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 북한군 무인기(드론) 5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 은평구를 비롯한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

한국군은 전투기, 공격 헬기 등을 투입해 격파 사격까지 시도했지만, 북한 무인기들을 막지 못했다. 주류 언론과 공식 정치권에서는 한국군이 북한 무인기 저지에 실패한 것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안보 무능’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후 한국군의 대응은 무인기 소동을 좀 더 심각한 사태로 키울 뻔했다. 윤석열 정부가 “확전의 각오”로 무인 정찰기 ‘송골매’ 2대를 군사분계선 너머 북한 상공으로 침투시켰던 것이다. 북한군이 맞대응했다면 남북 간 교전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은 여전히 호전적인 언사를 내뱉고 있다. “[북한 무인기] 1대가 내려왔을 때 우리는 2대, 3대 올려 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라”며 다음에는 격추 등으로 확실히 “응징 보복”하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형 스텔스 무인기 개발을 서둘러서, 이 무인기를 평양은 물론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까지 보내려 한다. 이런 무인기가 북한 깊숙이 침투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맥락

북한 무인기 남하를 두고 북한의 “무모한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자 “긴장 조성” 행위라는 비난이 많다. 그렇지만 이번 소동의 전후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미·중 갈등이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주되게 중국을 견제하려고 북핵 ‘위협’을 빌미로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화해 왔다. 이런 상황은 북한을 상당히 압박하고 있다.

11월 한·미·일 정상회담은 미사일 방어 협력을 진전시키기로 했고,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핵우산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 군당국들은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상시 배치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12월 20일 미군의 F-22 스텔스기가 연합 훈련을 위해 군산으로 왔고, 전략폭격기 B-52H도 한반도 인근에서 한국의 F-35A, F-15K 전투기와 함께 연합 공군 훈련을 했다.

또한 12월 23일에는 미군 정찰기인 리벳조인트가 북한 미사일을 감시하려고 한국 상공에 나타나 서울에서 강원도 상공을 비행해 갔다.

첨단 무기가 대거 동원된 12월 20일 한미 연합 공군 훈련 ⓒ출처 대한민국 공군

이렇게 첨단 무기와 대규모 연합 훈련으로 북한을 위협하면서 군 당국은 이번에 북한의 작고 느린 무인기 비행을 두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군은 이미 문재인 정부 때 최첨단 무인기인 글로벌 호크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첨단 무인기를 개발·배치하는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군비를 증강하고, 대북 압박에 적극 나서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재정 긴축을 강조하면서도 국방 예산만은 크게 늘렸다. 대북 선제 타격 계획이 포함된 이른바 ‘3축 체계’(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 구축에 2023~2027년 30조 원이나 지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말부터 2025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지구 궤도로 쏘아올릴 계획이다. 이 정찰위성은 유사시 북한을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의 눈 구실을 할 것이다.

한편 일본은 국가안보전략 등 주요 안보 문서를 개정하면서 “반격 능력”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북한 등을 선제 타격할 능력을 확충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런 압박이 북한을 자극해 왔다. 북한 관료들은 동아시아의 불안정 증대에 대비해 핵 무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최근 들어 북한이 집중적으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온 까닭이다.

12월 19일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만간 위성을 실은 로켓을 쏘아올리겠다는 것이다.

다음 날인 20일 북한 외무성은 일본 안보 문서 개정을 “일본의 새로운 침략 노선 공식화”로 규정하고,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과업(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위해 분투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 무인기의 남측 영공 비행은 미·중 간 제국주의적 갈등이 한반도 불안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물론 직접적으로는 한·미·일의 대북 압박이 북한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군비 증강

윤석열은 북한 무인기와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군비 증강을 강조했다. “비대칭 전력을 강화시키려고 하는 북한에 대응해서 우리 군의 전력 증강 계획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라.”

이에 따라 국방부는 무인기 탐지 자산 강화와 대응 무기 체계에 향후 5년 동안 55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리고 드론(무인기) 부대 확대도 서두르기로 했다.

여당 북핵특위는 유사시 미국 핵무기의 제주 전진 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전략폭격기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건설과 핵무기 임시 저장 시설 구축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이런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는 결코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오히려 새로운 불안정과 긴장 증대만 낳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