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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기대와 불안 요소들이 교차하는 중국 경제

올해 중국 경제를 전망하는 데 힌트를 주는 사건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3월 25~27일 베이징에서 열린 발전고위급포럼과 3월 28일부터 하이난 섬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아시아판 다보스포럼)에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참가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첫째 사건이 보여 주는 바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미국이 중국 경제를 고사시키려 애쓰는데도 중국(과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기업주들(애플의 팀 쿡과 삼성의 이재용이 대표적이다)이 많다는 것이다.

올해 중국 경제는 미국과 EU는 물론, 대다수 신흥국들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7일 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중국 경제가 강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이 2023년 세계 성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퍼센트에서 1.2퍼센트로 낮춘 반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오히려 5.5퍼센트에서 6퍼센트로 높였다. 중국의 1~2월 산업 생산과 소매 판매가 개선되고, 부동산 개발 투자 감소폭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더딘 회복세는 투자, 소비 여력을 줄이지만 규제 완화는 또다른 거품을 낳을 수 있다 ⓒ출처 CEphoto/ Uwe Aranas

3월 양회에서 마지막 정부 업무 보고를 했던 리커창 전 총리가 올해 중국 경제 성장 전망치를 5퍼센트 내외로 발표하자,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기대했던 전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살짝 실망했다. 몇 년 전의 성장률과 비교해도 꽤 낮은 편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낳은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고 금리 인상이 낳은 금융 시장 불안정이 커지는 서방 선진국들의 경제 전망치와 비교해 보면, 중국 경제 전망치는 꽤 높은 편이다.

한편, 마윈의 중국 귀국과 공식 석상 복귀(둘째 사건)는 중국 국내 기업에 대한 당국의 통제가 부분적으로 완화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5일 하이난성 정부는 “(범죄) 사건에 연루된 민영기업인은 되도록 체포·기소·실형 선고를 하지 말고, 구금을 계속하지 않아도 되면 풀어 주라”는 내용이 포함된 ‘민간경제발전 지원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몇몇 상징적 사건들이 시진핑 정책의 커다란 변화를 나타낸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양회에서 공산당의 통치는 더 강화됐고(당강정약, 당의 권한은 더 커지고 정부의 기능은 축소), 시진핑은 중국 경제의 어려움이 미국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올해도 미국과의 경쟁을 위한 국내 기업 단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강정약

리커창의 보고에서 눈에 띄는 점 하나는 올해 창출될 일자리를 1200만 개로 발표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지난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은 청년 세대들이 백지 시위를 벌였던 일을 의식한 듯하다.

그런데 신규 일자리를 1200만 개나 만들려면 민간 소비(여기에는 단순 소비뿐 아니라 생산적 소비인 투자도 포함된다)가 크게 늘어야 한다. 그러나 올해 1~2월 소비는 늘긴 했지만 큰 폭의 상승은 아니었다. 팬데믹 동안 가계의 소득이 줄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기업들의 수익성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경제 활동이 재개되더라도 소비가 크게 증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마윈을 공식 석상에 올리고 기업주들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민간 자본가들의 투자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올해 중국 경제는 미국과 유럽연합에 비해 사정이 나을 듯하지만, 자체의 난점도 많다. 하나는 중국 경제의 30퍼센트에 육박하는 부동산 부문의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다는 점이다. 올해 1~2월 부동산 가격이 7~8퍼센트 반등했는데, 이는 지난해 금리 인하와 주택 구매 규제 완화 덕분이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는 또 다른 거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다른 난점은 장기적인 성장률 둔화로, 일부 전문가는 중국 경제의 ‘일본화’라고 부른다. 2010년대 초반에만 해도 10퍼센트가 넘던 경제 성장률은 이제 5퍼센트가 목표치다. 길게 보면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이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로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생산 가능 인구가 줄더라도 노동생산성을 높이면 되기 때문에 이는 피상적인 분석이다.

중국은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산업용 로봇의 활용이다. 2015년에 6만 9000개가 사용됐는데, 2022년에는 30만 개로 부쩍 늘었다.

시진핑이 추진해 온 중국제조2025도 산업 첨단화로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계획은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 하나는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노동력 대비 자본이 더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윤율이 하락한다는 점이다. 2008년 이래 중국 정부가 쏟아부은 많은 자금이 제조업보다는 부동산으로 흘러가 자산 거품이 형성된 까닭이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과의 경쟁 격화다. 미국의 견제 때문에 일부 제조업 부문(대표적으로는 반도체)은 생산과 기술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또 다른 부문(통신 장비와 2차 전지)은 해외 수출 길이 막혔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은 국방비를 7.2퍼센트나 증액한 293조 원으로 책정했다. 미국과의 경제적 경쟁이 군사적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중국의 국방비는 1000조 원이 넘는 미국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65조 원인 일본에 비해서는 4.5배나 많다. 국방비 증가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시진핑 정부는 국방비를 이렇게 늘리면서도 대중의 생활수준을 개선하는 것에는 박하기 짝이 없다. 지난 2월 15일 우한과 다롄 등지에서 의료 보조금 삭감에 항의하는 고령 퇴직자들의 ‘백발 시위’가 이를 반영한다.

올해 중국 경제는 코로나 봉쇄 해제를 배경으로 지난해보다, 그리고 미국 경제보다 사정이 나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좌파는 중국에 대한 환상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자본 축적을 하고 이를 위해 노동자 대중을 착취·억압하는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제국주의적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의 자본 축적과 착취의 역학은 빈부격차를 키우고, 남중국해와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의 한 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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