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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은 윤석열의 좌절을 뜻하므로 좋은 일이다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주지하다시피 체포동의안 찬성은 139표로, 안건 가결 정족수인 149명에 못 미쳤다.

대장동 개발 특혜의 대가가 이재명 대선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며 지난해 10월 검찰은 초유의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후로도 정부·여당과 우파 언론은 증거도 없이 이재명을 범죄자로 몰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부결 표를 던지지 않고, 진보 정당인 정의당마저 체포동의안에 가결 표를 던졌지만 이재명 구속 시도가 불발된 것이다.

체포동의안은 이재명을 구속하기 위한 절차였으므로 윤석열 정부는 주요 대목에서 좌절을 맛본 것이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구속 시도의 본질은 우파의 가장 유력한 적수인 이재명을 제거해 차기 총선과 특히 대선에 도전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파의 재집권을 도모하겠다는 계산이다. 체포동의안 부결은 우파의 이 계획이 일단 차질을 빚게 됐다는 뜻이다.

조중동뿐 아니라 〈한겨레〉, 〈경향신문〉의 보도들도 이런 점을 흐리고 민주당 내 반란표에 주목함으로써 표결의 진정한 의미를 가리고 있다.

2월 28일 오후의 보도들을 보면, 검찰은 이재명을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건으로 이재명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다.

도주 우려가 없고, 검찰이 332번이나 압수수색을 해 증거 인멸 가능성도 없다면, 검찰은 적어도 광범한 진보 염원층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에 대한 구속영장에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했어야 했다.

그러나 영장은 물론이고 법무부 장관 한동훈의 국회 체포동의안 설명 발언에서도 그런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한동훈은 대장동 의혹을 “지역 토착 비리”로 규정했는데, 교활하게 계산된 용어이다. 대장동 의혹이 박영수-김수남-곽상도-최재경-윤석열 등 검찰 고위층이 연루된 “50억 클럽 법조 게이트” 사건으로 번질까 봐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를 보여 준다.

한동훈은 간교하게도 정의당의 (형식주의적인) 논리를 차용하기도 했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은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법원의 심사를 받게 해달라는, ‘판사 앞에 나오게만 해달라’는 요청[이다.]

분별력

부결은 됐지만, 두루 알듯이 부결 표(138표)보다 가결 표가 1표 많았다. 민주당 의원이 169명이므로 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부결에 투표하지 않은 것이다.

본지는 지난주 이재명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기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꾀죄죄함을 이렇게 지적했다.

“민주당은 부결을 장담하지만 당론으로 정하지 못했다. 체포동의안 부결이 부패 비리 ‘방탄’으로 비쳐 총선에 불리할지도 모른다는 계산 때문이다. 윤석열 퇴진 집회 참가자들이 이재명 구속영장은 윤석열의 검찰권 남용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분노한 것과는 대조된다.”

부결에 투표하지 않은 30여 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구속영장의 부당함과 부실함 그리고 변화 염원층 지지자들의 바람보다는 자신들의 총선 공천과 총선 당선을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윤석열의 공격에 사실상 동조한 것이다.

표결 후 정의당이 발표한 입장은 여전히 분별력이 없다. “비록 과반에 미달한 부결이지만, 당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른 헌법기관들의 소신이 담긴 결과입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체포동의안 가결 표의 압도적 대부분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표인데, 그것이 “국민의 뜻”인가?

또, 이재명 체포동의안의 진정한 목적이 이재명을 제거해 우파의 집권 연장을 꾀하자는 것인데, 그런 상황이 정의당에 유리한가?

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아니다. 2008년 촛불 운동에 의해 코너에 몰렸던 이명박을 (운동 내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반대 때문에) 끝내 정면 공격하지 못한 결과는 이명박의 대대적 보복과 함께 2012년 박근혜의 집권(우파 집권 연장)이었다.

정의당이 성장하려면, 구체적인 정치 상황에서 대중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 도움이 될 정치 전술을 채택해 대중 운동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선거에서 표를 늘리기 위한 국회 책략에 의지하는 것은 그런 운동이 일어나는 데에 지극히 부차적인 기능을 하거나 이번 경우처럼 해롭기까지 하며, 정의당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안 된다.

윤석열은 고위 검사 출신의 측근인 정순신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하려다 그 자의 비위가 드러나 지금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 정순신 사건은 윤석열 정부가 그런 역겨운 특권 행사를 별 흠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 검찰권 남용으로도 모자라 경찰 수사권도 정치적 통제 강화에 써먹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도 윤석열의 뜻대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도 드러났다.

정의당은 윤석열과 보수 세력에 (정당한) 반감을 가진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이반하게 된 것을 메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회 책략과 선거보다 대중 운동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