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월 4일에 열린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영상 보기)의 발제를 다듬어 발표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를 비롯해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퍼센트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5.1퍼센트),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0.8퍼센트),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0.9퍼센트) 등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주로 세계경제가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침체의 원인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 팬데믹과 미중 간 경제 갈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 중국의 부동산 시장 급락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곡물 가격 상승 등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최근 이렇게 전망했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3대 경제 대국이 동시에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새해는 지난해보다 더 힘들 것이다.”

세계 경제 침체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출은 이미 감소세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5.8퍼센트 감소, 11월 14퍼센트 감소한 데 이어 12월에도 9.5퍼센트가 줄었다.

특히, 한국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반도체 수출이 크게 감소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올해도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이 4.5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감소와 투자 부진으로 올해는 고용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취업자가 올해 10만 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인 80만 명 안팎과 비교해도 대폭 낮아진 수치다.

그런데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노동자 등 서민층의 실질소득은 이미 크게 줄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3분기에 노동자(도시근로가구)의 실질소득은 4.7퍼센트 줄었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3.1퍼센트) 이후 가장 큰 하락이다.

서민층 대중은 이미 금융 위기 수준의 생활고를 겪은 것이다. 줄어든 일자리를 두고 올해 경쟁이 더 강화되면 임금 억제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 급락과 건설·금융 위기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퍼센트대로 예측하는 것조차 사실은 최근 커지고 있는 금융 위기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낮은 금리에 기대어 부채를 쌓아 가며 성장률을 끌어올려 왔다.

그러나 그렇게 쌓인 부채는 최근 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특히, 주택 가격 하락이 금융 위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거기에 투자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도 연쇄적으로 부실해져 금융 위기가 터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의 부도 위험이 매우 커졌다. 국토부 조사를 보면, 지난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 8027가구로, 한 달 사이에 1만 810가구나 늘었다. 미분양 주택이 한 달 새 1만 가구 넘게 증가한 것은 2015년 12월 이후 6년 11개월 만이다.

이미 연말에 미분양 주택 수는 7만 가구가 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10만 가구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소규모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 건설사들이 은폐한 미분양 물량까지 고려하면 실제 미분양 주택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미분양 주택 증가에 따라 이미 몇몇 중소 건설회사들은 부도가 났고, 위기는 대형 건설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롯데건설, 태영건설, 한신공영 등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다.

롯데건설은 지난 연말에 계열사들로부터 대출과 유상증자 등으로 1조 1000억 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롯데건설이 올해 1분기까지 갚아야 할 PF 관련 부채가 3조 4000억 원에 이르지만, 보증을 선 PF 사업장 중 4분의 3은 아직 착공도 못 한 상태라고 한다. 롯데건설이 금융 시장에서 자금을 빌리기 힘들므로 계열사들이 추가 지원을 해야 할 수 있고, 이는 롯데 계열사 상당수를 부실하게 만들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건설사에서 시작된 위기가 부동산 사업에 자금을 댄 증권사와 보험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전이될 위험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직후인 2010년에도 PF 부실이 저축은행들의 대규모 파산을 촉발한 바 있다.

이번 위기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위험은 2010년보다 클 수 있다. 2008년에는 전체 부동산 PF 대출 76조 5000억 원 중 제2금융권은 24조 원 정도였다. 하지만 2022년 6월 말에는 전체 PF 대출 112조 2000억 원 가운데 제2금융권은 83조 9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정부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은행권의 PF 대출은 감소했지만, 제2금융권 전반에서는 PF 대출이 급증한 것이다.

은행보다 취약해지기 쉬운 제2금융권의 PF 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금융 불안정성은 더욱 커졌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보험사들과 대형 증권사들은 보유한 채권을 내다팔고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자금을 빌려서 PF 관련 대출을 메우고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채권을 내다팔수록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금리 인상). 그리고 이는 다시 금융회사들이 돈을 빌리기 어렵게 만든다.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반기 중에 건설사와 금융 회사들의 연쇄 부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건설사와 제2금융권에서 시작된 자금 경색으로 금융 시장 전체가 얼어붙으면서 일반 기업들의 자금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LG·SK 같은 대기업 집단들도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래도 자금 부족이 심해지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거나 투자를 줄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고용 축소와 투자 감축은 수요를 떨어뜨려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대기업들이 이럭저럭 자금을 모으고 있다면, 중소기업들은 자금난 때문에 부도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의 압박으로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대부분은 대기업 대출이고, 중소기업들은 그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한계기업 수는 3111곳에서 2021년 3572곳으로 14.8퍼센트 증가했다. 한계기업은 ‘좀비기업’으로도 불리는데,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도 못 미치는 기업을 말한다. 한계기업들의 부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가뜩이나 부실해지고 있는 금융기관들에 타격을 줘 금융 시장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

별 효과 없는 금융 시장 안정 대책

지난해 레고랜드와 흥국생명의 채무 불이행 등으로 금융 시장이 얼어붙자 윤석열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융 시장에 수십조 원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정부는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한 기업 지원을 강조했다. 금융 안정, 수출 지원 등을 위한 정책금융으로 540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차례 계속된 정부 대책 발표 뒤에도 금융 불안정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 까닭은 정부나 한국은행이 금융 시장에 직접 돈을 투입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금융 안정 대책은 주로 시중 은행들을 동원해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이용해 회사채나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한 PF 등을 매입하는 방안이다. 정부의 압박으로 5대 시중 은행은 지난 연말까지 95조 원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시중 은행을 동원한 정부 대책은 금융 불안정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당장 은행의 지원이 필요한 기업들은 은행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위기에 빠진 기업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인데, 은행들이 신용도가 높은 기업에만 대출을 해 주고, 신용도 높은 채권만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은행 대출이 시급히 필요한 중소기업들은 은행 대출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 은행도 무작정 대출을 늘릴 수는 없다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정부가 자금이 은행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채권 발행이나 예금 금리 인상을 하지 말라고 은행들에 요구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금융 시장에 돈을 투입하라고 은행들에 촉구하면서도 은행의 돈줄은 옥죄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무턱대고 대출을 늘리면 은행 자체의 안정성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실제 최근 은행들의 여유자금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게다가 지방 은행들은 다른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지원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높은 편이고, 수도권보다 지방 건설 사업에 대출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기가 심각해지자 지배계급 내에서도 더 강력한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주택을 공공주택으로 매입해 달라고 요구했고, 금융기관들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직접 자금을 투입해 자금 경색을 해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도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자신들이 직접 자금을 공급하면 한국의 금융 불안정을 자인하는 게 돼 버려 진짜로 금융 위기가 터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은이 시장에 유동성[자금]을 직접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으면 외국에서는 사태를 심각하게 볼 것이다.”

이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처지에 있으므로, 앞으로 더 심각한 위기가 오면 지배계급 내부의 갈등도 더 커질 수 있다.

노동자 등 서민층 주머니 털어 기업 지원하기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 가능성이 커지자, 윤석열 정부는 기업 지원을 위해 노동자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노동·연금·교육 개악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까닭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중에서도 노동 개악이 먼저라고 했다. 노동 개악은 노동시간 유연화, 고용 유연화, 임금 체계 개편, 쟁의권 약화를 주된 목표로 하는데, 이는 모두 임금 억제로 연결된다. 그만큼 기업주들을 위한 비용 절감이 다급하고 절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 부양, 외국인 투자 유치, 수출과 투자 활성화 등을 위한 각종 감세, 규제 완화도 강조했다.

예컨대, 정부는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세 중과세와 대출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애기로 했다. 또, 다주택자들의 투기 수단인 민간 등록임대제도도 부활해 올해부터 85제곱미터 이하 아파트도 장기임대 등록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부동산 시장의 추락 위기가 어른거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투기를 부추기는 셈이다. 거품을 키우는 위험한 방향이다. 게다가 금리 인상 상황에서 실효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기업을 지원하고 부유층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정책은 공공서비스 축소와 복지 공격으로 이어진다. 대표적 사례로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을 들 수 있다. 정부는 민간 기업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부양해야 한다며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지난해보다 5조 원 넘게 삭감했다.

또, 국민연금 개악을 추진하면서 민간 연금 시장을 확대하려 하고, 공공부문 인력 감축과 예산 삭감으로 공공부문 노동자와 공공서비스를 공격하고 있다.

정부의 이윤 시스템 보호는 공공요금 대폭 인상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 공공요금을 억제하지는 않고 서민 대중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가령 정부는 한국전력의 적자를 메워야 한다며 올해도 전기요금을 올리기로 했다. 1분기 전기요금을 또다시 9.5퍼센트(4인 가구당 4000원 이상) 인상했다. 이미 지난해에 18.6퍼센트나 올렸는데도 말이다. 가스 요금도 가구당 최대 2만 원 이상 올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서울지하철과 버스 요금도 조만간 300원 인상할 계획이다.

유가 급등 속에 감면해 줬던 유류세도 휘발류는 올해부터 리터당 99원 인상하고 경유 등은 올해 4월까지만 감면액을 유지할 예정이다.

이런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정부 자신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이처럼 윤석열 정부와 기업주들은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 등 서민들이 치르게 하려고 악착같이 달려들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벌어진 생계비 위기와 구조조정·해고에 맞서, 금리 인하와 부채 탕감, 일자리·임금 방어를 위한 저항이 일어나야 한다.

이런 위기 시기에는 그나마도 적은 권익을 보존하려는 투쟁도 정부와 기업주들이 전면적인 공격으로 꺾으려 들 것이기 때문에, 투쟁을 전면화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적 요구를 내세운 다발성 투쟁들이 대정부 정치 투쟁과 만난다면 저항 확대에 결정적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정부를 굴복시켜 임금·복지·일자리를 지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각개격파 당하지 않도록 이간질을 물리치고, 투쟁이 확대되고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