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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참혹한 소모전의 대가를 평범한 사람들이 치르고 있다

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전쟁으로 보통 사람들의 생명과 삶이 파괴되는 것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출처 우크라이나 국방부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서들이 유출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됐다.

그 문서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와 나토가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압도적으로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또, 미국 첩보 활동의 대상과 범위가 매우 광범하다는 사실도 다시 드러났다(관련 기사: ‘미국의 도청은 자본주의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그만큼 미국 지배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건 판돈이 만만찮음을 보여 준다. 물론 푸틴이 건 판돈도 매우 크다.

IMF 총재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는 이렇게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람들을 죽일 뿐 아니라 식량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더 많은 지정학적 긴장을 조성하고, 세계가 하나로 일할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YTN, 2023년 4월 11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다 자기 측 사상자 숫자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피해를 부풀린다.

이번에 유출된 기밀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군 사상자 수를 18만 9500~22만 3000명으로 추정했다. 또, 우크라이나군 사상자 수는 12만 4500~13만 1000명으로 추정했다.

미국 정부가 최근 몇 주 동안 언론에 밝힌 규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치이지만, 전쟁의 끔찍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민간인 피해도 엄청나다. 지난해 2월 24일부터 올해 2월 15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상자 수는 약 2만 1300명이다(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집계).

또, 우크라이나의 해외 난민은 796만 명이고, 국내 실향민은 591만 명이다(유니세프, 2023년 1월 17일 기준).

2022년 우크라이나 경제는 30퍼센트 역성장했다(IMF, 2023년 3월 21일 발표).

이것이 전쟁 피해의 전부가 아니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커다란 고통을 겪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물가 인상에 미친 영향을 정확하게 추정한 국제 기관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이미 팬데믹과 봉쇄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위협이 나타났다. 물론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 전쟁으로 물가상승률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주도하는 금리 인상은 임금을 떨어뜨려 이윤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비를 늘리고 있는데, 이 또한 노동계급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영국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의 선봉에 섰다. 그러는 동안 국민보건서비스 지출이 삭감돼 영국 간호사노조가 역사상 최초로 파업에 들어갔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물가 급등과 다가오는 경기 침체의 대가를 노동계급에게 떠넘기기 위해 연금을 개악하려다 1995년 이래 최대 규모의 파업에 부딪혔다.

노동자들의 “주적은 국내에 있다”는 슬로건을 얼핏 실감하게 해 주는 상황이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2023년 2월 1일 자)는 서방 제국주의의 입장에서 이렇게 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 군대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촉구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서방 군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벌일지도 모를 고강도 전쟁에 대응할 준비가 안 돼 있음을 깨닫고 있다.

“러시아의 맹공은 이제 제1차세계대전을 섬뜩하게 연상시키는 소모전으로 바뀌었다. 비록 더 현대화된 무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말이다.

“미국과 그 유럽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려고 무기와 탄약을 쏟아붓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서방이 제공한 휴대용 대전차 무기인 정밀 유도 미사일과 나토 표준 대포는 러시아 침략군을 약화시키는 데 결정적이었음이 입증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의 만족할 줄 모르는 요구 때문에 무기고들이 빠른 속도로 바닥을 드러내면서 무기 재고 보충 능력을 앞지르고 있다.”

전쟁이 “섬뜩”하면서도 “잘하는 일”이라는 말은 제국주의자들이 보통 사람들의 생명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보여 준다.

미국이 한국의 탄약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알 수 있다. 이번에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를 보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한국 외교·안보 최고위 관리들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요청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도청했다.

지금 우크라이나 정부는 대전차 미사일뿐 아니라 전차와 전투기를 제공해 달라고 서방 측에 요구하고 있다.

교착 상태에 빠진 전쟁, 미국의 전략

현재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어느 쪽에도 승리의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개전 직후에는 러시아군이 신속하게 진군해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를 이루는 것이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처럼 보였다.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개전 직후 크렘린 관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푸틴에게는 세 명의 고문이 있다: 이반 4세, 표트르 1세, 예카테리나 2세.”(〈파이낸셜 타임스〉 2023년 2월 24일 자)

이반 4세는 차르라는 호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통치자였고, 표트르 1세는 러시아 제국을 출범시킨 로마노프 왕조의 황제였으며, 예카테리나 2세는 크림반도와 폴란드의 상당 부분을 정복해 영토를 넓힌 러시아의 황제였다. 푸틴은 옛 러시아 제국의 영광을 꿈꾸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란 예상치 못한 일로 가득한 법이다.

푸틴이 상대하는 우크라이나 군대는 서방 후원자들에 의해 무장되고 있었다.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지난 2월 14일 이렇게 말했다.

“이 전쟁은 지난해 2월에 시작된 게 아니다. 2014년에 시작된 것이다. 2014년 이래 나토 동맹국들은 훈련과 장비를 제공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고, 그 덕분에 2022년의 우크라이나군은 2020년이나 2014년보다 더 강력해질 수 있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로 했을 때 그 지원은 당연히 우크라이나에 큰 도움이 됐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과 러시아 양측 모두에 의해 준비됐던 것이다. 그리고 신속한 승리를 장담하던 양측의 시나리오는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재탈환할 때까지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굳게 다짐한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에게 모든 것을 영원히 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각인시키려고 계속 노력할 것이다.”(〈워싱턴 포스트〉, 2023년 2월 13일 자)

젤렌스키의 반격이 미국의 대중국 전선의 힘을 분산시킬 정도로 나아가지는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고 있지만,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 목표는 중국과의 대결이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은 이렇게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국가들이 중국을 상대로 전면적인 견제·포위·억제를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장(장관) 친강은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이 급브레이크를 걸지 않고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치달으면, 어떤 가드레일도 차량의 탈선과 충돌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틀림없이 전쟁과 대결이 벌어질 것이다.”(〈파이낸셜 타임스〉 2023년 3월 8일 자)

이런 전략적 목표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우선순위는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한도 안에서 전쟁 지속에 맞춰져 있다.

미국 제국주의가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한 변화를 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져다주지도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 결과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의 참호들은 제1차세계대전의 참호들과 비슷하게 피비린내 나는 교착 상태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의 프로파간다에 대해 무비판적인 일부 좌파들이 주장하듯) 우크라이나인들의 자결권을 둘러싼 것이라거나, (푸틴의 러시아를 두둔하는 다른 일부 좌파들이 주장하듯) 돈바스 주민들의 자결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국주의적 경쟁으로 인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이래 최악의 전쟁 위협 그림자가 오늘날 세계를 뒤덮고 있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점점 깊이 관여하려 하고 있다.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에는 한국산 포탄 수송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표까지 포함돼 있었다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에 따르면, 전 외교비서관 이문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공식 천명하는 방안을 거론했고, 전 국가안보실장 김성한은 폴란드에 포탄을 수출한 뒤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 한국에서 생산한 155mm 포탄 등을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표로 추정되는 문서도 있다.

무기는 우크라이나에 평화·자유·민주주의를 가져다주는 수단이 아니라 전쟁을 지속(그리고 확대)시키는 수단일 뿐이다.

미국의 윤석열 대통령실 도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해 온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드러냈다. 본지는 윤석열 정부가 나토의 전쟁에 협력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우회 지원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는 미·일 등 서방 제국주의 편들기, 친기업적 정책, 민주적 권리 침해 등으로 점점 더 큰 반감을 사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도 서방 제국주의 편들기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