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단권에 관한 중요 판례인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한 이후 임신중단권을 둘러싼 투쟁이 첨예하다. 미국 활동가 러네이 브레이시 셔먼은 임신중단권이라는 기본권을 쟁취하려면 투쟁이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선출되지 않은 연방대법관들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해 임신중단권을 빼앗은 지  반년이 지난 지금, 그 결정의 여파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가임기 여성 중 약 3400만 명이 임신중단권이 제약되거나 완전히 금지된 주에 산다. 이제 그들은 물론 미국의 모든 가임기 여성이 기본권과 보건 서비스를 누릴 기본적 접근권을 부정당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돕스 대 잭슨’으로 알려진 사건의 재판에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했다. ‘로 대 웨이드’ 판례는 임신중단권의 근거가 되는 판례로, 임신중단에 대한 접근권을 헌법적 권리로 보장했다. 판례 폐기 후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임신중단 접근권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으면서, 희망을 주는 저항이 벌어졌다.

러네이 브레이시 셔먼은 미국의 임신중단권 활동가이자 캠페인 단체 ‘우리는 증언한다’의 창립자이다. 셔먼은 연방대법원의 판례 폐기가 “완전히 절망적인 순간이었고, 최악의 악몽이 실현된 것”이라고 했다.

미국 임신중단권 투사 러네이 브레이시 셔먼 ⓒ출처 The Blackhouse Foundation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날 일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하지만 정말 참담했습니다.

“우리가 ‘로 대 웨이드’ 판례가 폐기될 수 있다고 했던 것은 틀린 말도, 거짓말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은 우리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죠.”

이미 미국은 산모 사망률이 서구에서 가장 높다. 임신중단 접근권을 제약하는 것은 더 많은 산모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이제 미국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게 된다. 공화당은 임신중단을 일절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할 것이다. 이미 임신중지약 사용을 규제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임신중단권은 1971년 ‘로 대 웨이드’ 판결 직후부터 조금씩 훼손돼 왔다.

권리가 있는 것이 곧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임신중단이 합법임에도 여성들은 비용과 접근성 부족 때문에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

특히 남부 주들에는 임신중단 시술자가 거의 없다. 그리고 시술이 지나치게 비싸거나 이동의 어려움 때문에 시술자를 찾아가기 너무 어려울 경우, 임신중단권은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셔먼은 이렇게 덧붙였다. “돕슨 대 잭슨 사건 판결 당일 임신중단을 하러 간 분의 모습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분들은 엄청난 거리를 이동해야 했어요. 아마 그것도 여러 시도 끝에, 돈을 아끼고 이동 수단을 구하고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을 구한 뒤에야 간 거겠죠.

“말도 안 되는 대기 기간과 온갖 장벽과 잘못된 정보, 상담을 헤쳐 나갔건만, ‘로 대 웨이드’ 판례가 폐기돼 시술대에서 내려와야 했어요.

“판례는 금요일에 폐기됐고 다음 날인 토요일 대부분의 클리닉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로 야단법석이었습니다.”

‘로 대 웨이드’ 판례가 효력이 있었던 1973년부터 2022년 5월 사이에도 여러 주에서 1380가지 임신중단 규제 조처를 도입했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장악하던 시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셔먼은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로 임신중단 접근권이 파괴된 것을 우회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상황은 시시각각 바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신중단권 반대자들이 설립한] ‘임신 센터’와 임신중단 반대론자들은 임신중단이 허용되는 주들에서도 임신중단을 할 수 없다고 사람들을 속였습니다.

“한 여성은 임신중단 시술을 받으러 콜로라도주까지 갔어요. 텍사스주에서는 임신중단 시술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어서 그랬던 거예요. 하지만 그 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임신중단이 금지된 주에 사는 몇몇 여성들은 활동가들의 도움으로, 임신중단이 허용되는 주에서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 가족계획학회에 따르면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후 몇 달 동안, 임신중단이 금지돼 있거나 심각하게 제한된 주들에서 월간 임신중단 건수가 1만 2500건 줄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동안 심각한 법적 제약이 없는 주들에서는 7410건 늘었다.

그래도 한 달에 5390건이 줄어든 것인데, 이는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이전의 약 6퍼센트에 해당한다. 이 사라진 5390건 중 일부(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는 의사 처방 없이 우편으로 받은 임신중지약을 집에서 복용하는 방식을 취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임신 10~12주를 넘긴 사람들에게 이는 해법이 못 됩니다.

“미국 연방식품의약국(FDA)은 임신중지약 복용 가능자를 제한합니다.”

임신중지약을 택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비용과 거리는 여전히 절망스러운 장벽이 되고 있다. 셔먼은 이렇게 말했다. “임신중단 시술이 필요한 사람들은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뉴올리언스의 임신중단권 활동가 로즈메리 웨스트우드는 최근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지난해에 ‘뉴올리언스 임신중단 기금’은 1인당 평균 308달러를 시술 비용으로, 그보다 적은 돈을 교통비로 지원했다. 지금은 시술 비용으로 평균 723달러를, 교통비·식비·숙박비 등 경비로 평균 1620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몇몇 주의 여성들이 왕복하는 거리는 평균 2000마일[약 3200킬로미터]에 이른다. 셔먼은 이렇게 말했다. “돈이 있다 해도 시술을 받으러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이거나, 장애인이거나, 자녀가 있거나, 필요한 만큼 직장을 쉴 수 없는 사람들이 그렇죠.”

미국인의 8퍼센트(2700만 명)는 건강보험이 없다. 셔먼은 이렇게 덧붙였다. “어떤 사람들은 직장에서 건강보험을 제공받습니다. 고용주가 있다면 말이죠.

“저소득층은 ‘메디케이드’ 보험을 받을 수 있지만, 38개 주는 거기서 임신중단 시술 비용을 보장받지 못하게 했습니다. 민간 의료보험이 임신중단 시술 비용을 보장하지 못하게 하고, 그래서 임신중지를 위해서는 언제 필요할지 모를 별도의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법도 있습니다.

“임신중단이 필요한 사람들의 약 75퍼센트가 저소득층입니다. 이 사람들을 위한다면 일단 건강보험을 무상으로 제공해서 선택권을 줘야 합니다.

“임신중단이 필요한 사람들은 언제나 있습니다. 그러나 양육은 고사하고 임신 비용도 감당키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임신중단을 택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셔먼은 임신중단 금지가 “자본주의의 작동”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체제가 돈이 없는 노동계급 사람들에게서 선택권도 빼앗아간다고 말한다.

셔먼은 “미국에서 파시즘과 백인우월주의가 계속 성장”하는 가운데 임신중단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임신중단 시술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시술자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극우가 더 대담해지고 폭력적이 되고 있습니다.

“극우는 자기네가 승리했다고 느낍니다. 연방대법원이 그들에게 자신감을 줬죠. 설상가상으로, 어떤 의원들은 연방대법원 판결을 원하는 입법을 무엇이든 추진하게 해 주는 허가증처럼 써먹고 있어요. 통과되지 않을 법안도 마구 들이밀고 있죠.

“이 판결은 반(反)트랜스젠더 법안들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괴롭힘과 폭력을 더 키울 거예요. 다 연결돼 있는 겁니다.”

“입법은 진일보일 테지만, 목표는 임신중단의 자유”

여성들을 돕는 조처들이 도입됐지만, 안심할 여유는 없다.

여전히 사법부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원치 않는 임신 지속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의 상당한 다수가 임신중단권을 지지한다. 현재 미국인의 61퍼센트가 임신중단이 전적으로 또는 거의 모든 겨우에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반면 37퍼센트는 임신중단을 전적으로 또는 대부분 금지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 우파는 “일부 사람들만이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고 셔먼은 말한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일정한 기능을 해 주는, 즉 저임금 노동자가 되어 주고 가정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을 해 주는 사람들인 것이죠.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녀는 신의 선물이다.’ 그러니 자녀를 원한다면 생계에 허덕이지 않는 부모라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요.”

미국 농무부의 ‘여성 및 영유아 프로그램’(WIC)은 임신·산후 여성을 지원하는 제도라고 한다. 그러나 “그 제도는 기저귀 값조차 지원해 주지 않아요. 자녀를 낳고 키우는 부담을 전혀 덜어 주지 못합니다.

“아이가 있지만 키울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걸 보면 정말 화가 납니다. 그러고는 개인의 선택을 탓하고 선택을 제약하는 체제를 묵인하죠.

“1980년대에 로널드 레이건은 ‘복지 여왕’을 운운했습니다. 흑인 여성들이 정부 지원금으로 호사를 누리려고 아이를 갖는다는 말이었죠.

“언제나 노동계급 사람들, 특히 흑인과 갈색 인종 여성들을 그렇게 조롱합니다. 정부의 구제금융이 없으면 도산할 기업들에게는 그런 조롱을 하지 않으면서 말이죠.”

임신중단 반대론자들이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치러진 주민투표들에서는 번번히 임신중단권에 대한 지지가 재확인됐다. 2022년에 치러진 여섯 개 주의 주민투표에서 임신중단 반대자들은 모두 패배했다. 캘리포니아·미시건·버몬트 주 유권자들은 주법으로 임신중단권을 보장했다.

공화당의 텃밭인 켄터키·몬타나 주에서도 유권자들은 임신중단 금지 조처들을 부결시켰다. 여름에 있었던 캔자스주 주민투표 결과가 되풀이된 것이다. 오하이오·미주리 주처럼 주의회 의원들이 확고하게 임신중단에 반대하는 주에서도 임신중단권 지지자들이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임신중단은 물가 급등과 임금 하락 바로 다음으로 중요한 쟁점이었다.

ABC 뉴스 출구조사에서 미시건주 유권자들은 임신중단권을 물가 급등보다도 더 중요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꼽았다.

이는 민주당에 득이 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임신중단권 운동의 진정한 동맹 세력이 아니다.

민주당은 연방대법윈의 판례 폐기에 맞서는 항의 행동을 조직하기를 거부했고,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임신중단권을 법제화하지 않은 채 반세기가 흘러가도록 내버려 뒀다.

셔먼은 임신중단권이 “재생산 정의”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을 이렇게 정말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는 체제라는 더 큰 문제를 봐야 합니다. 임신중단 접근권이 없다면 진정한 선택권이 없는 겁니다.

“‘재생산 정의’란 기후 변화가 없고, 경찰의 총에 맞을 우려가 없는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녀를 기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셔먼은 이렇게 말한다. “임신중단을 미국 모든 곳과 세계에서 완전히 비범죄화해야 합니다. 임신중단의 자유, 그것이 목표입니다.

“합법화가 아니라 자유입니다. 임신중단이 합법일 때에도 자가 임신중단이나 임신중단의 결과 때문에 기소당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합법화는 다시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실수에서 배워야 합니다.

“입법은 진보이지만, 종착역은 아닙니다. 그 투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임신중단에 대한 낙인과 거짓말을 뿌리 뽑는 것입니다.”

셔먼은 임신중단 경험자들과 협력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알리려 한다. “담론을 바꾸기 위해서”다. 여성들이 임신중단을 선택하는 이유에 관한 인종차별적 신화와 거짓말에 반박한다는 것이다. “그런 신화들이 만연한 이유도 다뤄야 합니다. 그런 신화들은 우리의 인간성을 말살하고 인종차별·성차별을 퍼뜨리는 더 큰 목적에 일조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임신중단이 단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임신중단권을 위한 투쟁은 차별을 부추기는 더 큰 체제에 맞선 투쟁과 만나야 한다.

셔먼은 이렇게 덧붙였다.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는 임신중지약 범죄화 등의 관문이 될 것입니다. 저들은 모든 사람들이 보건 서비스를 누리기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저들은 우리가 계속 분열해 있기를 바랄 겁니다.

“그래서 대통령 바이든과 의회가 우리를 파업에 나서지 못하게 하고 노동자들의 유급병가 쟁취 투쟁에 훼방을 놓으려 하는 겁니다.

“현재 미국은 노동조합 건설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바로 거기에 우리의 힘이 있습니다.

“하나의 계급으로, 노동자로서 함께한다면 우리는 실제로 사태를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