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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를 끔찍하게 억압하는 군대

얼마 전 한 동성애자 사병이 군대 내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행위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8개월 간의 기록은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가장 끔찍한 차별과 혐오를 여과 없이 보여 준다.

‘아들이 동성애자라 힘들어하니 잘 부탁드린다’는 부모님 의견서를 병사들이 거리낌없이 돌려보거나, 상관이 성관계 횟수를 묻기도 하고, 입대 전에 헌혈한 적이 있다는 말에 기겁을 하며 에이즈 검사를 강제로 받게 했다. 또한 동성애자임을 증명하는 증거로 성관계 사진을 가져오게 하는 등 참을 수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선임병들은 “임신했냐? 오빠라고 부르라”거나 성기를 만지게 하는 등 그를 성추행했다. 내무반에서는 동성애자 이등병이 보자기로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사병들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심각한 대인기피, 우울증, 자살충동으로 힘겹게 하루 하루를 버텨냈다.

이 때문에 인권단체연석회의는 기자회견에서 당장 전역시킬 것을 요구했고 군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군은 더 많은 동성애자들이 군대에서 겪는 차별과 혐오를 개선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하다. 최근 국방부는 이 사건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제대한 사병이 8명뿐이라고 발표했다. 게다가 이들은 군인사법에 의해 ‘변태적 성벽자’로 분류됐다.

일부 사람들은 동성애를 이유로 전역하는 것을 특혜라고 보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대다수의 동성애자들은 군대 내에서 되도록 성적 지향을 숨기고 싶어한다. 부모에게 알려지거나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것은 예사인데다 불명예제대를 하면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군 제도는 매우 억압적이다. 군형법 92조는 ‘계간’[남성간의 성애를 ‘변태성욕’, 정신질환 등으로 규정한 개념]에 대해 징역 1년형을 내리며,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은 트랜스젠더나 동성애자를 심신장애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업군인은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면 군에서 쫓겨나고 사병들은 동성애로 인한 정신질환이 있음을 입증해야 치욕스런 제대를 할 수 있다.

반면에, 동성애자 사병이 자신은 정신질환 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그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건 다시 군에 복귀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조항들은 시급히 삭제돼야 한다. 하지만 군은 동성애를 인정할 수 없다며 삭제를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동성애자에 대한 대체복무제조차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군대 내에서 조롱거리가 되거나 죽음을 택하는 동성애자는 늘어갈 것이다.

군대는 억압적인 사회체제의 본질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군대는 평범한 젊은이들이 서로 총을 겨누도록 만들기 위해, 가장 폭력적인 위계질서를 주입하는 곳이다. 군대 내 동성애자 억압은 이러한 군대의 극악한 단면이다.

군대는 사회의 편견과 혐오를 이용해 다수를 통제하고 폭력을 정당화한다. 이번 사건은 군대의 추악한 본질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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