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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미분양으로 심화되는 건설·금융 위기

최근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저조하게 나오자, 부동산·금융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조차 미분양이 날 공산이 커질 만큼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있다는 게 확인돼, 앞으로 건설사와 금융사들의 자금 경색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7200억 원이 넘는 둔촌주공 관련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증권은 이미 10월 28일 만기 직전에 겨우 차환(증권을 새로 발행해 이미 발행돼 있는 증권을 상환하는 것)된 바 있다. 이 증권은 내년 1월 중순에 또다시 만기가 돌아온다. 만약 차환에 실패하면 현대건설·롯데건설·대우건설·HDC 같은 건설사들이 대신 갚아야 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최근 둔촌주공 청약 경쟁률이 저조하게 나오면서 집값이 더욱 하락해 금융 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출처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특히 지방은 미분양 상황이 더 심각해서 지방의 중소 건설사들은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방향’을 보면, 고금리, 집값 하락, PF 대출 중단으로 내년 상반기 중 건설업체 부도가 급증할 수 있고, 내년 하반기에는 증권사·보험사·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은행들의 경우 4대 은행보다 부동산 PF 비중이 높아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JB금융(전북은행, 광주은행)의 경우 PF 대출이 전체 대출 중 11.6퍼센트나 되고, DGB금융(대구은행)은 7.2퍼센트, BNK금융(부산은행, 경남은행)은 6.9퍼센트를 기록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평균 2퍼센트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지방은행들은 지방 건설 사업에 대출한 경우가 많아 미분양 증가로 인한 타격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또다시 금리 인상

이처럼 금리 인상에 따라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융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내년에도 계속 금리를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12월 14일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4.5퍼센트로 또다시 0.5퍼센트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또 미국 연준 위원들은 내년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5.00~5.25퍼센트로 제시했는데, 이는 9월 전망치(4.6퍼센트)보다 0.5퍼센트포인트 오른 것이다. 내년에도 0.75퍼센트포인트를 추가로 인상하겠다는 뜻이다.

당초 한국은행은 내년 1분기에 기준금리를 현재 3.25퍼센트에서 3.5퍼센트로 한 차례 더 올린 후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 기준금리는 이미 미국보다 이미 1.25퍼센트포인트나 낮다. 미국 연준이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5퍼센트로 올리는 등 인상을 지속할 경우,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져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공산이 커진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를 경우 가뜩이나 높은 국내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공산이 커지면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 불안정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하우스푸어·깡통전세 증가에도 부자 지원만 내놓는 윤석열 정부

금리가 급등하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노동자 등 많은 서민들도 밤잠을 설치고 있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급히 집을 마련한 사람, 치솟는 전세 자금을 마련하려고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집값이 대폭 오를 때 무주택자였던 103만 6000명이 주택을 사들였다고 한다. 올해에 주택 가격이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집값이 정점일 때 주택을 구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떨어지는 집값에 전전긍긍하며 치솟는 금리 때문에 월급의 상당 부분을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하우스푸어’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한편, 전세자금대출 금리 급등에 허덕이는 세입자들은 최근 ‘깡통전세’ 공포까지 겪으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깡통전세는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주택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전세 보증금으로 빌라·오피스텔을 1100채 넘게 사들인 집주인이 세금을 내지 못하다가 사망해, 전세 임차인 수백 명이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사건이 알려졌다. 인천 미추홀구에서도 수백 채가 경매에 넘어가면서 임차인 수백 명이 전세 보증금을 잃고 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들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주택자 중과세가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말이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깎아 주면 그들이 임대료를 낮춰 줄 것이라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결국 윤석열 정부는 부자들에게 감세 혜택을 주고 더 많은 집을 사들이라고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주택 수요를 조금이라도 늘려 금융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을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내맡길수록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층의 고통은 커져 왔다. 집값이 치솟을 때는 대출을 받아 살 집을 구하느라 허리가 휘었고, 집값이 떨어질 때는 대출 이자를 갚느라 전전긍긍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정부가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해야 한다. 한국은 20~30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이 전체 주택 수 대비 5.5퍼센트에 불과해 OECD 평균인 8퍼센트에도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정부 부채가 늘어난다며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거 삭감해 버렸다.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깎아 주려 하면서 서민 복지를 위한 예산을 대폭 줄인 것이다.

치솟는 금리와 떨어지는 집값 때문에 발생하는 서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대출 금리 인하와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요구하는 대중 저항이 벌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