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선일보를 비롯해 주요 언론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기아 노조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는 ‘전기차 공장 못 짓게 하는 기아 노조의 기상천외 주장’이라는 사설에서 “낡은 노조가 신산업 발목 잡는”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또, 〈조선일보〉는 스텔란티스, 벤츠, 포드, 폴크스바겐, 르노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이 전동차 전환에 따라 수천 명씩 해고하고 있다며 현대차·기아 역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은 정말 불가피한 것일까?

자본주의 역사에서 산업이 끊임없이 재편돼 온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일자리도 변해 왔다. 하지만 일자리 변화가 곧 실직을 뜻하지는 않는다. 노동과 자본 사이 힘의 관계에 따라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지키거나, 새롭게 필요한 일자리로 직무 교육 후 배치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 이런 일을 한사코 꺼린다. 직무 교육에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산업 재편을 통해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고 임금을 삭감하는 등 공격의 기회로 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에선 산업이 아무리 발전하고 부가 넘쳐나도 고용불안에 떨며 언제 빈곤에 빠질지 두려워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불황과 산업 재편기에 일자리와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노동시간 대폭 단축을 걸고 단호하게 싸워야 한다. 더 좋기로는 자본주의 그 자체에 맞선 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과장된 위협

전기차로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내연차가 단시간에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현대 기아차는 2030년 전기차 생산량을 323만 대로 계획하고 있다(국내 생산 144만 대 포함). 이는 전체 생산량의 40퍼센트 남짓이다. 그리고 하이브리드카(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 차량 생산도 늘릴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차종의 경우 내연기관에 보조 배터리를 장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조립공정 일거리가 오히려 늘어난다. 또 배터리 부문의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야 한다.

그런데도 사측은 전기차 전환을 빌미로 외주·하청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기아 화성공장에서는 전기차 공장 증설을 핑계 삼아 차체·금형 제작부와 범퍼를 만드는 프라스틱 공장을 통째로 외주·하청화하려 한다. 이뿐 아니라 전기차 전환과 전혀 상관없는 수출 검사 공정까지 외주·하청화를 추진하려 한다. 화성공장에서만 외주화 구조조정 대상이 무려 1000명이 넘는다. 사측은 전기차 공장에 필요한 인원 수는 정확히 밝히고 있지도 않다.

생산량 증대 요구가 대안인가?

그런데 기아차지부와 지회는 전기차 공장 신축에 따른 일자리 축소의 대안으로 회사 계획 15만 대보다 많은 20만 대 설비 투자와 사내 전기차 부품 모듈 공장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생산량 확대가 일자리를 보장할까?

당장 생산량을 늘리면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늘어난 생산만큼 판매가 안 될 때 사측이 인원 감축을 들고나온다면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 생산량 증감에 따라 고용을 연동시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발상이다.

한편 현 기아차 집행부는 프라스틱 등의 조합원들이 벌이는 외주·하청화 반대 투쟁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내놓은 사내 모듈 공장 건설 요구에 진정성이 있다면, 이 투쟁을 외면해선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생산량 증대 같은 소심한 요구가 아닌 현장 노동자들의 힘이 직접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프라스틱 등 조합원들의 투쟁을 지원해야 한다.

더 많은 활동가들이 이 투쟁에 연대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