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지지율은 3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다(한국갤럽 4월 2주 차). 한 달 전에 견줘 긍정평가는 더 줄고(27퍼센트), 부정평가는 더 늘었다(65퍼센트).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내친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한 불만이 가라앉기도 전에, 미국의 오만한 도청 행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회피적인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관련 기사: 본지 457호 ‘윤석열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발언은 CIA 도청 내용을 자인한 셈이다’).

노동시간 연장 시도, 가스요금 인상 등 노동자 등 서민들의 조건을 공격한 데 이어, 전세 사기 문제에 대한 무대책도 커다란 불만을 사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30퍼센트 이하 지지율을 보인 때는 박근혜 집권 말기에 정권 퇴진 운동이 시작되기 직전인 10월 말과, 역시 레임덕에 시달리던 문재인 집권 후반기였다. 집권한 지 1년도 안 된 정부의 지지율이 30퍼센트 아래를 밑도는 것은 드문 일이다.

윤석열은 강제동원 ‘해법’부터 주 69시간제 추진, 긴축 재정 등 온갖 개악을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했지만, 정작 청년층의 다수는 윤석열에게 등을 돌렸다. 20·30대의 지지율은 13~14퍼센트로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낮다.

집권 1년도 안된 정부의 지지율이 30퍼센트 아래인 것은 드문 일이다. 4월 15일 윤석열 퇴진 집회 ⓒ조승진

이런 상황으로 말미암아 “인기 없어도 하겠다”던 노동·연금 개악 추진은 답보 상태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와 여권의 ‘집토끼’들(특히 기업주들)에게도 불만을 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윤석열의 최대 지지 기반으로 꼽히는 대구·경북에서도 부정평가(53퍼센트)가 긍정평가(44퍼센트)를 앞섰다. 윤석열의 4월 2일 대구 서문시장 방문도 별 효과가 없었다.

4월 5일 치러진 울산 남구 기초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낙선했다. 울산 남구는 현 국민의힘 당 대표인 김기현이 도합 4선을 지내 국민의힘의 ‘아성’이라고 불리던 곳이다.

이는 윤석열의 지지층 내에서도 상당한 동요가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3월을 지나며 역전됐다.

민주당 당 대표 선거 돈 봉투 의혹은 기성 정당의 새삼스럽지 않은 부패를 보여 주지만, 검찰이 지금 시점에서 이 의혹을 꺼내 든 것은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흐름을 끊으려는 시도일 것이다.(관련 기사: 본지 457호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여권 내에서도 내년 총선 전망이 어둡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도 여소야대 국회인데 내년 총선에서도 의석을 역전시키지 못하면 집권 내내 여권이 의회 소수파 신세가 된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개악 추진 시 감수해야 할 위험이 더 커진다.

전광훈 소동’도 여권의 위기와 불투명한 총선 전망과 관련 있다.

김기현은 극우 목사 정치인 전광훈과 ‘손절’하라는 홍준표를 상임고문에서 해촉하더니 갑자기 전광훈 추천 당원 981명에게 탈당을 권유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광훈이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벌여 총선 공천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직후였다.

전광훈은 윤석열더러 좌고우면하지 말고 확실히 우파 노선을 추진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렇게 우파 지지층을 결집시키키는 것이 낫다는, 전광훈 나름의 위기 극복 ‘해법’인 것이다.

구조적 위기

최근 윤석열 위기의 특징은 그것이 세계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들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심화하는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 모두 우파 정부인 윤석열 정부 대응 방향의 성격을 규정한다.

특히, 미·중 갈등이 날로 첨예해지고 여기서 어느 한편을 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서 윤석열은 군사적·지정학적으로 서방(특히 미국과 일본)을 지지·지원하는 것이 한국 자본주의에 이득이라고 보고 나름의 선택을 했는데, 이런 방향이 만만치 않은 모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관련 기사: 본지 454호 ‘공급망 재편 비용 전가하는 미국 지배자들, 난처해진 한국 지배자들’, ‘[노동자연대TV 동영상] 시사/이슈 톡톡: 미 반도체법과 뒤통수 맞은 한국’)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거나 방향을 전환하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대외 요인들이라서 주 69시간제 추진을 잠시 멈춘 것 같은 대응도 하기 어렵다.

윤석열은 한미(일) 안보 동맹 강화 방향을 확실히 하면서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의사도 내비쳤다.(관련 기사: 본지 457호 ‘윤석열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확전에 일조하는 범죄 행위다’)

미국과 나토가 필요로 할 때 확실히 지원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다가올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등 경제 문제에서 미국에게 얻어 낼 것은 얻어 내자는 계산일 것이다. 이렇게 해서 기업주들의 지지를 확실히 챙기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을 보면, 사태가 윤석열의 바람대로 흘러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동맹국에 시장과 기술에 대한 접근을 폭넓게 허용하던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관련 기사: 본지 455호 ‘한미 정상회담은 윤석열을 구원해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윤석열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얻어오는 게 별로 없으면, 노동·연금 등 개악 추진을 잠정 보류한 것도 인내하며 기다린 기업주들에게도 크게 실망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군사 지원 방침과 관련해서는, 미국·나토와 러시아라는 제국주의 강대국 사이 힘겨루기에 껴들었다가 한반도가 격랑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대중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

윤석열의 인터뷰가 실린 〈로이터〉 통신 보도 직후, 러시아 정부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면 전쟁 개입”이라며 분노한 반응을 보였다. 대만 발언에는 중국 정부가 분노했다.

외교 문제에서 일단 ‘고’ 하는 수밖에 없는 윤석열은 국내에서는 국가보안법 탄압 등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고 운동을 분열시키려는 시도에 더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마약 수사로 대중의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관련 기사: 본지 457호 ‘윤석열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진정한 이유’)

위기가 있다 해도 윤석열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게 결코 아니다. 윤석열도 사태를 반전시키려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니 방심하지 말고 지금 정부 반대 투쟁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의 분열 책동에도 맞서야 한다.

그러나 노동조합 지도층의 대응 태세는 아쉽다. 민주노총은 매년 여는 메이데이 집회를 제외하고는, 멀찌감치 7월에 쟁의 시기를 집중시키겠다는 계획만 내놨다.

더구나 안타깝게도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보다는 내년 총선 대응에 주된 관심이 가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