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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감산 선언과 더욱 악화되는 한국 경제

최근 삼성전자가 25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63조 원, 영업이익 6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9퍼센트, 96퍼센트나 줄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못 넘은 건 14년 만의 일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손실이 컸다. 삼성전자의 1분기 반도체 부문 적자가 4조 원 이상인데, 올 한 해 전체도 적자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개발연구원 KDI는 최근 반도체 경기가 2001년 IT 거품 붕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정도로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3개월 전에만 해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공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기 하락기에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자를 무너뜨리는 전략을 써 왔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전자가 감산을 선언한 것은 그만큼 반도체 산업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반도체 경기 악화로 한국의 수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2월 경상수지는 5억 2000만 달러 적자다. 1월에 42억 1000만 달러 적자로 사상 최악을 기록한 것에 이어 두 달 연속 적자다.

경상수지 적자는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탓이 크다. 1~2월 반도체 수출은 12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억 달러(약 40퍼센트)나 줄었다. 반도체 수출 감소 폭이 경상수지 적자 총액보다 더 많다. 특히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거의 반토막으로 줄었고, 이에 따라 대중국 수출도 대폭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 선언은 경기 침체의 위험을 보여 준다. 여기에 미중 갈등 격화도 한국 기업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출처 삼성전자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려면 미국, 중국 등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좋아져야 한다.

그러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앞으로 5년간 3퍼센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중기 성장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특히 미국도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소 은행들이 [또 다른 위기가 거론되는]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4분의 3에 달한다”며 은행 위기로 기업과 가계가 자금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도 미국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올해 연말에 경기 침체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세계경제가 침체를 겪을 공산이 커지면서,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잃고 있다. IMF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한국의 성장률을 1.5퍼센트로 또 낮췄다.

게다가 미중 갈등 격화도 한국 기업들을 난처한 처지로 몰고 있다.

한국 대기업 총수들은 조만간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미국을 방문해,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배터리·전기차 관련 규제 완화를 얻고 싶어 한다.

그런데 최근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경쟁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의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보안 조사를 시작했다.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막을 수도 있는 조처다.

또, 시진핑은 광저우에 있는 LG디스플레이 공장을 깜짝 방문해, 한중 간 경제 교류를 중시한다는 점을 보였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여러 혜택을 주며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악화로 고통받는 한국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더 심해질수록 경제 분야에서도 어느 한쪽을 확실하게 편들어야 한다는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부동산 PF 위기

한편, 금리 인상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해지면서, 한국의 금융 불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 불안정 심화는 금융기관들의 대출을 억제하게 만들어 다시 기업들의 자금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이 3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국내 상장 건설회사 중 36퍼센트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한계기업이다.

중소 건설사뿐 아니라 규모가 꽤 큰 중견 건설회사의 부도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2월에 시공능력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에 이어 지난달에는 에이치엔아이엔씨(133위)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최근에는 대창기업(109위)도 부도를 내는 등 건설사 줄도산 위험은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보다 더 악화되면서 지방 중소 건설사의 부도 위험은 더 커졌다.

이에 따라 금융 부실 위험도 커졌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부동산 PF 대출 관련 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전 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은 129조 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0.37퍼센트에서 1.19퍼센트로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증권사 35곳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10퍼센트를 넘어 위기감이 고조됐다. 지난해에 새마을금고가 해 준 부동산 PF가 급증했고, 대출 연체액도 급증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권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대형 저축은행 2곳이 부동산 PF 대출에서 1조 원대 손실을 봤으니 예금을 빨리 인출하라는 소문이 ‘지라시’를 통해 퍼진 것이다. 금융 당국과 해당 저축은행이 소문을 반박해 뱅크런 위기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런 소문이 자꾸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금융 불안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 준다.

증권사, 저축은행 등 중소 금융기관들의 파산은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금융 시스템 전반을 뒤흔드는 더 큰 위기와 패닉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노동·연금 개악을 추진해 기업들의 이윤을 높여 주려고 혈안이 돼 있다. 경기 침체와 부채 위기가 심화될수록 기업들과 정부의 노동자 공격은 강화될 것이다.

고물가·고금리 등 생계비 위기에 맞서 임금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저항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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