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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피해자 잇따른 자살:
정부가 책임지고 전세보증금 온전히 보상하라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 세 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자 사회적으로 공분이 일고 있다. 모두 20~30대 청년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전세 사기로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 7000만~9000만 원 대부분을 날릴 상황에 처하고, 심각한 생활고를 겪어 왔다. 엄마에게 2만 원만 빌려 달라는 말을 남긴 20대 청년, 수도 요금을 못 내 단수 예고장이 붙은 30대 청년의 처지는 이들이 겪었을 고통을 짐작케 한다.

이들은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갔고, 조만간 무일푼으로 쫓겨나거나 전세금 대부분을 잃을 상황이었다.

“사회적 타살”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 문제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2월 28일에 목숨을 끊은 30대 피해자는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이미 남긴 바 있다.

전세보증금 문제가 터져 나온 지 한참이 지났지만, 정부 대책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정부 대책은 피해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할 경우 저금리로 대출을 해 주거나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천만 원의 피해를 본 사람더러 다시 수천만 원의 빚을 내라는 게 대책이 되겠는가. 임대주택도 현 거주지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

피해자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자 정부는 부랴부랴 경매를 중단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경매 일정을 일시적으로 연기한 미봉책일 뿐이다. 게다가 정부가 금융업자들에게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아 아직도 수백 채는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전세보증금을 떼이지 않는 것인데, 정부는 이와 관련한 대책이 전혀 없다.

사회적 재난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은 “개인 문제에 대해 세금을 투입해서 전액을 보상해 주기에는 법 제정 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고 밝혔다. 전세보증금 문제는 개인 간에 벌어진 일이니 정부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태는 단지 개인 간의 사기 문제가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거품이 커지면서 전셋값도 따라 올라 수많은 세입자들이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정부는 전세대출을 늘려 주기만 할 뿐 전세보증금을 보호할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갭투자’의 위험성과 전세 세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 나왔지만, 정부는 세입자 대책 마련을 등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의 허점 등을 활용해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사기가 판을 친 것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말처럼 이 문제는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한 “사회적 재난”이다.

반면, 정부는 올해 건설 원가보다 2억 원이나 비싼 가격에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여 건설사 구제에 나선 바 있다. 건설사 부실이 커지자 올해 1월에는 각종 부동산 규제를 한꺼번에 푸는 혜택을 주기도 했다. 전세 사기와 같은 서민층의 재산 손실 문제는 나 몰라라 하면서 말이다.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 문제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3000세대 5000여 명이 겪고 있는 전세 사기에 이어, 최근에는 동탄시에서 오피스텔 250채를 소유한 부부가 파산해 세입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앞으로 이 문제는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공동 주택 중에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80퍼센트 이상인 ‘깡통 주택’의 비율이 전국적으로 38퍼센트에 달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2020년 80퍼센트 전후에서, 2021년 92.9퍼센트로, 지난 상반기부터는 110.5퍼센트까지 치솟았다.(한국도시연구소, ‘2022년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본 주거 정책의 과제’)

민주당, 정의당 등은 정부가 나서 피해자들에게 먼저 전세금을 보상해 주고, 이후에 주택 경매나 임대주택 전환 등을 통해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선 보상, 후 구상권 청구)

물론 이는 정부 대책보다는 나은 것이지만, 보증금을 전액 보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민주당 조오섭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은 해당 주택을 담보로 잡은 선순위 대출이 있는 등(적지 않은 경우 그렇다)의 상황에서는 이를 감안해 전세 보증금 보상액을 결정하도록 했다. 선순위 대출이 많으면 세입자는 여전히 큰 손해를 본다.

그래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정부 보상액이 전세보증금의 50퍼센트 이상은 돼야 한다는 내용을 발의 법안에 담았다. 그럼에도 전세보증금을 최대 50퍼센트까지 잃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전세 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노동자 등 서민층이다. 또,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피해자가 대폭 늘어났다. 정부가 책임지고 피해를 온전히 보상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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