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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가 우크라이나를 중무기로 완전 무장시키고 있다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의 고도가 높은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서방은 이런 무기들을 지원하며 이 전쟁이 대리전임을 자인하고 있다 ⓒ출처 미 국방부

나토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정책이 크게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중무기 제공하기를 꺼렸다. 우크라이나가 이 무기들로 러시아 영토 내 목표물을 타격해 두 핵 강국(나토와 러시아) 간의 직접 충돌을 촉발시킬까 봐 우려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지난해 12월 21일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미국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 중 가장 첨단 무기다.

〈뉴욕 타임스〉(2022년 12월 13일자)는 이렇게 지적했다. “이 미사일의 제공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깊어지고 있다는 강력한 징후다.”

바이든은 처음에는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옛 소련제 대공 시스템인 S300 미사일이 다 떨어지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기 관련 기반 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하자 입장을 바꿨다.

전쟁 전에 우크라이나군은 S300 미사일을 250기 보유했다. 옛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들인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등이 자국 보유 S300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 보유 미사일은 훨씬 더 빨리 소진됐을 것이다. 이 미사일은 부품을 구할 수도 없다.

미국은 브래들리 장갑차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전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 벤 호지스는 이렇게 말했다. “50대의 브래들리 장갑차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군 대대 또는 연대는 러시아군 방어선을 돌파하는 철권이 될 수 있다.”

영국도 자국의 주력 전차인 챌린저2 전차 10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지금까지 중전차(重戰車)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국가는 없었다.

독일은 마더 장갑차 40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경전차 AMX-10RC 10대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요 나토 회원국들이 이런 무기들을 지원하는 것은 그들의 진정한 목표가 우크라이나 방어가 아니라 러시아 공격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폴란드와 핀란드는 자국이 보유한 레오파드 전차(독일제)를 제공할 의향이 있음을 우크라이나에 알렸다(이는 독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지원 무기를 더 공격적으로 바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가 군대를 재정비하기 전에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을 탈환하도록 지원하려 한다.

소모전

한편,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중무기 제공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우크라이나의 무기가 다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인 유리 이그나트 소령은 이렇게 말했다. “수백 기의 로켓이 우리에게 쏟아지고, 우리가 그중 70~80퍼센트를 떨어뜨리면 우리도 방어 무기가 소진되지 않겠느냐.”(〈파이낸셜 타임스〉, 2022년 12월 14일자)

그러나 나토는 무기와 탄약의 소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상치 못한 소모전을 치르며 군사 물자 조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볼 수 없었던 속도로 무기와 탄약을 사용하고 있다. … 탄약을 얼마나 쏟아부을 수 있느냐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뉴욕 타임스〉, 2022년 12월 26일자)

나토의 한 고위 당국자는 지난여름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는 하루 6000~7000발, 러시아는 4만~5만 발의 포탄을 쏘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쏘는 하루 포탄 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나토가 한 달 동안 쏘아 댄 수보다 많다.

그런데 미국에서 생산되는 포탄은 한 달에 고작 1만 5000발에 불과하다.

제한된 탄약 재고와 생산량으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충분히 지원하기가 점점 더 버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포탄을 비롯해 무기 지원을 한국에 거듭 요청하는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교묘하게 미국의 요청에 응하고 있다.(‘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한국 윤석열 정부’를 보시오.)

러시아도 무기와 탄약이 소진되고 있다. 러시아는 순항미사일 같은 첨단 무기를 축내지 않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란제 자폭 무인기를 사용해 왔다. 러시아와 이란은 시리아 내전 동안에 관계가 긴밀해졌다.

러시아는 자체 무기 생산을 늘리려 애쓰지만, 서방의 제재 때문에 핵심 부품을 수입할 수 없어 미사일 생산에 차질을 빚는 듯하다.

출혈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은 러시아군의 초반 승리를 얼마간 뒤집었다. 나토가 제공한 무기 시스템이 결정적이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 지원국은 물론 미국이다. 미국은 개전 이래 지금까지 229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했다.

둘째 지원국은 독일로, 23억 달러(2조 8669억 원)를 지원했다.

그다음으로 폴란드가 18억 달러(2조 2437억 원)를 지원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옛 소련제 군사 장비를 가장 많이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가 10억 달러(1조 2465억 원), 프랑스가 5억 달러(6232억 원)로 그 뒤를 잇는다.

그러나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감수하는 경제적·군사적 출혈은 막대하다.

서방의 일부 전략가들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최대 전략 경쟁국인 중국과 맞서 서방의 방위력이 약화될까 봐 우려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국방 분석가 잭 와틀링은 이렇게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확전으로 이어질까 봐 두려워하지만, 미국이 패트리어트 시스템 제공을 꺼렸던 주된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국의 세력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고 자체 작전 분석에서 제시한 것에 훨씬 못 미치는 수의 패트리어트를 보유하고 있다.”(〈가디언〉, 2022년 12월 20일자)

광기 경쟁

우리는 무기 경쟁이 불붙은 시기에 살고 있다. 세계 군비 지출은 역사상 처음으로 2021년에 2조 달러를 넘었다(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의 발표).

1위는 미국으로, 8010억 달러(999조 7000억 원)였다. 2위는 중국(2930억 달러; 365조 7000억 원), 3위는 인도(766억 달러; 95조 5000억 원)였다.

한국도 502억 달러(62조 6000억 원)를 군비에 지출해 10위를 차지했다.

2022년 세계 군비 지출과 관련한 전체 통계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틀림없이 증가했을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20세기 전반부의 역사를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당시 열강의 지배계급들은 재무장과 전쟁의 광기에 사로잡혔고, 그 광기는 1914년과 1940년에 폭발했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을 치르며 세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유혈낭자한 도살장이 됐다.

물론 역사는 고스란히 반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제국주의자들은 상충하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고 러시아와 나토의 전쟁을 우크라이나 국경 안팎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

제국주의자들과 그 아류들의 광기를 저지할 투쟁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