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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증보판 프랑스 연금 개악 반대 투쟁:
파업 노동자들이 국가 탄압에 맞서면서 항쟁이 커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단지 연금을 지키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과 체제에 맞선 전쟁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현지의 최근 상황을 반영해 기사를 개정증보했다.

파리 바스티유 광장의 시위대 ⓒ출처 Gareth Jenkins

프랑스에서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또 한 차례 벌어졌다. 연금 개악이 입법 단계를 통과했다고 해서 항쟁이 끝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3월 23일에 파리에서 80만 명, 전국적으로 350만 명이 행진했다고 밝혔다. 많은 언론들은 노동자와 학생 등 엄청난 수의 젊은이들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3월 16일에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해 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는 법안을 관철시켰지만 저항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저항이 더한층 고조되고 공세적인 성격을 띄게 됐다.

이제 많은 파업 노동자들은 연금 개악만이 아니라 정부, 체제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술자 노조 대의원 소피 비네는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헌법 49조 3항 발동은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도 불러일으켰습니다. 청년과 노동자들의 결합은 성공적인 동원을 가능케 하는 한 요소입니다.”

노조에 따르면 마르세유에서 25만 명, 보르도에서 11만 명, 리옹에서 5만 5000명, 클레르몽페랑에서 5만 명, 타르브에서 2만 4000명, 바욘에서 2만 4000명, 르퓌앙블레에서 1만 5000명이 시위를 벌였다.

많은 곳에서 전례 없는 규모로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노조는 툴롱에서 3만 명, 아비뇽에서 3만 명, 아쟁에서 6000명, 니스에서 4만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모두 기록적인 수치다.

주요 정유소 7곳 중 4곳에서 무기한 파업이 계속되고 있으며 파리와 몇몇 다른 도시의 폐기물 수거 노동자들도 파업 중이다. 엄청난 쓰레기 더미가 수도 파리의 길목을 틀어막고 있다. 폐기물 수거 및 하수도 노동자들의 대열의 일부로 파리 시위에 참가한 크리스토프 씨는 이렇게 말했다.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사라지고 나서야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립니다.”

3월 23일 이른 아침부터 활동가들은 “죽은 도시” 작전의 일환으로 교차로와 나들목을 점거하여 모든 교통을 차단하려 했다. 릴·리옹·샹베리·로리앙·툴루즈 등지에서도 이런 작전이 펼쳐졌다.

3월 22일 프랑스 남부의 포쉬르메르 정유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프랑스 국가경찰 부대와 맞붙어 일시적으로 그들을 몰아냈다. 위고 씨는 이렇게 말했다. “노동조합원인 우리는 사람들에게 대체 인력 투입 저지선에 결합해 달라고 호소했고, 수백 명이 이에 호응했습니다. 우리가 전경보다 훨씬 많아서 그들을 격퇴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경들은 최루탄을 엄청나게 쏘아대고 진압봉을 휘두르며 반격해 왔습니다. 전경들이 우리가 점거했던 다리를 침탈하기는 했지만, 파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우리는 자신감이 더 높아졌습니다. 우리가 단호하게 맞선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성은 그날 밤 프랑스 최대 정유소의 파업을 깨뜨리려는 시도도 저지했다. 정부는 노르망디 정유 공장의 일부 파업 노동자들에게 “필수 업무 유지” 명령을 내렸다. 정부가 토탈 사측에게 노동자들의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릴 권한을 부여하고, 이 명령에 불복하면 벌금을 매기거나 투옥시키겠다는 것이다.

CGT 토탈 노르망디 지부는 항구 도시 르아브르의 조합원들에게 오후 8시 정유소 앞 집회에 참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부두 노동자, 항만 노동자, 철도 노동자, 쉐브론 노동자 등 그 지역의 모든 산업 부문에서 300명이 넘는 파업 노동자들이 왔고, 학생들도 시위에 참가했다. 이들은 밤새 공장 부지 앞을 지키며 업무 복귀자를 저지하고 경찰이 그 저지선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날 저녁, CGT 토탈 노르망디 지부 사무총장 알렉시 앙토니올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자기 기만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파업을 분쇄하려고 무슨 짓이든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서든 다른 정유소에서든 등유를 얻어 내려고 무슨 짓이든 할 것입니다.

“저들은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파업이 계속되고, 시위가 커지고, 청년들의 행동이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이 파업 종료에 합의하면 필수 업무 유지 명령을 해제하겠다고 제안하며 파업 노동자들과 협상을 시도했다. 노동자들은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앙토니올리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미리 막아냈기 때문에 경찰의 침탈도 저지됐고, 업무 복귀자도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경찰이 개입한다면 포쉬르메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연대의 힘으로 복귀 명령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마크롱의 희망은 경찰의 곤봉, 감옥, 그리고 노조 지도자들이다. 노조 지도자들은 3월 23일에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힘이 있는 무기한 파업이나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무기한 총파업을 지속·확산시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노조 지도자들은 49조 3항 발동에 굼뜨게 대응했고, 이미 대중적인 요구인 마크롱 퇴진을 요구하는 운동으로 투쟁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다. 노조 지도자들은 임금과 노동 조건 문제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 쟁점들은 운동을 키우고 아직 운동에 참가하지 않던 새로운 층을 운동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운동은 급진화했지만 상층 노조 지도자들을 대체할 기층의 대안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기층의 네트워크들이 성장하느냐, 아니면 노조 지도자들의 무기력함, 비겁함, 협소한 시야가 저항을 질식시키느냐를 놓고 경주가 벌어지고 있다.


몽펠리에에서 곤봉과 최루탄 발사기로 무장한 경찰이 좌파적 인터넷 언론사의 사진기자를 겨누고 있다. “너네 표현의 자유 따위 관심 없어.” 경찰은 사진기자에게 이렇게 을러댔다. 사진기자는 이 사진을 찍고 재빨리 도망쳤다. ⓒ출처 @lepoinginfo (트위터)

경찰의 폭거

헌법 49조 3항 발동 이후 많은 도시에서 전투가 시작됐다. 시위대는 쓰레기통과 쓰레기 더미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불을 지폈다. 여기에는 좌파 활동가나 학생들만 참가한 것이 아니다. 많은 곳에서 노동자들도 참가했다.

경찰은 잔인한 탄압으로 대응했다. 수백 명이 체포됐다. 대부분 어떠한 불법 행위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거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끌려간 것이다.

3월 16일 루앙에서는 경찰이 쏜 고무탄에 한 여성의 엄지손가락이 찢겨 날아갔다. 3월 17일에 경찰은 파리의 샤틀레 지구를 순찰하면서 시위 참가자로 보이는 사람들을 자의적으로 골라내 검문하고 체포했다.

3월 18일에 파리 경찰은 시위대 수십 명을 붙잡아 모욕감을 주고 벽을 보고 앉게 한 뒤 체포해 갔다. 이때 체포된 시위 참가자 한 명은, 자신이 경찰에 48시간 구금된 직후 또다시 체포됐다고 트위터에서 증언했다. 경찰의 말로는 그냥 “빌어먹을 빨갱이”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고 한다.

18일 낭트에서는 경찰이 학생 시위자들을 성추행했다. 한 전투 경찰은 시위대에 자동 소총을 들이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거리로 나서고 있다.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에 대한 증오는 사람들이 정치 체제에 의문을 던지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3월 22일 마크롱은 TV 인터뷰를 시작한 지 10분 후에 손목시계를 슬그머니 풀었다.

사람들은 SNS에서 이 시계의 가격이 9000만 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마크롱은 사치스러운 시계를 차고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게 꼴사나워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 측은 마크롱이 테이블을 두드릴 때 시계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서 시계를 풀었다는 되도 않는 설명을 해명이랍시고 애써 내놓았다. 대통령 집무실 측은 그 시계가 공식 로고가 박혀 있지 않은 모델이라서 “겨우” 300만 원짜리라고 둘러댔다.

마크롱의 인터뷰는 대실패였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76퍼센트가 그의 직무 수행을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답했는데, 마크롱의 최저 기록이다. 이전 최저치는 [노란 조끼 운동이 고조되던] 2018년 12월의 수치로, 당시 63퍼센트가 마크롱에 반대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가 민주주의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파리 시위에 참가한 노아 씨는 이렇게 말했다.

“마크롱은 의회 표결도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고, 사람들은 시위를 한다는 이유로 거리에서 마크롱의 경찰들에게 두들겨 맞습니다. 좋아요, 우리가 스탈린이나 히틀러 밑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니죠. 그렇다 해도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공공주택 지구에서는 이런 일이 오랫동안 있어 왔어요. 젊은이들, 특히 무슬림과 이주민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두들겨 맞아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이걸 깨닫게 됐어요.

“우리에게 권리가 있기나 한가요? 우리는 5년마다 파시스트와 중도파 폭군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합니다. 순 사기입니다. SNS에서 우는 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많은 활동가들은 정부의 파업권 공격도 비판한다. 정유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대체 인력 투입을 저지하면, 정부는 노동자들이 폭력을 사용해 일터를 막아선다고 비난하며 필수 업무 유지 명령을 내린다.

마크롱은 적법하고 투표로 승인됐다는 자신의 통치권과 “떼거지” 권력을 대비시키려 했다. 마크롱은 “하층민”을 범죄자 집단으로 낙인찍으려 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본주의 정치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투지 높게도 경찰·장관·판사에 복종하기를 거부함으로써 국가 폭력에 대항할 것이다.

사람들은 마크롱을 꿰뚫어 보고 있으며, 핵심 권력층의 일부조차 마크롱이 지금 터뜨려 놓은 일에 대해 걱정한다. 마크롱 불신임안을 발의한 우파 의원 샤를 드쿠르송은 이렇게 말했다.

“현 정부는 이제 통치 능력을 잃었다. 대통령이 이 모든 결과를 헤아리고 결정한 건지 모르겠다. 나라는 점점 더 통치 불능 상태가 될 것이다.

“현 정부는 죽어가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총리 교체를 논의하고 있다. 당연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다고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착취와 차별에도 맞서 싸우는 파업 노동자들

여성 노동자, 학생,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시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전 몇몇 캠페인들보다 두드러지는 중요한 진전이다.

연금 공격으로 여성이 입는 타격은 특히 큰데, 일반적으로 여성의 임금이 더 낮기 때문에 연금 액수도 더 적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육아 휴직 때문에 연금 수령을 위한 최소가입기간을 채우는 데에도 더 오래 걸린다.

이 운동이 더한층 격화되던 바로 그때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 있었다.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시위는 바로 전날에 노동조합들이 벌인 대규모 행동의 날의 파업을 연장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여성해방과 더 광범한 노동자 쟁점들이 함께 제기됐다. 오늘의 위대한 사회적 항쟁이 벌어지기 전 프랑스에서는 성적 괴롭힘 같은 쟁점들을 두고 논쟁과 행동이 떠들썩하게 벌어지기도 했다.

몇몇 시위들에서는 ‘로지들’ 깃발이 보인다. 페미니스트들의 연합 ‘로지들’은 마크롱의 연금 공격이 처음 시작된 2019년에 이에 맞서 결성됐다. 이들의 상징인 파란 멜빵바지, 머리에 두른 붉은 스카프, 노란 장갑은 미국 그림 ‘리벳공 로지’에서 딴 것이다.

이런 사례가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 같은 복장을 한 사람들이 철로를 봉쇄하고 자작곡을 노래했다. 이들은 좀비 분장을 하기도 하는데, 한 여성 시위 참가자는 이것이 “이번 개혁으로 인한 우리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몇몇 지역에서 여성 노동자 단체들과 페미니스트들은, 가수 갈라의 히트곡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다”를 자기 식으로 개사한 노래 “불타는 여성”을 부르며 행진한다.

이민자 공격에 맞서

지난주 프랑스 정부는 더 강경하고 인종차별적인 새 반(反)이민 법안 추진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후퇴는 파업·점거·시위 물결에 직면한 정부의 취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줬다.

하지만 마크롱은 TV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 이민법을 몇 주 안에 제정할 것이다.” 마크롱은 [개정안 전체에는 반대하는] 우파 및 파시스트 의원들의 표를 확보하기 위해 개정안을 둘로 나누고 그럼으로써 개정안 중에 악독한 부분을 관철하려 한다.

마크롱이 동요하는 것은 운동의 힘 때문이다.

이제 투쟁은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그 방향을 누가 결정할 것인가, 즉 자본가냐 우리냐, 마크롱이냐 파업 노동자들이냐, 사장이냐 노동자·학생이냐를 둘러싼 투쟁이다. 프랑스인들과, 등록 여부를 불문한 이민자들이 승리하려면 강력한 연대 단결이 필요하다.

이 투쟁은 이제 연금만 두고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것이 3월 25일에 프랑스 전역에서 인종차별·파시즘에 맞서, 이민법에 맞서 시위가 벌어지는 이유다. 이 투쟁은 마크롱 정부를 타도하기 위한 새로운 한 걸음이다.

드니 고다르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이자 인종차별 반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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