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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극우가 끝장났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전통적 우파는 중도의 붕괴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전히 극우의 언사와 정책을 차용하고 있다.

극우를 포함하고 있는 트럼프의 지지 기반은 여전히 강력하다 3월 25일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대선 유세를 시작한 트럼프 ⓒ출처 Team Trump

극우의 전성기는 지났는가? 몇몇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포르노 스타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용’ 돈을 준 사실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됐다. 보리스 존슨은 의원직을 박탈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지난 브라질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렇다”고 가장 답하고 싶어하는 부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2016년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가 일탈적 현상이라고 믿는 자유주의자들이다.

그들은 그런 일이 십중팔구 블라디미르 푸틴의 정치 공작 부서가 꾸민 일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말썽꾼들인 트럼프와 존슨이 곤경에 빠진 지금 “정상적 상황”이 돌아오고 있다고 기대한다.

이것은 착각이다. 옛 신자유주의의 “정상적 상황”은 돌아오지 않는다. 금융 위기와 지구 온난화, 유럽과 태평양의 전쟁과 전쟁설들만 봐도 알 수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질서의 균열은 [2010년대 중엽부터 — 역자] 극우에게 기회가 됐다. 그 균열은 이제 더 커지고 있다.

극우 정부가 세계 도처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인도의 야당 지도자 라훌 간디는 얼마 전 명예훼손죄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선거 유세 집회에서 이렇게 말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왜 이 도둑놈들은 하나같이 성이 모디입니까?” 나렌드라 모디는 인도의 극우 총리다.

한편 이탈리아 형제당 대표이자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는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월 24일은 1944년에 로마 인근의 아르데아티네 동굴에서 나치 점령군에 의해 335명이 학살당한 날이다. 멜로니는 희생자들이 “단지 이탈리아인이라는 이유로 학살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학살은 당시 반(反)파시스트 유격대가 로마 거리에서 나치 군인 33명을 죽인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이탈리아유격대연합(ANPI)의 잔프란코 팔리아룰로는 이렇게 지적했다. “물론 희생자들은 이탈리아인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파시즘 반대자, 레지스탕스 투사, 정치적 반대자,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살 대상으로 선별됐다.”

팔리아룰로는 그 학살이 이탈리아 파시스트 장교들의 도움으로 수행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과거사가 아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에드워드 루스는 이렇게 썼다. 트럼프의 지지 기반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그 기반이 사라졌다면, 지금처럼 하원 의장 케븐 매카시, 전 부통령 마이크 펜스 같은 주요 공화당 인사들이 트럼프에게 닥쳐온 기소를 트럼프와 한목소리로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다.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트럼프가 또다시 자신들의 후보가 되는 꼴을 보지 않겠다는 공화당원들도 트럼프의 주장에 지지를 나타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낀다.”

트럼프는 오히려 자신에 대한 기소를 이용해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첫 대선 유세 집회를 벌였다.

물론 보리스 존슨의 재기는 훨씬 어려워 보인다. 리시 수낙[현 총리 — 역자]은 북아일랜드 문제를 놓고 유럽연합과 맺은 합의에 대한 소수 보수당 의원들의 반발을 비교적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존슨과 리즈 트러스가 반대표를 던졌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가장 강력한 부서의 하나로 꼽히는 내무부의 장관 수엘라 브래버먼을 보라. 그녀는 극우의 언어를 구사한다. “문화 마르크스주의”를 비난하고, 난민을 르완다로 추방하는 계획을 자랑스럽게 내놓았다. 그녀가 멜로니와 다른 점은 주류 보수 정당 소속이라는 것이지만, 이데올로기적으로 둘은 꽤 가깝다.

연이은 세 보수당 총리 임기 동안 브래버먼이 잘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전통적인 중도우파가 위기임을 보여 주는 징후다. 중도우파는 살아남기 위해 극우의 언사와 정책을 받아들여야 했다. 프랑스 공화당을 보면 이런 일이 유럽 대륙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옛 신자유주의적 중도는 무너지고 있다. 우둔하고 위선적인 키어 스타머가 이끄는 노동당은 보수당이 그토록 난맥상을 보이는 덕에 설문 조사에서만 잘나가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도 거기에 대항하는 흐름이 있다. 아직 주로 조직 좌파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저항에서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가장 멀리 나아간 곳은 프랑스다. “루이 16세여, 우리는 그대의 목을 벴다. 마크롱, 너도 각오해라!” 프랑스 시위대가 이렇게 외치자 영국 왕 찰스 3세는 프랑스 국빈 방문을 취소했다.

필자가 있는 영국에서는 저항이 아직 프랑스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지난 한 해 동안 잇따른 파업들로 계급투쟁의 붉은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극우를 분쇄할 힘은 거기서 생겨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