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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전쟁 파병 20년:
미국의 약소국 강점과 황폐화를 돕다

2003년 3월 20일,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9·11 공격의 배후이며,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며 말이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노린 것은 이라크를 점령해 중동산 석유를 지배하고 자국의 패권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겨우 취임 한 달 만에 재빠르게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라크 파병을 발표했고, 국회는 침공 2주 만인 4월 3일 파병 동의안을 가결했다.

이렇게 창설된 자이툰 부대는 2004년 2월 23일부터 2008년 12월까지 파병됐는데, 그 규모가 3800여 명으로 점령군 중 미군과 영국군 다음으로 컸다.

파병의 명목은 “평화 유지”와 “재건”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파병 부대가 “재건 활동 중심의 비전투 부대”라며 파병을 정당화하려 애썼지만, 미국의 원활한 점령을 도우며 미국의 제국주의 패권에 일조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압제로부터의 해방”과 “민주주의” 따위의 구호를 내세웠지만 이라크인들은 처음부터 그 위선에 속지 않았다. 이후 한국군 파병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 11월 이라크에서 시행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라크인의 80.1퍼센트가 한국군이 “절대로 와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전투병이든 비전투병이든 마찬가지로 미국을 돕는 일일 뿐”이라며 반대한 사람도 54.5퍼센트나 됐다.

2003년 3월 22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노무현 정부의 파병에 반대하는 반전 시위대 ⓒ〈노동자 연대〉

이라크 파병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 된다?

한국 정부는 또한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이라크 파병을 정당화했다.

당시 노무현은 이렇게 말했다. “우호 관계와 동맹의 도리를 존중해, 어려울 때 미국을 도와 주고 한미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게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파병 요청을 들어주면 대가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미국의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거짓말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이라크인들이 학살당하건 말건 노무현에게도 우선순위는 한미동맹이었다. 당시 노무현의 비서실장이던 문재인은 회고록에 이렇게 적었다. “국가 경영을 모르는 진보·좌파들이나 파병을 반대했다.”

물론 미국 정부에게 북한 문제는 자국의 패권 증진에 이용할 장기말이나 다름 없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이용했다.

이라크 침공은 북한 관료들의 두려움을 자극했고,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이 성공했다. 그러나 북핵 협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인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한국인들에게도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했던 것이다.

기업의 이익 챙기기

미국의 석유 기업들은 점령 후 이라크의 석유 개발권을 따내며 막대한 이윤을 쓸어 담았다.

한국군 파병의 배경에는 한국 기업들의 중동 진출 확대도 있었다.

미국과 한국 기업들의 안중에는 평범한 이라크인들을 위한 교육이나 의료 문제는 없었다.

한국 기업주들도 전후 재건 사업에서 이권을 챙기려 군침을 흘렸다. 2003년 10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를 보면, 한국 기업인 71.4퍼센트가 이라크 파병에 찬성했다. 전쟁으로 파괴된 인프라 재건에 현대건설, 한화건설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참여해 수천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하지만 이라크로 파견된 한국인 노동자들은 사지로 내몰렸다. 2003년 11월 미국 기업의 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 김만수 씨와 곽경해 씨가 피살됐다. 2004년 6월에는 군납 업체 노동자 김선일 씨가 납치 살해됐다.

전쟁 반대

노무현 정부는 파병 비용으로 무려 7238억 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가 공언한 평화는 한반도에도, 이라크에도 찾아오지 않았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은 철저한 파괴와 인권 유린으로 점철됐다. 이라크인 100만 명이 미국의 침공과 뒤이은 점령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 이전 경제봉쇄로 인한 사망자 수십만 명을 빼고도 그렇다.

이라크 전쟁 개시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라크인들은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한때 중동에서 공공의료 제도가 가장 발달했던 이라크는 이제 700만 명이 넘는 아동들에게 안전한 물조차 공급하지 못하는 곳이 돼 버렸다.

노무현과 그의 비서실장 문재인은 온갖 미사여구로 전쟁과 파병을 정당화하려 했지만, 제국주의 전쟁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재앙이자 야만이다.

진정한 평화는 자국 정부의 전쟁 참여를 반대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