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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교권 강화:
학생과 교사 사이의 갈등만 키우는 통제 강화 정책

최근 윤석열 정부가 ‘교권 강화’ 대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22일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하여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 유형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법 개정의 후속 조처로, 앞으로는 교사의 지도에 응하지 않고 수업을 방해한 학생은 출석정지, 학급 교체 등의 징계를 받게 된다. 징계 이후에도 재차 교사의 교육활동을 방해할 경우 강제 전학이나 퇴학도 가능해진다.

윤석열 정부는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학생 인권이 너무 강조돼 학생이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는 경우가 증가했다며,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강화시키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은 학생 지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아동학대처벌법 시행으로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아동학대가 제기되기만 하면 사실 관계 확인이나 교사의 소명 기회도 없이 바로 수사 기관에 신고되고, 전수조사, 교사와 학생의 분리 조처가 진행된다. 아동학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교사 스스로가 증명해야 한다.

불만을 가진 아동이나 학부모가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게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교사의 처지에서는 아동학대 신고를 한 번만 당해도 교직 인생에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

그래서 전교조의 조사를 보면, 교사 10명 중 9명은 ‘자신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전교조를 비롯한 교사 노동조합과 교원단체들은 정부의 ‘교권 강화’ 정책을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교권을 강화한다며 교사의 법적 대응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기울면 학교 내 분쟁만 심화될 공산이 크다 ⓒ출처 국민소통실

악순환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권 강화 정책은 교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는커녕 학교 내의 분란만 키울 것이다.

정부 대책에 따르면, ‘교권을 침해’한 학생은 교사나 다른 학생들과 즉시 분리 조처를 당하게 된다.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도 않고, 사건 조사 전부터 즉시 분리를 법제화하는 것은 학생을 낙인찍는 효과를 내 교육적 해결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갈등을 심화시킨다.

또,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서는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겠다는 방침도 마찬가지다. 학교폭력 사안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한 후 온갖 소송으로 학교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고, 교사의 교육적 개입은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 이를 많은 교사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교권 침해’ 사안에서도 이런 일이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벌써 자녀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거나, ‘교권 침해’로 징계 대상이 되면 아동학대처벌법으로 교사를 고소하는 학부모가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내놓은 교사의 생활지도권 법제화는 학교폭력이나 학생들의 문제적 행위에 대해 교육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차단하고, 오히려 학교 내의 분란만 키울 공산이 크다. 교사의 어려움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교권 강화’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진정한 교권을 찾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에게 학생 통제를 의무화하려는 것임을 봐야 한다.

실제 정부는 교권을 보호한다며 학칙에 따른 학생 지도권을 보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학칙에는 학생을 억압하는 요소가 많은 경우가 흔하다. 안 그래도 학교의 억압적 조처에 고통받는 학생들을 더욱 옥죌 가능성이 큰 것이다.

최근에는 우파들이 ‘교권 침해’ 운운하며, 서울, 충남 등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시도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이 17개 시도교육청 중 6곳에 불과한데 말이다. 게다가 초중등교육법상 학칙 제개정의 권한이 학교장에게 있어 아직도 반인권적 학칙이 횡행한다.

정부의 교권 강화 정책은 촉법소년 연령기준 하향 등과 마찬가지로 학생 통제를 강화하는 엄벌주의식 정책일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

잘못된 교육 구조

교실에서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권한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학생을 처벌할 권리를 강화한다고 해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처벌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야 진정한 권위를 갖게 될 것이다. 교육은 아동이 공포를 느끼거나 보상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오직 자기 결정을 표현하고 자제력을 실천하는 것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에 가장 적절한 수단은 학생의 자치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생들에게는 이런 권한이 전혀 없다. 오히려 가장 억압받고 소외되는 게 바로 학생들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극심한 소외는 학교 생활에서 교사의 지도에 대한 불응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를 다시 엄벌주의로 대처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만 키운다.

전교조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교권 침해의 원인을 학부모·학생으로 보지 않고,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잘못된 교육 구조와 교육 당국에 집단적으로 저항하려 했었다. 지금처럼 정부의 대책을 대체로 지지하면서 교사의 법적 대응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기울면 학교 내 분쟁만 심화시키고, 교사들이 낱낱으로 법적 대응에 몰두하게 만들어 진정한 문제 해결을 더 요원하게 만들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교권 강화’ 정책에 반대하고, 교사들이 학생 한 명 한 명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조건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에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며 싸우는 것이다.

교사를 증원해 학급당 학생 수를 대폭 줄이고, 학생이 안심하고 상담할 수 있는 상담사를 늘리는 등 교육적 지원이 더 늘어야 한다. 또한 학생 사이의 경쟁과 갈등을 조장하는 입시 경쟁을 철폐하도록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