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건설노조:
노동자들의 정당한 저항 수단을 “불법 폭력”으로 몰지 말라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21일 윤석열은 직접 나서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기조 아래 경찰은 건설노조에 대한 “200일 전쟁”을 선포하고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월 18일부터 3월 30일 사이에 사무실 압수수색을 12차례나 당했다. 또 간부와 조합원 630명이 소환조사를 받고 12명이 구속됐다.

정부와 여당이 건설노조를 향해 불법, 폭력, 부패 운운하는 것은 역겨운 위선이다.

윤석열 정부가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동원해 건설노조를 들쑤시는 것은 검찰이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가담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고의로 지연·회피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또 ‘곽상도 50억 클럽’이 드러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건설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아파트를 쌓아 올리는 동안 권력자들은 개발 사업에서 부도덕한 방법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챙겼다.(검찰의 부실 수사와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로 곽상도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엇보다 생계난 속에 전기료·가스비 등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것이야말로 서민층 ‘갈취’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수년 간 건설 노동자들은 자주적으로 노조를 만들고 투쟁해 노동조건을 개선해 왔다 ⓒ이미진

정부의 건설노조 공격의 목표는 사용자들에 맞선 건설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제약해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려는 것이다.

정부는 건설노조가 ‘집단적 위력을 과시하는 업무 방해·폭력 행위’, ‘불법 집회·시위’를 벌인다며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 공사 현장 점거, 태업·출입 통제 등이 공사 기간을 지연시키는 업무 방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노동자들의 정당한 저항 수단들이다.

4월 26일 국토교통부는 타워크레인 노동자 54명에 대해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자격 정지 또는 경고 조치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서 “성실의무 위반”이란 위험한 상황이나 사용자의 부당한 지시에 맞서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작업을 거부하거나 태업한 것을 가리킨다. 노동자 작업 중지권은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권리인데 말이다.

정민호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은 국토부의 이런 조처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위험 상황을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노동자가 시공관리만 하는 건설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자구적 행위를 하면 면허 정지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금품 갈취’라고 문제 삼는 타워크레인 월례비도 높은 노동강도와 시간 외 근무의 대가로 받는 일종의 성과급이다. 지난 2월 16일 광주 고등법원은 타워크레인 월례비가 “수십 년간 지속된 관행으로,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라고 판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월례비를 받지 않고 주 52시간만 일하겠다고 하자, 도리어 국토부는 ‘태업’이라며 면허 취소까지 운운하고 있다.

노동개악을 위한 속죄양 건설노조

건설 산업에는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하다. 공사 기간을 줄일수록 각 단계의 하도급 업체가 이익을 볼 수 있는데다 최저가 입찰제가 적용된다. 그래서 건설업 사용자들은 안전 규정을 무시하는 등 불법을 마다 않고 인력과 인건비를 줄이는 데 혈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기는커녕 건설업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조차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안전 설비 미비로 매년 건설 노동자 400여 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는다. 건설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약 7퍼센트이지만, 산재 사망자 중에서는 해마다 50퍼센트 안팎에 이른다.

임금 체불도 비일비재하다. 건설업 임금 체불 규모는 지난해 11월 기준 2639억 원으로, 2021년보다 285억 원이나 늘었다.

고용 불안도 심각하다. 지난해 건설업에 종사한 노동자는 200만 명이 넘는데, 그중 약 80퍼센트가 일용직·비정규직이다. 2019년 기준 평균 근속 1년 미만이 94퍼센트가 넘는다. 3~6개월씩 일을 쉬기 일쑤다.

노동조건을 부분적으로라도 개선해 온 것은 건설 노동자들의 투쟁 덕분이었다. 지난 수년간 건설 노동자들은 자주적으로 노조를 만들고 매년 집단적으로 싸워서 일당을 1만~2만 원씩 꾸준히 올려 왔다. 그 속에서 조합원 수도 크게 늘었다.

정부와 건설 자본들은 이번 공격으로 이러한 건설 노동자들의 투쟁력을 약화시키고 싶은 것이다.

물론, 건설노조의 요구 중에는 과연 그것이 효과적인지 토론해 볼 거리도 있다. 예컨대 조합원 채용 요구는 단기적으로 이로울지 몰라도, 전체 노동자 단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해로울 수 있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배제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토론하고 논쟁해 결정할 문제다. 고용 불안에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연대

최근 지지율 하락 때문에 주춤하지만, 윤석열은 기업주들을 지원하려고 노동개악 추진에 사활적이다.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고 임금 등 조건을 공격하려는 것이다.

물가 인상 등 생계난 속에서 노동개악은 큰 반발을 살 게 뻔하다. 주 69시간 연장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난관에 빠진 것이 이를 보여 줬다.

그래서 윤석열은 노동개악에 대한 반감이 투쟁으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노조를 위축시키고 집단행동을 제약하려 한다. 또 노조에 부패하고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씌워 노동개악의 동력을 얻으려고 한다. 그 화살이 지금 건설노조를 향해 있는 것이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에 건설노조가 연대 파업을 벌인 것도 윤석열에게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노동개악의 동력을 얻으려고 벌이는 윤석열 정부의 공격에 맞서 건설노조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