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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사장 자리를 둘러싼 소동
노동자 공격에는 한통속인 정권과 KT 경영진

KT 사장 자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임을 시도했던 구현모 대표이사가 사퇴한 뒤, 새로 대표이사 후보가 된 윤경림 사장도 사의를 밝혔다. 3월 31일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출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재신임 대상이던 사외이사들도 동반 사퇴함에 따라 KT는 박종욱 사장 직무대행 체제하에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신규 이사들이 중심이 돼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현모의 연임 포기, 윤경림의 후보 사퇴 등의 배경에 정권의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은 분명해 보인다. KT는 공기업이었던 한국전기통신공사가 2002년 민영화된 기업으로 형식상으로는 민간기업이지만,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KT의 핵심 사업인 통신 사업이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사장들이 구속되고 새로운 낙하산 CEO가 들어서는 흑역사가 반복된 이유다.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사장이 구속되고 새로운 낙하산 CEO가 들어서 비리와 구조조정, 노조 탄압을 자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출처 KT전국민주동지회

이번에도 구현모 사장이 최종 후보자로 선정되자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구현모 사퇴 뒤 경선 국면에서는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KT 사장 경선을 ‘이권 카르텔’ 유지 시도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KT가 내부 출신 인사들로만 최종 후보를 선정한 것은 ‘사장 돌려막기’라며 “검찰과 경찰은 KT의 구현모 대표와 일당들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호응하듯 우파 시민단체 한 곳이 서울중앙지검에 구현모, 윤경림의 배임 의혹을 담은 고발장을 제출했고, 검찰은 즉시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조사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윤경림 후보는 “내가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하는데, 정권의 압박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 준다.

낙하산 카르텔

그렇다고 구현모 전임 사장과 경영진이 ‘억울한 피해자’인 것은 아니다. 구현모는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인 황창규의 후계자로 KT의 적폐 관행을 지켜 온 자다. 구현모는 2014년 구조조정의 상징인 업무지원단을 운영하며 민주노조 활동가들을 탄압했고 노조 선거에도 개입했다.(관련 기사: 본지 331호 ‘노동환경 개선 요구에 중징계, 사내메일 무단 삭제 등: 계속되는 KT 구현모 사장의 노동 적폐’)

구현모는 황창규와 함께 각종 부패‍·‍비리 혐의에 연루되기도 했으며, ‘상품권 깡’을 동원한 불법 정치자금 후원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상 횡령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구현모와 현 경영진이 정권의 압박에 취약했던 이유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KT 경영진을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에 불과하다. 이석채, 황창규 등 낙하산 사장들을 KT에 내리꽂은 장본인들이 바로 현 정부 세력(국민의힘 계열)이었고 관련 인물들이 여전히 국힘당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이석채 사장이 KT에 불러들인 수많은 낙하산 인사 중 하나(당시 KT 커뮤니케이션실 전무)로, 김성태 전 의원과 함께 KT 채용 비리에 연루된 것이 드러난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인 황창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이었던 이강철, 김대유 등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정치적 방패막이로 삼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그리고 후계자 구현모를 후임 사장에 앉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민주당 또한 KT와 이권 관계로 얽혀 있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이강철, 김대유 등은 최근 잇따라 KT 사외이사직을 사퇴했다.)

KT 노동자들의 고통

역대 정권이 KT를 낙하산 자리를 위한 ‘전리품’으로 이용하는 동안, KT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 탄압에 시달려야 했다.

이석채는 취임 첫해인 2009년 당시 전 직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였다.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도 그해에 벌어졌고(국정원이 개입한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연말에는 강제 ‘명예퇴직’으로 5992명의 KT 직원을 내쫓았다.

황창규는 취임 첫해인 2014년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둘러 8304명을 강제 명퇴로 쫓아냈다. 단일 기업 최대 구조조정 인원 기록이었다. 업무지원단(옛 명칭 CFT)을 신설해 명예퇴직 거부자와 민주노조 활동가들을 몰아넣고 괴롭히기도 했다.(관련 기사: 본지 126호 ‘KT 노동자들이 강제 퇴출 시도에 맞서 저항을 시작하다’)

성과연봉제하에서 강화된 노동강도와 실적 경쟁으로 돌연사, 자살이 늘어나 매년 수십 명이 죽어 나가면서 KT는 ‘죽음의 기업’으로 불리기까지 했다.(KT 성과연봉제에 관해서는 본지 305호 ‘임금 억제와 실적 경쟁 낳은 KT 성과연봉제 10년’ 기사를 보시오.)

민영화 이후 통신 공공성은 내팽개치고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경향은 낙하산 체제하에서 더 심화됐다. 단기 이익을 위해 안전성을 위한 시설 투자를 줄인 결과는 잇따른 통신 대란으로 나타났고 그 피해는 대중이 입어야 했다.(관련 기사: 본지 268호 ‘KT 노동자가 말한다, ‘통신 대란’의 진정한 이유 — 민영화와 이윤 지상주의가 낳은 재난’)

한편, KT의 친사측 노조(제1노조)는 이석채에서 구현모로 이어지는 낙하산 사장들에게 적극 협조해 왔다. 이석채, 황창규, 구현모의 연임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여러 차례 내고, 지난해에는 구현모의 업무상 횡령 등에 대한 선처 탄원서를 검찰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반면 수천 명의 동료들이 쫓겨나고, 정규직 업무를 자회사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데에는 거듭 협조했다.(관련 기사: 본지 257호 ‘KT노조 친사측 집행부 구조조정 밀실 합의에 대해: 항소심 이어 대법원도 “조합원에게 배상하라” 판결’)

노동자들 스스로의 투쟁이 필요하다

정권과 KT 경영진 모두는 KT를 자신의 이권을 챙길 먹잇감으로 삼아 왔을 뿐이며 그 대가로 KT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 임금 정체, 노동 탄압에 시달려야 했다.

따라서 KT 노동자들은 사장 선임을 둘러싼 쟁점에서 정권과 KT 경영진 중 어느 한쪽을 지지하거나 손들어 줄 필요가 전혀 없다.

우선 구현모를 포함한 전‍·‍현직 KT 경영진의 비리에 대한 철저한 단죄와 적폐 청산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사측은 앞으로 ‘위기’를 운운하며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노동자들의 양보를 이끌어 내려 할 것이다. KT노조의 친사측 집행부는 이에 적극 협조할 것이 분명하므로 이에 맞설 대비를 해야 한다.

한편,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정권의 낙하산 사장 선임 시도에 대해서도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낙하산 사장을 막아 내기 위한 투쟁은 윤석열 정부에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는 이후에 새로운 사장 취임 후 벌어지곤 했던 구조조정 시도 등에 맞서 싸울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KT는 국정원 정치 공작 피해자 조태욱 해고자에 대한 피해 원상회복에 나서라!

국정원의 민주노조 파괴 공작 피해자이며 KT 해고자인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이하 직함 생략)의 피해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KT 광화문 사옥 앞 농성이 이번 주로 100주차를 맞게 됐다.

해고자 복직 투쟁을 하고 있는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 ⓒ출처 KT전국민주동지회

2008년 노조위원장 선거에 민주 진영 후보로 출마했던 조태욱 해고자는 당시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이 민주노조 파괴 공작의 일환으로 KT노조 선거에 개입한 결과 낙선했다. 그리고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에 항의하는 투쟁 과정에서 해고됐다. 그는 지난 2021년 12월에 정년을 맞이했다.

이명박 정권의 민주노조 파괴 공작은 2017년 이후 뒤늦게 밝혀졌으며 이에 관여한 원세훈 국정원장과 KT노조 전 위원장 이동걸 등에 대해서는 2020년에서야 법적 심판이 내려진 바 있다.

2022년 12월 8일, 서울중앙지법은 국정원의 노조 파괴 공작으로 피해를 입은 민주노총 등 피해 노조와 개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조태욱 해고자에 대해서도 “국정원의 KT 노조위원장 선출 방해는 노조 행위를 침해한 것으로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는 위자료 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친사측 노조의 적반하장

당시 국정원의 민주노조 파괴 공작은 KT노조위원장 출신인 이동걸이 노동부 비서관으로 있으면서 주도했고, KT노조도 연루된 일이다. 그럼에도 KT노조는 이에 대해 단 한 번도 반성과 사과를 한 바 없다.

오히려 KT노조 본사지방본부는 적반하장 격으로 올해 초 조태욱 해고자의 광화문 앞 농성이 ‘소음공해’ 등의 조합원 피해를 낳고 있다며 해결을 촉구하는 조합원 연서명을 받았다. 사실상 집회 금지를 요구하는 활동에 나선 것이다.

회사와 친사측 노조에 맞선 활동

조태욱 해고자는 해고 이후 KT노동인권센터의 활동을 주도하며 “CP(소위 ‘부진인력’) 비밀퇴출 프로그램”의 존재를 밝혀내고 관련 소송을 승리로 이끌어 피해자 보상을 쟁취했다.(2018년 KT는 CP 대상자 1002명에게 515만 원 보상을 결정했다. 관련 기사: 본지 205호 ‘KT노동인권백서 출간: 민영화 이후 15년, 노동자 탄압과 그에 맞선 저항의 역사’)
그는 또한 2014년 구조조정 밀실 합의의 책임을 묻기 위해 KT노조와 정윤모 당시 위원장 등을 상대로 벌인 손해배상 소송을 주관하여 승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관련 기사: 본지 257호 ‘KT노조 친사측 집행부 구조조정 밀실 합의에 대해: 항소심 이어 대법원도 “조합원에게 배상하라” 판결’)

KT는 조태욱 해고자의 원직 복직과 피해 원상 회복에 즉각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