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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업 노동자들이 마크롱을 무너뜨릴 힘을 보여 주다
운동의 승리는 무기한 총파업으로의 전환에 달렸다

프랑스 노동자들이 파업과 거리 시위를 벌이며 마크롱의 입지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걸고 파업을 벌인다면 윤석열 반대 운동이 커질 수 있다.

4월 13일 12번째 전국 행동의 날, 낭트의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 ⓒ출처 CGT

프랑스의 언론, 정치권, 노조 간부들이 4월 14일에 있을 국가기관[헌법위원회]의 발표에 관심을 쏟는 동안, 4월 13일의 시위와 파업은 사회를 바꿀 진정한 힘을 보여 줬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연금 개악에 맞서 1월부터 전국적 시위를 벌여 온 노동자들이 12번째로 거리에 나왔다. 이전의 몇몇 시위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우 컸다.

수십만 명이 주요 도시들 전역의 거리를 가득 채웠다. 사람들은 마크롱의 야만적 공격을 수용한 채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참고 넘어가기”를 거부했다.

4월 13일 아침 대학생과 중·고등학생 수천 명이 의미 있게도 파리와 몇몇 도시에서 맹렬한 “비공식” 시위를 벌였다. 파리 시위에 참가한 아브릴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 운동이 끝나고 있다는 메시지가 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노조들이 투쟁을 완전히 관둬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4월 13일 행동의 날은 파리의 폐기물 수거 노동자들이 다시 파업에 돌입해 이브리 쓰레기 소각장의 일부를 점거했다는 고무적인 소식으로 시작됐다.

〈리베라시옹〉 기자는 이렇게 보도했다. “많은 학생들과 다른 부문의 파업 노동자들이 파업 재개를 지지하러 왔다. 저 멀리 소각장 지붕 위에 쓰레기 수거 노동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노동자들은 건물 상당 부분을 덮는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현수막엔 ‘100퍼센트 공영화/ 양질의 서비스를 위한 자원을 늘려라’라고 쓰여 있다. 시위대는 파업 노동자들에게 환호하며 폭죽을 터뜨렸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의 신임 사무총장 소피 비네가 도착해 사다리를 타고 옥상에 올라 파업 노동자들을 만났다.

철도·의료·교육 노동자들을 비롯한 여러 부문의 파업 노동자들은 기업인 베르나르 아르노가 소유한 명품 브랜드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부지를 일시적으로 점거했다. 아르노는 프랑스뿐 아니라, 아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축에 속할 것이다.

쉬드 철도 노조 활동가들은 LVMH 본사 앞에서 연막탄을 터뜨리고 깃발을 올리며 이렇게 외쳤다. “여기 돈이 있다.”

신(新)생태사회민중연합(NUPES, “뉘프”)의 좌파 정치인 장뤽 멜랑숑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치인과 노조 지도자들은 4월 14일을 13일보다 더 중시한다. 14일 헌법위원회는 마크롱이 연금법을 통과시키려고 동원한 수단이 합헌적인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의회 다수를 확보하지 못한 마크롱은 연금 개악을 통과시키려고 헌법 49조 3항을 발동했다. 그러면 정부가 불신임안 표결에서 패배하지 않는 한 그 법안은 법률로 제정된다. 그리고 정부는 불신임안 표결에서 패배하지 않았다.

“100퍼센트 공영화/양질의 서비스를 위한 지원을 늘려라” 외곽의 쓰레기 소각장을 점거한 파업 노동자들 ⓒ출처 CGT

나라는 “지옥이 될 것”

헌법위원회가 예상대로 마크롱의 연금 공격의 핵심 내용을 승인한다 해도 일부 노조 지도자들은 대중 행동을 끝낼 태세가 돼 있다. 그러나 대놓고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여전히 분노가 크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법위원회가 마크롱의 거수기 구실을 하면서 새로운 분노의 물결을 촉발할 수 있다. 생브리외 시(市)에서 파업 중인 한 쓰레기 수거 노동자는 4월 14일에 “축제가 벌어지거나, 전쟁이 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노동자는 연금 개악이 무효화되지 않으면 “나라는 지옥이 될 것이고, 사람들은 분노할 것이며 나도 함께 분노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무장관 제랄드 다르마냉은 시위를 우려해 4월 13일 저녁부로 헌법위원회 앞 시위를 금지했다. 학생들은 14일에 행진을 하기로 표결했고,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행진이 벌어질 수 있다.

이에 앞서 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Attac) 활동가들은 헌법위원회 건물 맞은 편에서 마크롱의 법안을 기각하라고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쳤다. 경찰은 이들 중 4명을 체포했다.

오를레앙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고등학생 트리스탕은 4월 14일에 “기뻐서 펄쩍펄쩍 뛰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헌법위원회는 마크롱의 친구들로 가득하다. 그들이 그 법의 극히 일부를 무로 돌릴 수는 있어도, 투쟁은 거리에서만 이길 수 있다.”

헌법위원회는 연금법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을 허용할지의 여부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리한 공식 절차에 따르면, 구속력도 없는 이 국민투표가 승인되려면 국회의원 185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는 확보된 상태다.

그런 다음에는 유권자의 10퍼센트인 487만 명이 9개월 내에 청원서에 서명해야 한다. 이 절차를 밟으려면 더 필요한 곳에 쏟아부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노력과 힘이 들어가야 한다.

운동이 그런 길로 나아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운동은 노조 지도자들의 전략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간헐적인 집중 시위만으로는 노동자들의 힘을 꺾으려는 대통령을 물리칠 수 없었다. 4월 12일, CGT토탈 노조의 정유 노동자들은 3월 7일 시작한 무기한 파업을 끝내면서 씁쓸하지만 도전적인 어조로 파업을 접는 이유를 밝혔다.

“지금 운동이 난관에 부딪혀 있다면, 그것은 몇 주나 파업을 벌인 기층 노동자들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노동조합이 적들의 야욕에 대당하는 세력 균형을 조성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월 7일부터 행동의 날을 7번 개최하는 대신에, 이 파업 일정들을 하나로 이어서 경제를 완전히 멈춰 세웠어야 했다. 그랬다면 운동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띄엄띄엄 행동의 날을 잡는 투쟁 방식을 결코 믿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지지를 표한다.”

그러나 정유 노동자들은 더 많은 저항을 호소하며 성명서를 끝맺었다. “마크롱 정권이 오직 경찰과 탄압에 의해서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모두에게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크롱은 자신이 4년이나 되는 남은 임기를 무사히 끝낼 수 없고, 추진하려던 다른 개악들을 밀어붙이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을 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싸웠고 앞으로도 계속 싸울 모든 이들이 전장으로 돌아갈 때 적용할 교훈을 배우는 것이다.”

헌법위원회가 뭐라고 결정을 내리든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저항이 3개월을 지나면서 프랑스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루에 그치지 않는 총파업과 전투적인 거리 시위가 있었다면 마크롱은 벌써 박살났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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