539명) 감축과 구조조정(2호선 2인 승무를 1인 승무로 전환, 일부 업무를 외주화하거나 자회사로 전환, 근무 형태 개악 등)을 추진했다.

지난해에도 오세훈은 1971명 감축안을 제시했다가 노동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물러선 바 있다. 당시 노조와 “재정 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고 공공기관의 부채가 방만하게 늘고 있다며 비난하자, 오세훈은 다시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들었다.

노동자들은 오세훈이 1년 만에 뒤통수를 친 것에 분통을 터트렸고, 다시금 투쟁 채비를 갖췄다.

파업 전날 사측은 파업을 막아 보려고 구조조정안을 올해만 “유보”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유보가 아니라 철회를 요구하며 예고대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전후로 윤석열과 오세훈은 신경질을 부리며 공세를 퍼부었다.

윤석열은 11월 29일 화물연대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지하철·철도도 파업에 들어가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오세훈도 “시민들의 출퇴근길과 발을 볼모로” 화물연대 파업에 연대하는 “정치적 파업”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이들의 비열한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서울지하철 노동자 6000명가량이 서울시청 앞 대로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 모여 기세를 보여 줬다.

당일 출근 시간 이후부터 파업 효과가 나타났다. 열차 배차 간격이 늘어났고, 퇴근 시간이 되자 열차 내 혼잡도는 더욱 높아졌다. 소방당국에는 인파 위험을 알리는 119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가 식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과 오세훈에게는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파업 하루 만에 서울시는 노동자들에게 양보해야 했다.

파업 효과

이번 합의문에는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지난해 합의 내용이 다시 포함됐다. 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올해 인력 감축을 추진했는데,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또한, 사측은 올해 5월에 약속하고 이행을 미뤘던 기관사 인력 증원을 내년 상반기 내에 완료하기로 했다. 사측은 올해 퇴직 인원조차 제대로 충원해 오지 않았다.

서울지하철 파업은, 윤석열과 오세훈이 내놓는 험악한 말들과는 달리 그들이 결코 강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줬다.

윤석열은 화물연대, 서울지하철, 철도 등 연이은 노동자 파업들을 강경 대처해, 정권의 위기를 만회하고 준비된 노동개악을 밀어붙일 동력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업무개시명령에도 굴하지 않고 파업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에 이어 철도 노동자들도 파업에 가세하려는 상황이 정부에게 큰 부담이 됐을 것이다.

서울지하철 파업은 노동자들이 정부의 위기 국면을 활용해 투쟁에 나선다면, 성과를 쟁취할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