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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방지 대책:
정부가 책임지고 전세보증금 온전히 보전해 줘야 한다

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전세 사기 특별단속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세 사기는 총 622건으로 전년의 187건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또, 지난해 전세금 미반환 금액은 총 1조 1726억 원으로 전년 5799억 원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률이 17퍼센트 내외로 추정된다고 하니, 실제 전세금을 반환 받지 못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공산이 커 전세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피땀 흘려 모은 돈에다 대출금까지 떼일 처지에 놓인 피해 세입자들은 살 집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고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에 놓였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고물가로 고통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텨 온 서민들이 전세금까지 떼인다면 삶이 정말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다른 많은 세입자들도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은 “전세 사기가 서민과 청년층을 상대로 한 악덕 범죄인만큼 제도를 보완하고 철저히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전세 사기 대책은 세입자를 보호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세입자 보호가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기금을 아끼려는 정부 2월 2일 발표한 전세 사기 피해 근절 종합 대책 ⓒ출처 기획재정부

2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전세 사기 대책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이 통과됐다. 앞으로 세입자가 요구하면 집주인은 선순위보증금이나 납세 증명서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정부는 ‘안심전세앱’을 통해 주변의 전세 시세나 임대인의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빌라나 다세대주택의 경우 시세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가구 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각 전셋집의 상태가 서로 달라 평균치로 주변 전세 가격을 알려 주는 게 큰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전세 사기범들이 주로 신축 빌라에 높은 전셋값을 매겨 사기를 쳐 온 것을 보면 그렇다.

무엇보다 이런 정부 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전세 세입자들이 알아서 문제 있는 집주인을 피하라고 하면서, 정부의 책임을 덜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 계약 때 문제 있는 집주인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그 뒤 집값 하락 등 이런저런 이유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리 되면 세입자들은 고스란히 손해를 볼 수 있다.

또, 정부는 ‘갭투자’를 막는다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이 90퍼센트를 넘는 주택은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90퍼센트를 초과하는 빌라가 30~60퍼센트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들이 발표됐다. 수도권 빌라 세입자 대부분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막아 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빌라 매매가가 떨어지고 있어서 보증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세입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결국 상당수 세입자들은 보증보험 가입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돌려야 한다. 월세 낼 여력이 없는 세입자들은 더 열악한 주택으로 옮겨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 대책은 세입자 보호가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기금을 아끼려는 정책이라는 정당한 비판이 나온다.

정의당·진보당 등은 전세 사기 주택을 정부가 매입해 공공임대로 제공하고, 전세금을 최대한 보상해 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대책은 세입자 보호에 도움이 되겠지만, 전액 보상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본질적으로 최근의 전세금 미반환 문제는 정부가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과 재산 보호 문제를 등한히 해 왔기 때문에 벌어진 재난이다.

최근 수년간 저금리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전셋값도 따라 올라 수많은 세입자들이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정부는 전세대출을 늘려 주기만 할 뿐 전세보증금을 보호할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전세 피해를 가중시킨 ‘갭투자’의 위험성은 오랫동안 지적돼 왔지만, 정부는 개인 사이의 계약 문제라며 뒷짐만 지고 있었다.

반면, 금감원·금융위 등은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며 부실 위험성이 커지자 여러 대출 규제를 도입했다.

정부가 금융기관의 손실을 막는 대책 마련에는 즉각 나섰지만, 서민층의 재산 손실 위험은 나 몰라라 한 것이다.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적했듯이 “전세 사기는 정부 정책의 구멍으로 인한 실패로 벌어진 사회적 재난”이다.

따라서 정부가 책임지고 모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온전하게 보전해 줘야 한다. 정부 재정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기금을 충원하고 보증보험 가입 유무에 관계없이 전세보증금을 돌려 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