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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과 북한 ICBM 발사 — 미·중 갈등과 긴장이 더욱 커지다

이번 주부터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됐다. 전보다 훨씬 강화되고 확대된 훈련이다. 당연히 주변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3월 14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훈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반도 불안정의 주된 원인이 “유관국들의 대북 압박과 억제”에 있다면서 말이다. 물론 ‘자유의 방패’ 훈련이 북한뿐 아니라 자국까지 겨냥한 것임을 알고 하는 말이다.

북한도 전략순항미사일 등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며 대응하고 있다. 특히, 한일정상회담이 열리는 16일 오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일본 앞바다로 발사했다.

이처럼 미·중 갈등 격화를 배경으로 연합훈련과 미사일 발사가 교차하며 한반도에 긴장이 쌓여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서방 제국주의 편들기는 한국이 신냉전의 최전선이 될 위험을 키우고 있다 ⓒ출처 육군

체스판

지금 미국과 중국, 두 제국주의 강대국은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유라시아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미국과 중국이 저마다 적극적인 수를 주고받는 양상이다. 한반도는 그 체스판의 일부다.

3월 1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중국의 중재로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이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주름잡아 온 중동에서 주요 행위자로 올라섰음을 과시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바이든 행정부에 경종을 울린 일”이라고 경계했다.

한편, 시진핑은 이르면 다음 주 모스크바로 가서 푸틴과 전략적 협력 증진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푸틴과 젤렌스키 간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관여하려 한다.

미국이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한일 관계 진전은 미국이 최근에 거둔 그들의 중요한 외교적 성과다. 바이든 정부는 전부터 한일 관계 개선을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과제로 꼽아 왔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아시아 담당 부소장인 빅터 차는 강제동원 한일 합의가 한미일 3자 간 의제 추진에 속도를 낼 기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군사 문제에서 한미일 연합훈련 확대·제도화, 한미연합사와 일본 방위성 간 연락장교 파견, 한미일 ‘확장억제’(미국이 핵우산, 재래식 전력, 미사일방어체계 등 모든 전력을 동원해 동맹국을 방어한다는 개념) 공동 협의체, 대만해협 유사시 공동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빅터 차의 제언은 지금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13일 미국, 영국, 호주의 오커스(AUKUS)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최대 5척을 팔기로 하는 등 군사 협력을 증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로 미국은 태평양에서 중국의 확장을 견제할 군사 동맹을 강화했다. 윤석열은 거기에 주된 행위자로 포함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전구급

올봄 한미연합훈련은 미·중의 이런 각축전이 한반도라는 지역에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잘 보여 준다.

미국과 윤석열 정부는 이번 ‘자유의 방패’ 훈련에서 실기동 훈련을 ‘전구급’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는 매우 공세적인 의미가 있다. “전구급이란 한반도 전면전을 상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휘소 훈련은 물론이고 실기동 훈련도 세계 최대 규모 훈련이 부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이달 말에는 미군 항공모함 니미츠함이 한국에 와서 한국군과 훈련을 벌인다.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동해에서 일본 자위대도 참가하는 한미일 미사일경보훈련까지 실시한다. 한미 군사훈련이 한미일 군사훈련으로 이어지며 한미일 군사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연합 상륙 훈련인 쌍룡훈련도 1만 3000여 명을 동원해 대규모로 진행한다. 한국군은 여단급에서 사단급으로 훈련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쌍룡훈련에는 영국 코만도 부대도 참가한다. 오커스의 일원인 영국의 한미연합훈련 참가는 영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며 군사적 역할을 늘려 온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당연히, 북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월 12일 동해에서 북한은 잠수함에서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남한 전역과 주일미군 기지까지 기습 타격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려 한 것이다. 14일 북한은 황해남도 장연에서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곳은 남한 백령도에서 지척이고 서울과도 멀지 않은 곳이다.

16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후원 속에 진행되는 한일 정상회담을 주로 겨냥한 것이었다. 북한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행동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향후 추가적인 맞대응이 있을 수 있다.

반면, 얼마 전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시진핑의 국가주석 3연임을 축하하는 친서를 보내어 북한과 중국의 관계 증진을 약속했다. 이처럼 북한은 중국·러시아와의 유대를 강화하며 한미일의 압박에 대처하는 것이다.

F-35A

《2022 국방백서》를 보면, 지난해 한미 군 당국들은 국내외에서 연합훈련을 총 256회나 벌였다. 365일 중 훈련을 벌이지 않은 날이 별로 많지 않았던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연합훈련이 벌써 여러 차례 벌어졌다.

이에 더해 13일 윤석열 정부는 스텔스 전투기 F-35A 20여 대를 추가 도입하고 SM-6 함대공 요격 미사일을 미국에서 구입하는 동시에, 함대공 요격 미사일을 자체 개발하기로 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증진하며, 군비 증강에 매진하는 등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 불안정화에 일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우파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에 이런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우리가 강할 때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은 북한 국내총생산보다 훨씬 많은 돈을 국방비에 쓰며, 3만 명에 가까운 주한미군도 주둔해 있다. 이것만으로도 북한과 중국을 자극하는데, 여기서 군국주의와 친서방 외교를 더 강화하는 것은 결국 한반도를 둘러싼 ‘강 대 강’ 대결 양상을 악화시킬 뿐이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꼭두각시여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지배계급 자체의 이해관계를 나름으로 대변하며, 갈수록 분열해 가는 국제 질서 안에서 서방 제국주의와의 협력을 더 늘려서 한국 자본주의의 위상 향상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선택으로 인해 한국이 신냉전의 최전선이 될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