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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쳐 장시간 노동 개악안에 커지는 불만:
윤석열의 노동개악 추진이 난항을 겪다

윤석열 정부가 주당 최대 69시간 노동을 골자로 하는 개악안을 내놓았다가 강한 반대 여론에 밀려 난관에 빠졌다.

윤석열은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한 지 8일 만에 보완 검토를 지시하고 이른바 ‘MZ노조’(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설득에 나섰다가 또다시 실패했다. 3월 15일 고용노동부, 국민의힘이 잇따라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를 초청해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부·여당 측은 “주 69시간제는 잘못된 프레임”이라며 정부안은 노사 선택권, 휴식권 보장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짓 주장이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정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만성과로 수준까지 장시간 일 시키겠다면서 노동시간 “선택권”, “건강권”?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주일간 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언을 뒤집으면서 우왕좌왕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이 주 60시간 상한캡을 제시했다가, 노동부 장관이 “의견 수렴 과정에서 주 60시간 이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가, 대통령실 관계자가 “(주 60시간은)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긋기까지 했다.

결국 3월 21일 윤석열은 생중계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 강제동원 합의에 대한 파렴치한 정당성 주장과 함께 노동시간에 관한 “혼선”을 정리하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주 60시간 이상은 (노동자들의) 건강상 무리다.”

이는 단지 대통령과 정부 주요 인사들 사이의 소통 부족 문제가 아니다. 사용자들의 이윤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하면서도 대중적 반대 여론도 눈치 봐야 하는 윤석열 정부의 난처한 처지에서 비롯한 것이다.

윤석열이 다중의 위기 상황에서 기업주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려 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강하게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면서 올해 1호 개악 법안으로 노동시간 개악안을 입법예고했다. 내용인즉, 과로사 인정 기준을 넘어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장시간 몰아쳐 일을 시키면서 임금은 삭감하기였다.

이는 곧바로 광범한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게다가 지금은 한·일 강제동원 합의에 대한 분노가 큰 시점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서 윤석열 정부는 단지 일본 정부에 굴욕적으로 무릎 꿇은 게 아니라, 전통적인 한미일 동맹을 더 확고히 해 한국 지배계급의 (지정학적·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 한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고통을 짓밟는 것이고, 한반도 주변 정세를 더한층 불안정과 긴장으로 내모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터져 나오면서, 노동시간 개악 추진과도 맞물려 정부 지지율이 다시 30퍼센트대로 떨어졌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철옹성이기는커녕 정치적으로 난처한 처지에 몰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지율 하락

장시간 노동은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불만을 쌓아 온 뜨거운 감자다. 최근 ‘사람인’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직장인의 91.5퍼센트가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안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휴무 없이 노동시간만 길어질 것이라는 이유였다. “(장시간 노동) 프레임을 바꾸지 못하면 근로시간 개혁 필패”(〈한국경제〉)라는 걱정이 지배자들 내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은 노동시간 유연화가 장기 휴가 등 선택권을 보장한다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청년 세대에 적합하다고 내세웠지만, 이런 이간질 시도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청년들은 정부 개악안이 하루하루 녹초가 되고 여가는 포기해야 하는 ‘기절 시간표’일 뿐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 유연근무제 하에서 압축적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면서 임금마저 삭감된다는 점도 불만의 대상이다. 고물가로 인한 생계비 위기 속에 청년들의 삶도 고달프기 때문이다. 청년 세대가 직무성과급제를 선호한다는 흔한 주장과 달리, 최근 ‘MZ노조’ 안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추진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윤석열이 강한 반대에 밀려 허둥지둥 대고 있는 지금이 싸울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