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검찰이 임수경 씨 아들의 사망 소식에 악플(악성 댓글)을 단 사람들을 기소한 사건이 벌어졌다. 어찌나 혐오감을 주었던지 여러 포털 사이트의 여론 조사 결과 70퍼센트 가까운 사람들이 악플을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악플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누군가에게 험한 욕설을 해대는 효과를 낸다. 이런 자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

무엇보다도, 법적 처벌을 통한 규제는 악플을 사라지게 하기보다는 국가의 인터넷 검열에만 도움을 줄 것이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데서 너무 나아가 악플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약 ― 관리자의 삭제, 게시판 실명제 등 ― 에도 반대한다. 하지만 권리는 소극적인 것이다. 임수경 씨나 최근의 무하마드 만평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표현의 자유가 언제나 모든 것에 우선하는 최고가 돼서는 안 된다.

악플 같은 부작용도 있긴 하지만, 인터넷 게시판과 댓글 시스템은 예전에는 불가능해 보이던 것들을 가능하게 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긴 토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런 장점을 잘 살리면 토론과 논쟁의 양과 질을 높이는 구실을 할 수 있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과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율이 대단히 높은 한국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개선해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인터넷 게시판을 선택한다. 이는 좌파 활동가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어서 ‘다함께’ 웹페이지에 게시판이 없음을 의아하게 여기거나 항의하는 메일이 오기도 한다.

그러나 게시판과 댓글의 장점은 일면적이거나 과장된 경우가 많다.

게시판을 통한 의사소통의 가장 큰 장점은 신속함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이다. ‘쌍방향 소통’이라는 측면을 특별히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은 그 신속함에 대한 찬사다. 어떤 종류의 매체에서든 쌍방향 소통은 이뤄진다. 그게 얼마나 빨리 또는 얼마나 폭넓게 이뤄지는지가 다를 뿐이다.

최근 발표된 통계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의사소통이 흔히 알려진 것만큼 폭넓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네이버’에 따르면 뉴스 이용자의 겨우 0.06퍼센트가 전체 댓글의 25퍼센트를 쓴다. 또, 전체의 10퍼센트가 전체 댓글의 50퍼센트 가량을 만들어내고 있다.

‘신속함’과 ‘개방성’도 서로 모순된 면이 있다. 대체로, 신속함은 필요할 때 언제나 그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매우 단순한 사건·사실에 관한 글일 때나 그렇다.

글이 조금만 길어지거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사태는 순식간에 달라진다. 분 단위로 게시판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들을 읽고, 신속하게 판단해 자기도 그런 토론에 진지하게 참여하는 것은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하다. 과도한 신속함이 오히려 개방성을 침해하게 된다.

심지어 특정 인터넷 게시판의 신속함에 반응할 수 있는 ‘준비된’ 독자와 필자들에게조차 수많은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벌여야 하는 게시판 토론은 피상적인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이들에게 있어 전략·전술은 오직 초전박살을 위한 것이다.”(강준만, 《인물과 사상》 33호)

결국 글의 전체 맥락이 아니라 사소한 표현에 집착해 악다구니처럼 물어뜯기만 일삼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아무리 뛰어난 분석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욕설이나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천박한 글의 조회수를 견뎌낼 수 없다. 전체 맥락에서 떼어내 지극히 협소한 문제를 두고 벌이는 언쟁은 어느 게시판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악플이 많이 달린 글일수록 조회수가 높아지고 “댓글이 포털의 페이지뷰를 높이는 데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으므로 포털이 악플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연합뉴스〉 1월 24일치)

마지막으로 ‘시간과 장소에 별로 구애받지 않는다’는 인터넷 게시판의 또 다른 ‘장점’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다. 어느 정도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시간과 장소는 다른 무엇보다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보다는 더 많은 자유시간(노동시간 단축)과 생활수준 향상이야말로 이런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전된 다른 기술들이 주는 혜택과 마찬가지로 게시판과 댓글을 통한 의사소통과 토론에도 양면성이 있다. 단점들을 보완하고 장점들을 충분히 이용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하지만 그런 기술의 혜택도 사회의 작동 원리와 지배적인 의식, 그리고 물리적인 한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 스마트폰 앱으로 〈노동자 연대〉를 만나 보세요!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아이폰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