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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한미동맹 도박은 국민의 안전을 도박에 거는 것이다

4월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석열과 바이든은 확장억제를 비롯해 경제·안보 동맹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하고 미국 전략자산 전개를 늘리기로 했다.

이 밖에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차세대 기술 제휴 등 포괄적인 경제·안보 협력 증진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지정학적 위험의 불씨를 더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윤석열의 이번 합의는 한미일 군사 동맹 공고화로 가는 길이다 ⓒ출처 백악관

회담은 어떤 맥락 속에서 열렸는가

한미 정상회담은 굵직한 경제·안보 현안들이 부각되며 이목을 끌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와 반도체 전쟁 등 미·중 갈등의 현안이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임이 분명했다. 북한 핵무력 대응도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이 현안들은 모두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미국은 기존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게 한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리고 한국에 핵우산 등 “확장억제”를 강화해 주는 대신에,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대중국 봉쇄를 위한 경제·안보 협력을 한국에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 측의 요구에 화답했다. 4월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도 했다. 이 인터뷰는 러시아와 중국 측의 격앙된 반응을 불렀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도청 폭로로 드러났듯이, 윤석열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전에 155밀리미터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그렇게 지원된 포탄은 봄철 반격을 앞두고 포탄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에 가뭄 속 단비였을 것이다.

도박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이런 행보가 미국의 “종노릇”을 하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그렇지만 윤석열 정부는 한국 지배계급의 독자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미국과의 협력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의 군사적·경제적 위상 높이기에 도박을 걸고 선택한 듯하다. 미국이 중국·러시아와 공공연히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가 갈수록 어렵다는 점도 윤석열이 한미동맹 강화에 도박을 거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 지배계급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중국에 대한 기술 우위 확보의 기회”로 활용하고 싶어 한다(국제경제 관련 국책 연구소 ‘국제금융센터’의 3월 보고서). 그동안 자본가들은 주력 수출 산업에서 중국 기업이 경쟁자로 떠오르는 것을 불안해 했던 것이다.

“중국이 이미 평판디스플레이, 스마트폰, 화장품 등에서 우리나라와 거의 대등한 위치를 확보한 데다가 반도체 육성펀드 중 67퍼센트를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는 반도체 제조 부문에 투자하는 등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세계 재분할을 둘러싼 투쟁에서 한몫 챙기기를 바라는 지배자들도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 패전 시 재편될 국제사회 체계에 제대로 올라타기 위해서라도 무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동아일보〉 신진우 정치부 차장)

한국 지배계급에게는 북한의 핵무력 강화가 큰 걱정거리다. 이에 따라 핵우산 등 미국의 안보 제공 약속이 더 중요해졌는데, 미국은 이를 이용해 한미일 군사 협력에 한국을 끌어들이려 애써 왔다.

그러나 윤석열의 한미동맹 도박은 한국 지배계급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아직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모순으로 결국 난맥상을 드러낼 것이다.

“확장억제”: 핵 공포는 평화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미국과 한국은 공동성명 외에 ‘워싱턴 선언’이라는 별도 문서를 작성해 확장억제 문제를 다뤘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는다.

양국 정부는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하고, 거기서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기로 했다. 그리고 핵억제를 위한 연합 훈련을 강화하고, “전략핵잠수함 기항” 등으로 미국 핵무기가 한국에 정기적으로 더 자주 오기로 했다.

민주당은 ‘워싱턴 선언’이 기존 핵우산 정책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비판을 하고 있다. 한국이 “얻은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핵전력 운용 논의를 상시 제도화하기로 했다. 핵전쟁 연습도 전보다 강화될 것이다. 미국은 이 협의 그룹을 한미일 3국의 확장억제 협의체로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즉, 핵협의그룹은 한미일 군사 동맹을 굳히기 위한 징검다리가 되기 쉽다.

이런 변화는 주변국들을 압박하고 자극해 핵 위기를 증폭시킬 것이다. 이는 비단 북한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중국 외교부는 ‘워싱턴 선언’이 지역 안정을 해친다고 비난하는 입장을 냈다. 또, 얼마 전 러시아는 새 핵추진 어뢰를 탑재한 잠수함 사단을 태평양 함대에 편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30일 한··일 대잠수함전 훈련 ⓒ출처 해군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은 확전에 일조하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우크라이나에 “필수적인 정치, 안보, 인도적, 경제적 지원 제공”을 약속했다.

지난해 5월 한미 공동성명과 비교해 보면, “정치, 안보적 지원 제공”이 새로이 포함된 게 눈에 띈다. 이는 이번에 한미 양국이 무기 지원을 비밀리에 논의했음을 시사한다. 정상회담 전부터 백악관은 한국이 어떤 무기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나타냈다.

윤석열도 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전선 상황이 변할 때나 우리가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때가 된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전쟁이 격화되고 장기화되는 데 일조하는 선택이다. 그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개의치 않고 있다.

한편, 바이든과 윤석열은 중국을 겨냥해 인도-태평양의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했고, 사이버 안보와 우주 협력을 위한 문서에도 합의했다. 윤석열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일정 협력하면서, 우주 분야 등에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으려 한다.

윤석열의 도박에 포함된 모순

한미 양국은 ‘차세대 핵심·신흥 기술 대화’를 창설해, 배터리·반도체 등의 기술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관련 기사: ‘미국의 반도체 규제 완화 거부로 딜레마에 빠진 한국 지배계급’). 윤석열은 이것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청구서도 받았다. 즉,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데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 미국은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한국 기업이 중국에 해당 물량을 대신 공급해 주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런 청구서는 중국과의 경제 교류로 성장해 온 한국 기업주들을 당혹케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 등이 한국 기업의 반도체 영업 활동까지 제약하려는 미국의 “일방주의 행태”를 성토한 까닭이다.

한국 기업주들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반도체법의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 자신들의 불만이 일정 해결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에 윤석열 정부는 미국한테서 구체적인 약속을 받지 못한 듯하다.

윤석열은 한미동맹 강화로 나름 도박을 걸었다. 게다가 한일 관계 개선도 시도했다. 그런데도 미국한테 반대급부를 제대로 얻지 못한다면, 한국 지배계급 내에서 윤석열의 선택을 두고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국익론에 입각한 비판은 기업 이익을 더 많이 못챙겼다는 비판으로 가게 된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외교의 진정한 문제

윤석열의 지나치게 후한 친미·친일 외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의 핵심 외교 정책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반대했다.

이때 민주당의 비판 잣대는 국익이다. 윤석열의 퍼주기 식 친미·친일 외교가 ‘국익’과 안보에 이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언행에는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삼되 중국·러시아와 잘 지내자는 것이 그 노선의 골자다.

그래서 많은 쟁점에서 어정쩡하다가 결국 한미동맹의 유지를 선택하게 된다. 당장 이재명 대표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는 반대하나, 러시아 제재는 지지했다. 민주당은 확장억제 강화도 반대하지 않는다.

반도체 문제의 경우, 민주당은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이용해 미국과 협상을 잘해 국익을 지키자고 주장한다.

민주당도 국익, 즉 사실상 한국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정치 세력이다(관련 기사: 본지 456호 ‘국익 같은 것은 없다’). 그래서 민주당은 국방력 강화와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중시한다. 반도체 기업들에 감세 혜택을 주는 ‘K칩스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민주당은 국방·외교 문제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기 일쑤다. 민주당이 대변하는 한국 자본가 계급이 미국 주도 국제 질서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국익론은 계급 이익과 충돌한다

많은 좌파들도 윤석열의 외교 정책이 ‘국익’을 훼손한다고 비판한다. 윤석열이 미국의 눈치를 보며 “굴종 외교”를 편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국익’은 소수 권력자와 기업주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이익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한 줌의 반동 세력을 제외한 국민 모두가 공통의 이익을 위해 계급을 초월해 단결하자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런 좌파적 민족주의·민중주의는 노동계급의 이해관계와 투쟁이 국민의 ‘공동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 즉, 계급 이익이 국익에 밀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 진보파와의 전략적 동맹 추구가 실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휴를 위해 운동이 요구와 투쟁성을 삭감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국익론은 또한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노동계급의 국제적 연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날 주요 국가들이 노골적으로 이해관계 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국가(민족) 간 분열이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분단선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강대국들 간의 경쟁 시스템이고, 이 시스템은 결국 자본주의의 핵심 논리인 경쟁적 자본축적에서 비롯한다. 제국주의적 갈등은 사회 상층부끼리의 쟁투이지만, 그 해법은 노동계급의 반정부 투쟁에서 찾아야 한다.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

폭주하는 윤석열 외교, 핵심 문제는?

- 일시: 5월 3일(수) 오후 8시

- 발제: 김영익 (《제국주의론으로 본 동아시아와 한반도》 공저자)

○ 참가 신청 https://bit.ly/0503-meeting

토론회 당일 오후 7시 30분에 유튜브 접속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가능성 시사, 대만해협에 관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죠.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이에 더해, 한국에 미국 핵무기를 배치하는 등 핵 위기를 증폭시킬 합의를 했습니다.

윤석열의 잇단 친미 외교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익이나 안보를 잣대로 윤석열 외교를 비판합니다.

과연 윤석열 외교의 핵심 문제는 무엇일까요? 그의 행보가 어떤 모순과 위험을 키울지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살펴보려 합니다.

- 문의: 02-2271-2395, 010-4909-2026(문자 가능), wsorg@ws.or.kr

- 카카오톡 1:1 오픈채팅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 https://open.kakao.com/o/sE3M42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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