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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정치적 억압 강화에 대중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윤석열은 화물연대 투쟁 초기부터 범정부적으로 전방위적 탄압에 나서며 사실상 계급 전쟁을 벌였다. 터무니없이 파업을 “국가 재난,” “북핵 위협”에 비유하며 국가(안보)의 적으로 선언했다. 1995년에 김영삼이 KT 노조를 “국가 전복 세력”으로 몰았던 것이 연상된다.

강제적 업무개시명령은 노무현 정부가 만들었지만 정치적 부담 때문에 노무현 정부를 포함해 이후 어느 정부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은 집권 7개월 만에 (그것도 일주일 새) 두 번이나 발동했다.

윤석열의 업무개시명령 대상 업종이 시멘트, 철강, 석유화학 분야인 것만 봐도, 윤석열의 ‘법치’ 운운이 대기업들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보호하는 조처임을 알 수 있다.

경찰은 곳곳의 화물연대 거점 농성장을 압수수색하고 조합원들을 연행했다. 화물연대 투쟁을 탄압·감시하려고 경기남부경찰청에서만 321명이나 되는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서 화물연대본부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건설노조가 화물연대 동조 파업에 나서겠다고 하자 정부는 건설노조 탄압에도 나섰다. 노조 때문에 건설 현장에 ‘불법 행위’가 난무한다며, 경찰청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하고 광역수사대와 강력범죄수사대를 동원하는 대형 팀을 꾸리고 200일간 단속 전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윤석열은 강력해서 공세를 펴는 게 아니라, 공격으로 위기 탈출에 성공해 강한 정부가 되려는 것이다 ⓒ출처 대통령실

기업인들과 친기업 언론들은 윤석열의 파업 강경 탄압 기조에 환호했다. 그들은 가능하다면 자신들에게 더 노골적으로 유리하게 통치하는 정부를 선호한다. 그 정부가 저항에 직면해 탄압 기구가 마비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들은 윤석열의 지지율 추락과 반(反)윤석열 정서의 성장에 곤혹스러워했고, 윤석열이 6월 화물연대와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에 강경 대응하지 않고 양보한 것을 줄곧 타박해 왔다.

친기업 언론들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의 지지율이 오차 범위 안에서 소폭 상승한 것을 침소봉대하며 화물연대 강경 대응이 성과를 거뒀다고 환호했다.

그들은 윤석열의 지지율 회복을 과장한다. 하지만 화물연대 강경 대응 이후 그들의 자신감이 오르고 있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법과 원칙”을 앞세운 윤석열의 강경 대응이 성공을 거두면 이는 실제로 보수·우파를 결집해 지지율 상승과 정치적 억압이 한층 더 강화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석열은 강력해서 공세를 펴는 게 아니라, 공격으로 필사적인 위기 탈출에 성공해 강한 정부가 되려는 것이다.

물론 여론에 지나치게 민감해서는 안 된다. 지금 같은 정치적 양극화 상황에서는 단호함과 힘을 보여 주는 쪽으로 여론이 쏠리기 쉽다. 이번 주 조사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정부의 파업 대응이 잘못됐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고, 화물연대 요구안 지지가 정부 안보다 갑절이다. 우리 편에 기회가 없지 않았다.

계급 전쟁, 범죄와의 전쟁

윤석열의 정치적 억압 강화는 경제 침체와 지정학적 불안정 심화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기업 이윤 보호와 기성 질서 수호, (마약을 빌미로 한) 서민층 통제를 위해 국가 권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윤석열이 이태원 참사 직후 범정부 대책 회의에서 “참사,” “희생자”뿐 아니라 “압사”라는 단어도 못 쓰게 한 것이 밝혀졌다.

검사들이 참사 사망자 부검 시 마약 검사를 병행하고, 유류품 마약 검사를 시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사에 대한 항의도 마약을 이유로 억압하려는 수작이다.

윤석열은 범정부적 억압 강화를 위해 여러 억압 기관들에서 내부 숙청을 지속해 왔다.

최근 국가정보원에서 100명의 고위 간부가 직위해제 됐는데, 순전히 문재인 정부에서 승진했다는 이유였다. 내부 숙청과 동시에 국정원은 고위직 인사 검증을 핑계로 민간인 사찰을 다시 가능하게 하려고 한다.

대통령 경호처가 대통령 경호 시 군경 지휘권을 가지려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를 했다고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 〈더탐사〉를 형사 고발했다. 말만 고발이지 한동훈이 검찰 지휘권자이므로 이는 맘에 안 드는 언론 보도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 수사 지시이다. 그리고 언론 일반에 대한 통제 강화인 것이다.


민주당의 뒤통수치기

8일 윤석열의 2차 업무개시명령 몇 시간 뒤 민주당은 안전운임제를 품목 확대 없이 3년만 연장하겠다는 정부안을 수용하겠다며, 그들이 빈번히 그랬듯이 배신적인 타협을 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그러자 윤석열은 파업을 중단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며 더 강하게 나왔다.

민주당은 “경제 안보” 논리와 기업인들의 단호한 태세에 주눅 들어 꼬리를 내린 것이다. 민주당도 기업인들의 지지를 두고 국민의힘과 경쟁하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최근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악에 합의했고, 긴축 예산에도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은 화물연대 투쟁의 압력을 정부와 국회로 전달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그 반대 구실을 한 셈이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항의도 정권 퇴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최근 가장 중요한 두 운동 모두에 민주당은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치 불안정이 더욱 커지는 것을 막는 데에 기성체제의 일부로서 민주당도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석열이 자신들의 대표를 겨눈 탄압을 가해 오는데도 그저 좌고우면하며 우물쭈물할 뿐이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를 저지할 힘은 집권을 향한 민주당과의 동행에서 나올 수 없다.

이런 정당이 윤석열 퇴진을 내건 급진적 운동의 배후에 있다는 주장은 상상력이나 피해의식의 소산일 뿐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정의당·진보당 등 노동계 지도부들은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를 통해서 윤석열의 개악 시도를 견제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임기 초 윤석열의 지지율 추락도 이들이 윤석열의 도발 가능성을 간과하게 한 요인인 듯하다.

그래서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반(反)윤석열 투쟁을 만만찮게 조직하지 않고, 대신 민주당과 공조해 “노란봉투법”(파업에 대한 손배소를 금지하려고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려는 입법안) 등 개혁입법 성취하기를 하반기 목표로 제시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범위 확대 요구도 민주당의 도움을 받기로 했었다.

개혁 입법 공조야 사안별로는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국정조사 합의, 안전운임제 항복 등 연이은 민주당의 뒤통수치기에 개혁주의자들 측의 어떤 비판도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의 독자적 행동은 형식적인 수준을 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수성과 소심함

윤석열이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뒤에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즉각적인 총파업 명령으로 맞불을 놓지도, 윤석열 퇴진으로 입장을 선회하지도 않았다.

특히, 철도노조 집행부는 배신적 합의를 하며 예정된 파업을 취소했다. 만일 철도 파업으로 시멘트 운송 업무개시명령이 무력화됐다면, 윤석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반격이 됐을 것이다.

경제 위기 국면에서 소심해진 노동조합 지도층은 자신들의 파업이 발휘할 경제적·정치적 파급력을 더 두려워했다.

헌정 질서를 존중하는 정의당은 윤석열의 업무개시명령을 “반헌법적 폭거”라고 비판하면서도 그런 비판에 상응할 헌법적 탄핵조차 입에 담지 않았다.

정의당 등 개혁주의 정당들도 노동자 대중 파업이나 정부 지도자 퇴진 같은 첨예한 정치 투쟁으로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고 정치 불안정이 더 커지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한다.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조직의 불안정화 때문이든 국가 탄압 때문이든 각종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구조들(조직·권리·득표의 성장, 다양한 사회적 대화 구조 등)의 안정성을 해칠 일은 피하고 싶어 한다.

국회 안에서의 입법 공조나 협상을 중시하는 노선도 이런 보수성과 소심함의 발로이다.

그러나 화물연대 투쟁의 쓰라린 경험은, 대담하게 노동계급이 가진 힘을 발휘하지 않으면, 기업인들의 성화를 등에 업고 탄압을 수단으로 계급 전쟁을 선포한 우파 정부에 제동을 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