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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서 얻어 낸 성과: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 위헌 판결 환영한다!

지난해 10월 헌재 앞에서 열린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 위헌 촉구 기자회견 ⓒ이미진

3월 23일 헌법재판소가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을 가능케 하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2025년 5월 31일까지 대체 입법을 주문했다.

2016년 이 조항에 대한 위헌 제청이 처음 이뤄진 이래 세 번째 소송 끝에 승리한 것이다.

외국인보호소는 강제 추방을 앞둔 미등록 이주민을 출국 전까지 구금하는 시설이다.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은 미등록 이주민을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소에 구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금에 기한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구금된 이주민이 출국할 수 없는 사정이 있거나 출국을 거부하는 경우 장기 구금되는 일이 벌어진다. 무려 4년 8개월 동안 구금된 이주민도 있었다.

체불 임금이나 소송 등 한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거나, 한국에 오래 거주해 본국에 생계 기반이 전혀 없는 등 그 사유도 다양하다. 특히,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 난민들이 장기 구금되곤 한다.

보호소 무기한 구금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이런 이주민들을 출국하도록 압박하는 수단이다.

게다가 보호소 내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쇠창살이 쳐진 보호실 내 방은 1인당 평균 공간이 1.84평에 불과하고, 15명가량의 인원이 한 방에서 화장실 하나를 두고 생활한다. 외부 병원 방문 제한, 질 낮은 급식, 샤워실 온수 사용 제한 등 문제점을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또 마치 수형자처럼 등에 “보호외국인”이라고 적힌 동일한 보호복을 입히고, 민사재판에 출석할 때도 수갑을 채워 호송해 법정에서야 풀어 주는 등 모욕적으로 대우한다.

이런 환경에서 장기 구금된 이주민들은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되기도 한다. 그래서 보호소에서 석방된 지 얼마 안 돼 노동강도가 높은 일자리에서 일하다 돌연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다.

캠페인

구금된 이주민들은 이러한 억압적인 조건에 맞서 항의하기도 했다. 연서명한 성명서를 작성해 외부로 알리고, 국가인권위나 국제기구 등 제도적 수단들을 활용하고, 단식을 하며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보호소 측이 아픈 동료를 외부 병원에 보내 주지 않자 집단적으로 시끄럽게 항의하며 치료를 요구한 사례도 있다.

보호소 바깥에서 연대 단체들(지속적으로 화성보호소 방문 활동을 하며 구금자들을 접촉해 온 ‘마중’ 등 사회운동 단체들)은 이런 소식을 파악해 꾸준히 공론화하고 정부에 항의하며 때로는 캠페인도 벌였다.

특히 2021년 9월 화성외국인보호소 당국이 구금된 모로코인 난민 M 씨에게 ‘새우꺾기’ 고문을 한 사건을 폭로해 보호소 내 인권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드러냈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자체 진상 조사를 하고 인권 침해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그 후 무려 5개월 동안이나 M 씨를 석방하지 않았다. 이에 M 씨는 보름간 단식을 벌이며 항의했고, 지원 단체들이 연대 단식을 하고, SNS ‘인증샷’ 캠페인을 벌이고, 청와대와 여러 지역 출입국관리청 앞에서 기자회견과 거리 행진을 했다.

이때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의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도 벌어져 헌법재판소에 제출되기도 했다.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은 이런 항의와 캠페인이 거둔 소중한 성과다.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

다만, 헙법재판소가 대체 입법 기한을 2025년으로 멀찍이 잡은 것은 아쉽다. 앞으로도 길게는 2년 넘게 이 조항이 적용돼 적잖은 이주민이 큰 고통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 입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며, 법무부는 그 전이라도 이주민과 지원 단체들이 위헌 제청을 했던 취지에 비춰 장기 구금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대체 법안의 내용이 무엇이 될지가 관건이다. 구금 허용 기간이 여전히 길다면 이번 판결을 위해 싸워 온 취지는 무색해질 것이다.

또한 구금 기간 상한에 도달해 석방된 이주민을 위치 추적이나 주거지 제한 등으로 감시·통제한다면 사실상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을 수 있다. 이는 석방된 이주민이 위험인물이라는 편견을 조장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헌재가 이번 판결 이유에서 “[강제출국은 보호소 구금 외에] 주거지 제한이나 보고, ... 감독관 등을 통한 지속적 관찰 등 다양한 수단으로도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은 대체 입법이 그런 방향으로 이뤄질 여지를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이 석방 후 취업을 금지하고 각종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하면 출국을 종용하거나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로 내모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올해 2월 기준 미등록 이주민은 약 41만 명으로 전체 이주민의 19퍼센트에 이른다. 정부는 이를 20만 명으로 줄이겠다는 5개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최근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예배 중인 교회까지 들이닥쳐 수갑을 채우는 등 인권 침해도 빈발하고 있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고통받는 이주민도 늘어날 것이다.

구금 기간 축소만이 아니라, 모든 미등록 이주민을 무조건 합법화해야 하고 외국인보호소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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