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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은 미국의 대중·대북 워게임이다

3월 13일부터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진행된다. 이번 훈련에 앞서, 이미 크고 작은 연합훈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었다.

미군의 전략 자산(전쟁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목표, 특히 군사기지와 군수품 생산업체 등을 타격하는 무기체계를 가리키는 용어)도 빈번하게 한반도로 왔다.

이번 ‘자유의 방패’ 훈련은 무려 11일 동안 진행될 뿐 아니라 그 규모와 강도도 전보다 커질 듯하다. 여기에는 이른바 ‘북한 안정화 작전’, 즉 북한 점령 훈련도 포함돼 있고 대규모 상륙 훈련인 쌍룡 훈련도 진행된다.

이번 훈련에는 미군 항공모함도 동원될 예정인데, 이 항공모함은 한미연합훈련 외에 한미일 미사일 경보 훈련에도 동참할 것이다.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일본과의 관계를 다지고 군국주의를 강화하면서 한반도 불안정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출처 국방부

자체 핵무력과 중국이라는 배경에 힘입어 최근에 북한도 미국의 대북 압박 강화에 맞서 전에 비해 공세적으로 느껴질 만한 대항을 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들어 북한은 한미나 한미일 연합훈련에 미사일 발사 등으로 바로 맞대응한다.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북한이 이런 행동을 벌이는 것은 전에는 드문 일이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면서 올봄에 북한은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설 수 있다. 전술핵 전력을 위한 새로운 핵실험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최근 한미 양국은 연합훈련을 강화해 오고 있었다. 두 정부는 연합훈련을 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고 말한다. 특히, 점증하는 북핵 위협을 “억제”하려면 이런 훈련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명 “참수 작전,” 즉 유사시 북한 지휘부 제거 훈련을 하면서 “방어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얼마 전 한미 “참수 작전” 훈련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수장 제거에 쓰였던 무인기 MQ-9까지 동원됐다.

전략 무기가 동원되고 참수 작전과 점령 훈련까지 진행되는 것이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발사 한 데 이어 태평양을 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시사한 까닭이다.

점령 훈련

이런 연합훈련은 겉보기로는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는 듯하지만, 미국 정부의 진정한 목적은 그 이상이다. 즉,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향한 무력시위로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 한미 ‘핵우산’ 훈련을 한 후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훈련이] 북한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메시지를 준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 다른 국가가 중국임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3월 6일 한국에 전개된 미군 전략폭격기 B-52H도 중국이 코앞인 서해에서 훈련을 벌였다.

오늘날 한반도의 불안정 증대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제국주의적 갈등이 그 맥락이다.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의 중요한 한 쟁점이다.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은 북한이 핵실험 등을 하면 “방어적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확보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면 역내 미군 주둔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시진핑은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부터 해결돼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중국이 보기에, 북한 대응을 명분으로 한 한미일 군사 협력 증진은 자국에 전략적으로 매우 위협적인 골칫거리다.

윤석열의 친서방(미국과 일본) 외교

중국의 정찰 풍선 소동에서 드러나듯이, 미·중 양측의 불신과 적대는 증대하고 있고 양국 관계가 더한층 악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윤석열 정부는 미국·일본과의 관계를 다지고 군국주의를 강화하면서 한반도 불안정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 강제동원 합의를 하면서 한미일 군사 협력 논의는 속도를 더 낼 수 있게 됐다. 또한 정부는 미국·일본·호주·인도가 포함된 쿼드의 실무그룹에 적극 참여할 의향을 밝혔다.

윤석열의 한미일 협력 강화는 한반도의 핵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3월 8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미국이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창설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확장억제”는 유사시 미국이 핵우산, 재래식 전력, 미사일방어체계 등 모든 전력을 동원해 동맹국을 방어한다는 개념이다.

이런 협의체 창설 시도를 통해 미국은 일본과 한국을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계속 묶어 두고 싶어 한다. 두 동맹국이 독자 핵무장을 꿈꾸지 않게 잡아 두는 것이다.

또한 “대(對)북한, 대중국 결속을 위해 한미일의 안보 협력을 다지겠다는 의도”(요미우리)도 있다. 궁극으로 중국을 겨냥한 미국 주도의 동맹 강화 노력이 중국뿐 아니라 북한 국가의 생존에도 위협을 가한다는 것을 아는 북한은 미국이 계속 적대적으로 도발한다면 “선전포고로 간주”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이 협의체가 생기면 미국은 장기적으로 필리핀과 호주도 거기에 참여시킬 수 있다.

9일 〈중앙일보〉는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3자 차원의 확장억제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의체 구성에 협력하려는 것이다.

윤석열 외교는 위험한 도박이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상황을 보건대 올해 한반도 긴장은 더욱 점증할 것이다. 당장 전면적 충돌이 일어날 공산이 크지는 않지만, 긴장이 이렇게 계속 쌓이면 우연적 요인이 겹치며 돌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요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대외정책 전문가들이 남북 간 국지전 가능성을 부쩍 경고하는 까닭이다.

한반도 긴장 증대와 함께, 남북한 두 정부들 간에도 불신과 적대가 쌓이고 있다. 최근 두 정부 모두 공개 연설이나 공식 문서에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했다.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 태세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일본의 대북 제재 강화에 보조를 맞추며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래 개인 31명과 기관 35곳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한 윤석열은 무인기 사태를 맞아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 “확전 각오 태세로 대응”을 강조했다. 3월 3일 김승겸 합참의장도 일선 부대들에 북한의 “도발에 현장에서 과감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과거 서해교전과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의 경험을 돌아보면, 항상 남한 정부가 “압도적으로 대응하려다” 사태가 악화돼 국지전이 벌어졌다(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의 지적).

서방(미·일) 제국주의 지원하는 윤석열 정부를 반대해야 한다

동아시아에서 신냉전 압력이 커지고 북한 핵무력의 존재감이 점차 커지면서, 국내에서는 독자 핵무장론이나 주한미군을 지지하는 보수적인 생각도 확산돼 왔다.

그러나 자국 방어를 위한 무력 증강과 한미 군사 동맹 강화를 옹호한다면 평화를 향한 길은 외려 더 요원해질 뿐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 6위 수준의 육중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글로벌파이어파워 2022). 그럼에도 한국이 핵무장 시도 등 군국주의를 강화한다면, 안 그래도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의 무시무시한 군비 경쟁 드라이브가 가일층되는 데 일조할 뿐이다.

한미동맹은 평화 유지를 위한 필요악이 아니라, 긴장과 위기를 키우는 핵심 요인이다. 냉전 당시 한미동맹하에서 한국은 미·소 대결의 최전선이 돼야 했다. 오늘날에도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미·중 갈등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매개 요인이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 카를 리프크네히트는 “주적은 국내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경 너머의 지배자들이 차악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었다. 전쟁을 염두에 두고 군국화를 추진하는 자국 정부에 맞서는 게 전쟁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완전히 유효하다.

지금 한국의 좌파는 반제국주의적 평화운동을 건설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일본 제국주의와 이에 협조하는 ‘우리’ 정부에 주되게 반대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군사 협력, 대북 압박 강화, 군비 증강 등에 우선적으로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