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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뱅크 파산과 금융 위기 확산의 공포

실리콘밸리뱅크 ⓒ출처 Tony Webster

영국의 재무장관 제러미 헌트는 지난주 예산 기조 연설을 준비하다가 대규모 은행의 파산 소식에 대처해야 했다. 아직 2008년 금융 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 역사상 둘째로 큰 은행 파산이고 세계경제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 줬다.

실리콘밸리뱅크는 일년 반이 채 되기 전에만 해도 가치가 440억 달러에 달했지만, 이제 그 가치는 땅에 떨어졌다. 그 바람에 국가가 개입해 부채의 대부분을 갚고 예치금의 일부를 보증했다.[얼마 후 미국 정부는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했다 — 역자]

실리콘밸리뱅크는 예금을 받아서 기술 스타트업들과 번창하는 신생 기업들에 대출해 줬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실리콘밸리뱅크는 그 돈을 투자할 만한 수익성 좋은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손쉽게 이익을 얻으려고 모기지 채권이나 미국 국채 등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증권에 예치금 910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런데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렸다. 인플레이션에 종지부를 찍고 경제를 침체시켜서,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파업에 나서지 못하도록 위협하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실리콘밸리뱅크의 “안전한” 투자들은 애초 투자했을 때보다 그 가치가 최소 150억 달러 하락했다. 이것은 패닉을 낳았고 예금주들은 예치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뱅크는 그 돈을 토해 낼 수 없었다. 그래서 국가가 개입해 시스템을 지탱했다. 국가가 은행에게는 언제든 돈을 퍼주려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주 영국 재무장관 헌트는 이번 파산 사태에 휘말린 영국 기술 스타트업들을 구제할지를 검토했다. 기술 기업 210여 곳은 헌트에게 서한을 보내 “영국 기술 부문 자체의 존립이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기업들이 “강제 청산을 당하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3월 13일 다음 주부터 위기가 시작될 것입니다. 지금 그 위기를 미리 막아야 합니다.” 애드주나[영국의 구인·구직 검색 서비스], 클리어스코어[영국의 신용 조사 서비스 업체], 커브[영국의 핀테크] 등의 설립자들과 최고 경영자들이 이 서한에 연명했다.

실리콘밸리뱅크 파산 이틀 전에는 암호화폐 부문을 지원해 온,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은행인 실버게이트가 자발적 청산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이 또한 초조해진 고객들이 예치금을 대거 인출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제 온 금융 체계가 가슴을 졸이고 있다.

한 거대 벤처 자본 펀드의 고위 간부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실리콘 밸리를 지원해 온 실리콘밸리뱅크의 40년 된 사업 관계들이 14시간 만에 증발해 버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실리콘밸리뱅크 사태가 낳을 파장은 광범할지도 모른다. 실리콘밸리뱅크는 미국에서 기술, 생명 과학 부문 벤처 자본 기업들의 절반에 달하는 기업들의 파트너 구실을 하던 은행이다.”

금융 당국은 팩웨스트, 웨스턴 얼라이언스, 퍼스트 리퍼블릭 같은 은행들의 주식을 거래하는 것(즉, 도박)을 중단시켰다. 그 은행들도 실리콘밸리뱅크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여겨져 주가가 40~50퍼센트 떨어졌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마이클 로버츠는 이렇게 지적했다. “실리콘밸리뱅크의 파산은 일회적 사건일지도 모르지만, 금융 추락은 언제나 가장 취약하거나 무모한 기업들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실리콘밸리뱅크는 다가오는 경기 침체의 두 가윗날에 끼어서 짓눌려 있던 은행이었다. 기술 부문의 수익성 저하와, 금리 인상이 낳은 자산 가격 하락이 그 가위의 양날이다.”

금리, 채권, 이윤 추구

대부분의 채권은 고정된 이율로 이자를 지급하게 돼 있고, 그 채권을 산 부자들과 기업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이자를 걷는다. 금리가 낮거나 떨어지면 그런 채권을 사는 것이 가장 나은 베팅으로 보이고, 더 많은 사람이 채권을 사려 해 채권 가격이 올라간다.

반면 금리가 오르면, 그보다 낮은 채권의 금리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채권의 가격이 떨어진다.

그러면 현금이 필요해서 채권을 팔아 치우려 하는 채권 보유자들은 곤경에 처한다. 채권을 팔아서 얻는 돈이 기대보다 적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자 전 세계의 은행들은 이런 채권들로 인해 총 620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잠재적 위험에 처해 있다. 그것이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현금이 필요해지고 그 채권을 팔기 시작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