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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브라질 대통령 룰라는 고비마다 도전에 부딪힐 것이다

룰라의 앞길에는 개혁주의 전략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경제 위기와 극우 운동의 부상이라는 난관이 놓여 있다 ⓒ출처 Ricardo Stuckert/PR(플리커)

지난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룰라)가 자이르 보우소나루에 맞서 거둔 승리는 전 세계 좌파에게 희망을 줬다. 가장 고약한 극우 대표자 중 하나를 패배시켜 그들의 전진에 저항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러나 룰라 앞에는 매우 좁고 험난한 길이 놓여 있다.

룰라는 앞서 2002년과 2006년 대선에서도 노동자당(PT)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경제적 호재가 맞물렸다.

브라질은 이른바 “원자재 가격 슈퍼 사이클”의 수혜자였다. 즉, 중국의 경제 활황이 원자재를 빨아들이고 그 가격을 끌어올린 것에서 득을 봤다. 이는 브라질 경제에 퇴행적 영향을 줬다. 대두와 철광석, 소고기 등 1차 상품의 수출이 이익을 얻는 대신에 제조업이 쇠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라질의 수출품을 중국이 탐낸 덕분에 수익이 생겨났고, 룰라는 이것으로 ‘기아 제로’나 ‘보우사 파밀리아’[빈민 가구 소득 보조] 같은 빈곤 퇴치 정책의 비용을 댔다. 룰라 정부는 전반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정설에 부합하는 경제 정책을 추구하면서 극빈층에 부를 약간 재분배했던 것이다.

2007~2009년 세계 금융 위기로 이러한 운신의 폭은 사라져 버렸다. 룰라의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는 호황이 끝난 것을 배경으로 일어난 준(準)쿠데타인 탄핵을 당했다. 룰라는 그의 주장에 따르면 날조된 부패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대선에서 룰라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예산도 전체 경제 운영의 일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룰라는 심각한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집권했다.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려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브라질의 금리는 13.75퍼센트로 치솟았다.

룰라는 정부 지출을 제한하는 터무니없는 수정 헌법을 뒤집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의 재무장관 페르난두 아다지가 발표한 증세와 지출 삭감 패키지는 국민총생산(GDP)의 2.1퍼센트라는 소규모 예산 적자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신자유주의 정설로 돌아간 것이다!

최근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과의 통화에서 룰라는 미국 달러의 금융 지배력이 약화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방향의 행보로서 아르헨티나 대통령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와 함께, 양국의 재무 장관과 중앙은행이 공동 통화 창설을 협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로화의 경험은 공동 통화가 결코 만능이 아님을 보여 준다. 게다가 새 통화가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런 것이 협의될지부터가 미지수다. 브라질 물가는 지난 한 해 동안 5.79퍼센트 올랐지만, 지난 12월 발표된 아르헨티나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94.8퍼센트에 달했다.

그러나 룰라가 마주한 가장 큰 난관은 정치적인 것이다. 룰라는 1퍼센트포인트대 차이로 가까스로 당선했다. 보우소나루는 복음주의 교회 기반을 이용해 중간계급이거나 중간계급이 되고자 열망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동원했다. 보우소나루는 군대와 경찰, 파시즘 내지 파시즘에 가까운 운동의 핵심 지지층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들은 노동자당이 체계적으로 부패해 있고 룰라가 실제로는 선거에서 졌다고 믿는다. 투표 기간에 연방 경찰과 군부는 룰라 지지가 높은 지역에서 투표를 방해하려고 도로를 봉쇄하기도 했다. 특히, 가난한 북동부 지역에서 그랬고, 심지어 리우데자이네루에서도 그렇게 했다.

더 심각한 일은 수도 브라질리아의 보안군이 보우소나루 지지 시위대가 1월 8일 대통령궁과 의회, 대법원 건물에 난입하는 것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을 재연하는 동안 룰라는 브라질리아 밖에 있었다. 질서가 회복되자 룰라는 보안군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나에게 총을 쏠지도 모르는 자들에게 어떻게 집무실을 지켜 달라고 하겠는가?”

그후 난입을 허용한 브라질리아 주정부에서 숙정이 단행됐다. 룰라는 군대 내에서 보우소나루 지지 선동을 단속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육군참모총장 줄리우 세자르 지 아루다를 해임했다.

그러나 과거에 8년 동안 대통령을 지내면서 군을 민주화하지 못한 룰라가 이제 와서 성공을 거둘 공산은 크지 않아 보인다. 룰라의 지난 임기 동안 부패가 행해진 주된 원인은 국회 소수당인 노동자당이 국회를 장악하기 위해 다른 군소 정당들의 합의를 구해야 했던 데 있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다른 선거들을 통해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국회와 주정부에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오직 노동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개입만이 돌파구를 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룰라의 시야를 넘는 급진적 요구들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