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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인플레이션과 긴축으로 고통스러운 개발도상국과 빈국

2023년 빈국들이 외채 상환에 쓰는 평균 비용은 정부 수입의 16퍼센트를 넘어설 것이다. 2011년 그 비율은 6.6퍼센트였다.

스리랑카에서는 외채 부담으로 인해 화폐 가치 하락, 수입 제한 정책 때문에 먹거리 물라가 일년사이 75.8 퍼센트 치솟았다 ⓒ출처 Dennis S. Hurd

필자가 사는 영국을 비롯한 ‘중심부’ 자본주의 나라들의 생계비 위기가 심각하다. 그러나 개발도상국과 빈국의 생계비 위기는 참혹하다.

안 그래도 팬데믹의 고통이 혹심한 가운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식료품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처방은 금리를 올려 실업률을 끌어올리는 것인데, 이 또한 가난한 채무국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한 ‘부채 정의’ 운동의 발표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91개 나라는 2023년 정부 수입의 16퍼센트가 넘는 돈을 외국에 진 빚을 갚는 데 쓸 것이다.” 2011년 그 비율은 6.6퍼센트였다. 몇몇 나라는 사정이 훨씬 나쁘다. 스리랑카는 정부 수입의 75퍼센트를, 파키스탄은 47퍼센트를 외채 상환에 쓸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예의 그 위선적 태도로 얼마 전 《세계경제 전망》에서 긴축이 “국민총생산(GDP)의 성장을 늦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부채 비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빈국 정부들에게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정책을 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두 젊은 지식인인 데이비드 옥스와 헨리 윌리엄스는 《아메리칸 어페어스》에 기고한 탁월한 글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경제를 고도로 산업화하지 않으면서 한 나라를 발전시키는 — 간단히 말해 가난한 나라를 부유한 나라로 만드는 — 널리 모방 가능한 전략은 없다.”

그들에 따르면, 제조업은 생산성을 끊임없이 높이고 어떠한 내재적 한계에도 부딪히지 않으며 많은 미숙련 노동을 흡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략 1950년에서 1980년에 이르는 시기는 ⋯ 지금 돌이켜 보면 세계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가장 왕성한 황금기였다.”

결과

그 시기에는 서방 자본주의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을 뿐 아니라, 많은 수가 신생독립국이었던 개발도상국들도 자신의 힘을 이용해 국제적 경쟁 압력을 완화하고 산업 발전을 장려했다.

“가난한 나라 중에서도 비교적 부유한 축에 속한 브라질·멕시코 같은 나라는 성장세가 워낙 강해서 머지않아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수준에 도달하는 와중인 듯이 보였다”고 옥스와 윌리엄스는 썼다.

그러나 그 과정은 1970년대에 물가 상승과 대량 실업이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중심부 경제들이 홍역을 치르면서 중단됐다. 1979년 10월이 전환점이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인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금리를 급격하게 끌어올렸다.

그 결과 세계 경기는 침체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과 빈국에서는 “볼커 쇼크”로 인해 부채 위기가 불거지고, 수출하던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세계은행과 IMF에 의해 신자유주의적 “충격요법”이 시행됐다.

그 후 탈산업화가 뒤따랐다. 개발도상국의 많은 제조업체들이 경쟁력이 떨어져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탈산업화와 함께 “탈농업화”도 진행됐다. 국가의 지원이 끊긴 농민들은 세계 식량 생산을 지배하는 농업 기업들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빈민들은 임시직과 비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러 도시로 몰렸다. 그 결과 마이크 데이비스의 말처럼 지구는 “슬럼으로 뒤덮인 행성”이 됐다.

한국·중국·베트남 등 이런 패턴에서 벗어난 나라들은 세계 시장 수출을 겨냥한 제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국가를 갖고 있고 지정학적으로 특별한 위치에 있는 나라들이었다.

세계의 빈곤이 줄어들고 있다며 세계은행이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수치들에는 대체로 중국의 영향이 크다.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경제 규모가 비교적 큰 다른 개발도상국들은 식량 수출과 원자재 수출에 갈수록 더 의존하고 있다. 그 수출도 주로는 중국으로 간다. 옥스와 윌리엄스는 “바다 건너 경제 사정이 더 나은 나라로 이주하는 것이 가난한 나라들의 경기 악화를 막는 주요 ‘안전 밸브’ 구실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분석은 영국 현 총리 리시 수낙, 내무장관 수엘라 브래버먼 같은 자들이 [미등록 이민자들의] “보트를 막아라” 하고 외치며 벌이는 무자비한 일들이 얼마나 소용없는 일인지를 잘 보여 준다. 대규모 이주는 세계적 빈곤의 필연적 결과다.

옥스와 윌리엄스는 글을 맺으며 몇몇 “구조적 개혁”을 제안한다.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찾으려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진실은 혁명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