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추악한 협잡꾼들의 사교장이다. 24년 동안(1974∼98년) FIFA를 지배한 주앙 아벨란제는 FIFA 역사상 전례 없는 금권 선거를 통해 회장에 당선했다.

아벨란제는 파시즘과 군부 독재에 매우 관대했다. 그는 1936년 히틀러의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 때 독일에서 보낸 시간은 유익했고,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벨란제는 제3세계의 월드컵 본선 진출 확대를 미끼로 제3세계 나라들이 1980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선거에서 사마란치를 지지하도록 만들었다. 사마란치는 십대 때부터 파시즘 운동에 가담해 1975년 스페인의 프랑코 파시스트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36년간 충성한 자다.

1978년에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가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에 항의해 월드컵 개최지 변경을 요구했을 때 아벨란제는 냉담하게 거부했다.

1974년 아벨란제의 회장 취임 이후 적극적인 상업화 정책으로 FIFA의 수입은 폭발적으로 증대했지만 그 자금의 출처와 쓰임은 철저히 비공개였다. FIFA는 외형상 24명의 집행위원이 운영하지만 모든 권력은 회장과 사무총장으로 이어지는 ‘핫라인’에 있다. 특히 돈과 관련된 의사 결정은 회장과 사무총장 직권으로 은밀하게 이뤄진다.

FIFA를 연구하는 영국인 학자 존 수전은 “아벨란제 전 FIFA 회장과 단독인터뷰는 약속한 지 2년 뒤에야 이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FIFA 직원들과 인터뷰도 홍보국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돈 되는 축구”를 지향한 아벨란제는 재임중 공식적으로는 FIFA에 봉급을 받지 않았지만 전 세계에 엄청난 돈을 뿌리고 다녔다.

‘전 세계 국가원수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는 FIFA 회장은 각국에서 국가원수급 대접을 받는다. 영국의 유명한 사건 취재기자 데이비드 옐롭은 “태양왕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라고 했다면 아벨란제 전 회장은 ‘자신이 곧 세계’라고 여긴 사람”이라고 썼다.

“그 누구의 시간도 FIFA 회장의 시간보다 소중할 수는 없다”는 한 FIFA 직원의 말에서 사무국 직원들이 회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FIFA 직원들도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각종 편의와 선물을 제공받는다. FIFA 사무총장 보좌관 존 도비큰은 “FIFA 관계회사들이 앞다투어 FIFA 직원들을 영접하려 한다”며 “일부 직원들은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현 FIFA 회장인 제프 블래터는 아벨란제의 상속자다. 1981년부터 아벨란제 전 회장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내다 1998년 회장직을 물려받은 블래터는 “현 상태의 유지와 지속”을 약속했다. 달리 말해, 전임자 아벨란제의 추악한 방식을 계승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의 〈더 데일리 메일〉은 “FIFA 회장을 뽑을 당시 회장이었던 주앙 아벨란제가 FIFA의 부패를 파헤치지 않을 블래터를 후임으로 정한 뒤 그를 당선시키기 위해 금품을 살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2년 FIFA 회장 선거 때, 소말리아축구협회장이기도 한 아도 부회장은 “1998년 5월, 블래터 회장의 선거운동원이었던 전 소말리아 주재 대사가 블래터에 표를 던지면 10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의했다”고 폭로했다.

블래터는 1998년 취임한 이래 아벨란제 퇴임시 1억 달러였던 FIFA의 재산을 4년 만에 6억 1천만 달러로 불렸다. 특히 2002한일월드컵에서 미디어 관련 수입으로만 약 6억 달러를 챙겼다.

이렇게 엄청난 수입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광고 대행사인 ISL이 2001년에 파산하자 블래터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아벨란제와 블래터에 반대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레나르트 요한손과 FIFA 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 회장 정몽준이 연합해 2002년 FIFA 회장 선거에서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 이사 하야투를 지지하며 블래터의 부패와 재정 파탄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제3세계를 지원하겠다며 아프리카에서 FIFA 돈을 이용해 표를 모은 블래터는 자신을 향한 내부 회계 감사를 직권으로 중단한다고 선언했고, 결국 다시 FIFA 회장에 당선했다.

그리고 권한 남용, 공금횡령, 부실경영 등의 혐의로 자신을 스위스 법정에 고발한 FIFA 임원진들을 ‘설득’해 고발을 취하시켰다.

물론 블래터에 반대한 FIFA의 다른 위원들이 더 나은 자들이라고 볼 이유는 전혀 없다. 블래터의 부패를 폭로한 자 중 한 명은 블래터 체제에서 FIFA 사무총장을 하며 함께 비리를 저지른 미셸 젠 루피넨이었다.

사실 FIFA나 IOC의 주요 부패 사건은 내부의 폭로로 드러났는데, 이런 폭로는 주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상대방을 흠집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TV 중계료에 대해 “올림픽이 10억 달러라면 월드컵의 가치는 10억 달러 이상”이라고 말한 정몽준을 다른 FIFA 집행위원들이 “상업 자본의 영향을 덜 받을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니 할 말 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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