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국민연금 “ (모수) 개혁 시급” 성명 발표:
더 받자는 건 당연. 그러나 이 와중에 보험료까지 올리자고?
〈노동자 연대〉 구독
2월 9일 민주노총이 “국민연금 개혁
요점은 앞서 국회 연금특위
모수개혁은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연금 가입자가 납부하고 지급 받는 액수를 조정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연금의 모수개혁안을 4월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 내용은 더 내고 덜 받거나, 훨씬 더 많이 내고 조금 더 받기 식의 개악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며 노동자 등 서민층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고 노후 소득을 깎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양대노총 지도부는 소득대체율을 높이되 보험료율을 소폭 인상하는 방안을 지지한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4차 연금재정 추계 때
지난해 2월 대선 국면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연금 삭감안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평균 급여액이 57만 원가량 밖에 안 되는 “용돈 수준 연금”으로는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꾸리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2020년 기준으로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의무가입자 대상의 40퍼센트나 된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은 생계 부담을 주지 않는가? 지금 서민 대다수가 생계비 위기에 허덕이고 조기 퇴직의 압박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 지도부가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까지 짊어지라고 등 떠미는 것은 고약스럽다. 대중의 생활 수준을 방어하려고 힘껏 주장하고 싸워도 모자랄 판에 노동계 “대표 조직”인 민주노총이 섟을 죽이는 얘기나 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노동운동 지도자들은 유럽의 여러 노동 ‘모델’들이 대안이라며 그렇게 입에 달고 살면서, 지금 프랑스 노동자들처럼 싸우자는 얘기는 왜 안 할까?
계급 간 분배
그동안 양대노총,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의당 등은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성뿐 아니라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앞으로 기금이 고갈될 것이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기금 고갈은 국민연금이 설계될 때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갈수록 연금 받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므로 적립된 기금이 부족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 때가 되면 현재의 건강보험처럼 그해 필요한 돈을 그해에 걷어 지급하는 방식
진정한 쟁점은 기금 고갈이 아니라 재정 부담을 누가 떠안을 것인지 하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약속한 노후 생활 보장 제도인 만큼, 노동자 등 서민층이 부담을 떠안아야 할 이유가 없다.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않고서 어떻게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대한 국가 지원을 요구하며 싸울 수 있겠는가.
연금 개혁을 둘러싼 투쟁은 어느 계급이 재원 부담을 짊어질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계급 간 전투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자신들의 부담을 더 줄이려고 개악 추진에 나섰다. 노동자 등 서민층의 입장에 충실하려면,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어서 국가가 그 재정으로 지원하고 기업주들의 보험료 부담을 더 높여서 해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물론 이런 요구를 쟁취하려면 폭넓고 급진적인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런 투쟁을 회피하고 주저하는 듯하다. 노동자 등 서민층의 재정 분담을 전제한 연금개혁 논의, 사회적 대화 기구를 제안하고 나선 데서 보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애초 민주노총이 내세운 목표, 즉 노후 보장성 강화와는 멀어지게 될 뿐이다.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높이려면 보험료 인상이라는 뒷걸음치기가 아니라 기업주·부유층의 부담 강화를 일관되게 요구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주들이 부추기는 세대 간 갈등 프레임을 박차고 나와야 노동계급 전체의 폭넓은 단결을 추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노동자 등 서민층 내부에서 청년 세대의 어깨를 짓누를 것인지, 부모 세대의 등골을 빼먹을 것인지를 두고 서로 아옹다옹 반목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적을 겨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광범한 연대를 통한 대중적 투쟁으로서만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악에 효과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