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이란-사우디 중재로 드러난 중동에서의 중국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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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군사력을 이용해 중동에서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제 중국이 그 지역의 주요 전략적 행위자로 등장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지난 금요일의 가장 중요한 뉴스는 영국방송공사 BBC가 매우 우익적인 영국 보수당 정부에 굴복해 인기 스포츠 진행자 게리 리네커의 출연정지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아니었다. 장기적으로 보아 십중팔구 더 중요한 뉴스는, 같은 날 중국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 정상화 합의를 자신이 중재했다고 밝혔다는 소식일 테다.
이 합의에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하나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맺은 합의라는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패배하자 — 다음 주면
둘은 시리아와 예멘에서 대리전을 벌여 왔다. 이란에 대한 두려움을 공유한 덕분에 이스라엘은 페르시아만 연안의 왕정들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었고, 도널드 트럼프는 이런 움직임을 적극 밀어 줬다. 그 결과 2020년 9월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돼 아랍에미리트연합과 바레인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했다.
싱크탱크인 카네기재단의 카림 사자드푸어는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이제 와서 왜 기꺼이 관계를 정상화하려 하는지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이란 정부는 여기서 무엇을 얻는가? 이란은 심하게 고립돼 있고, 몇 달 동안 시위로 곤욕을 치렀으며, 중국에 전략적·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고립을 완화시키고, 통치 정당성을 확보해 주고,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만큼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킨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무엇을 얻는가? 2019년 아람코
한편, 이 합의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요소는 중국이 중재자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회담을 주재한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이렇게 꼬집었다. “세계에는 우크라이나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1978~1979년 이란 혁명 이래 미국은 페르시아만 연안 지역에서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군사력을 거듭 동원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중동에서 수출되는 석유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중동 석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는 크게 줄었다.
셰일 혁명으로 미국이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이란의 주요 경쟁국이다.
한편, 중국은 페르시아만 연안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 됐고, 중동과 그 밖의 지역에서 제조업 상품 최대 수출국이 됐다. 이제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무역 파트너다.
미국과 페르시아만 연안국들의 관계도 계속 악화돼 왔다.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은 지난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고, 지난달에는 이란과의 전략적 협력을 위한 협정에 이란 대통령 에브라힘 라시아와 함께 서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을 따라 러시아를 고립시키기를 거부했다.
미국은 중동 전역에 여전히 대규모 군사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그 지역에서 4만 ~ 6만 명에 이르는 병력과 30개에 가까운 주요 기지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크리스틴 스미스 디완은 이렇게 지적했다. “중국은 페르시아만 연안의 명실상부한 전략적 행위자로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