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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등, 바이든 재선 출마 지지:
미국 좌파의 앞길은 어디로?

또다시 트럼프와 바이든이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듯하다.

지독한 기시감 속에서 미국인들은 극우의 기수냐, 아니면 기업주들이 후원하는 제국주의 전범이냐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또 놓이게 생겼다.

트럼프를 물리칠 방법은 바이든을 지지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하는 확고한 층이 민주당 주변에 형성돼 있다.

바이든으로 극우를 꺾자고? 바이든의 변화 염원 배신이 환멸을 낳아 트럼프가 재기할 수 있었다 ⓒ출처 백악관

2020년 대선 후보 경선 때 바이든과 경합했던 버니 샌더스는 2024년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대신 샌더스는 바이든 재선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밝히며 가장 앞장서서 바이든 지지를 표명했다.

미네소타주(州) 민주당 하원의원 일한 오마도 바이든 재선 출마를 지지했다.

오마는 2018년 커다란 찬사를 받으며 급부상한 민주당 내 “진보”파 하원의원 모임인 일명 “스쿼드”의 일원이다.

바이든을 지지하는 이런 사람들은 민주당만이 트럼프와 공화당, 성장하는 극우에 맞서 승리할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바이든도 평범한 사람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그런 주장을 한다.

바이든 선거운동본부가 제작한 대선 출마 선언 영상의 핵심 메시지는 하나다. 트럼프와 극우 세력들을 꺾을 힘은 오직 바이든에게만 있다는 것이다.

그 영상은 2021년 1월 극우의 국회의사당 습격 장면으로 시작한다. 뒤이어서 바이든이 이렇게 말한다. “자유. 개인의 자유는 우리의 근본입니다.”

배신

트럼프나 다른 인종차별적 공화당 정치인이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극우는 실제로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이 4년 더 집권하는 것도 승리라고 하기 어렵다.

바이든 정부의 행적을 보라. 바이든은 인프라에 수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바이든이 처음 제시한 액수의 극히 일부만이 대중의 삶을 개선하는 사업에 할애됐다.(관련 기사: 본지 391호 ‘바이든, 재정지출·기후 공약 저버리다’)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가장 노조 친화적인 대통령을 자처했다. 그러나 지난해 그는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을 저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 파업이 “크리스마스의 재앙”이 됐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바이든은 알래스카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윌로우 프로젝트’ 등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 사업을 승인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이든은 전쟁과 제국주의에 한결같이 매진해 왔다.

미국은 러시아를 상대로 한 대리전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물주로, 이제까지 750억 달러어치의 무기와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 전쟁을 지속시키는 데서 나토 내에서 가장 적극적이다. 그럼으로써 미국의 진정한 적수인 중국과의 대결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런 지난 행적에 비춰 보면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 지지가 딱히 높지 않은 것이 그다지 놀랍지 않다.

취임 당시 바이든의 지지율은 53퍼센트였는데, 이것도 신임 대통령치고는 낮은 것이었다.

지난달 바이든의 지지율은 42퍼센트에 불과했다. 바이든이 우파를 꺾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바이든이 2020년에는 트럼프를 꺾었을지 몰라도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이든은 지난 대선 때 자신을 찍어 준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트럼프에게 승리를 내줄 수도 있다.

공화당의 선거 성적은 2년 동안 꾸준히 상승세였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을 탈환했다.

민주당이 더 큰 패배를 면했던 것은, 임신중지권을 일부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연방대법원의 대항마로 비쳤던 덕분이다.

하지만 그 판결이 폐기된 후 바이든이 임신중지권 보호를 위해 한 일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바이든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계를 개선하는 계획을 시행하지 않아 공화당이 지지를 다시 끌어모을 기회를 얻었다.

민주당 좌파의 성원들과 샌더스 같은 인물들이 바이든의 재선을 순순히 지지하는 것은 이들이 여전히 민주당 기구의 포로가 돼 있음을 보여 준다.

바이든 취임 이후 민주당 진보파는 자신의 거취를 두고 괴로운 선택을 해야 했다.

좌파 자처한 “스쿼드”의 바이든 지지는 민주당이 “운동들의 무덤”임을 재확인시킨다 ⓒ출처 omar.house.gov

“스쿼드” 소속 의원들의 행보가 이를 가장 뚜렷이 보여 준다. “스쿼드”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일한 오마, 아야나 프레슬리, 라시다 틀라입(위 사진)의 모임으로 시작돼, 트럼프 임기 동안 기세를 높였다.

“스쿼드”는 의회 내에서 비교적 급진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좌파가 의회적 노선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자아냈다.

그러나 바이든이 집권하자 “스쿼드”는 민주당의 노선을 추종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 노선이 바이든을 뒷받침하기 위해 좌파로서의 신망을 잃고, 변화 열망을 안고 민주당에 헌신한 사람들의 희망을 저버리는 것인데도 말이다.

아이언돔

2021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체계 ‘아이언돔’에 대한 재정 지원 증액을 승인하는 하원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해 “스쿼드”에서 이탈했다. 그의 해명은 기권표를 던지라는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었다.(관련 기사 본지 386호 ‘미국 좌파 의원 오카시오-코르테스, 왜 이스라엘 군사 지원에 반대표 안 던졌나’).

또, 틀라입을 제외한 “스쿼드” 성원 모두가 2022년 철도 노동자 파업을 불법화하는 법안에 찬성 투표했다.

우파에 타협하는 것은 특히 오카시오-코르테스에게 정치적으로 득이 됐다.

그 덕에 그녀는 민주당 지도부에 더 가깝게 자신의 위상을 높일 수 있었다.

이는 민주당 내에서 좌파에게 제시되는 선택지의 진정한 성격을 보여 준다.

그들은 계속 행동을 촉구하며 당 지도부와 대결할 수도 있고, 지도부와 타협하고 협력할 수도 있다.

미국 민주사회당(이하 DSA) 같은 단체들은 “진보적” 후보들을 당선시키려는 노력에 영향을 미쳐 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대부분의 DSA 활동가들은, 어떤 한계가 있다고 해도 민주당은 정치 활동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며, 민주당 바깥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DSA는 샌더스의 2016년 대선 후보 경선 선거운동의 핵심에 있었으며, 2020년에도 샌더스를 지지했다.

DSA 몇몇 지부들은 바이든을 대선 후보로 지지하는 것에 반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그보다 더 나아갈 수도 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등 거리 운동과 일터의 투쟁에 좌파의 길이 있다 ⓒ출처 Becker1999(플리커)

아이다호주의 DSA 보이시 지부와 DSA의 내의 ‘붉은 노동자 코커스’ 분파는 민주당과의 “깨끗한 결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결의문은 좌파 후보들을 공식 정치에 진출시키는 데 힘을 쏟는 DSA의 노선에 의문을 제기했다.

“DSA가 지지를 선언한 민주당 후보들은 노동계급에 대한 DSA의 책무를 대표하는 데에 거듭 실패해 왔다.”

그 결의문은 DSA가 민주당과 그 당의 후보들과 “깨끗이, 명명백백하게, 돌이킬 수 없이 결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촉구는 독립적 노동자 정당 결성에 나선다는 내용을 결정문에서 모두 삭제한 2021년 DSA 당대회의 결정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러나 깨끗한 결별은 필요한 일이다.

“깨끗한 결별”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활동가들이 수많은 시간을 들여 좌파적 민주당 후보를 주류 정치의 중심부로 진출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시간을 일터에서 투쟁을 건설하고, 거리 운동을 건설하고, 심지어 대안 정당을 건설하는 데에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열정과 에너지는 자본가 정당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 결과는 언제나 막다른 골목이었다.

민주당이 “운동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바이든을 지지하느라, 진정한 변화의 전망을 열 운동들을 민주당에 갖다 바치는 것은 그 운동들을 고분고분하게 길들이는 효과를 낸다.

그런 노선은 운동들을 의회적 해법으로 기울게 만들고, 그런 해법은 운동이 체제를 수호하는 정치인들에게 끌려다니게 만든다.

민주당에 투신한 좌파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의 당내 출셋길과 자신이 출마하면서 복무하려 했던 대의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다.

DSA와 미국 좌파는 민주당에게서 독립적인 조직을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과 결별해서 건설할 조직이 어떤 것이냐를 두고도 논쟁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노동계급 대중의 염원을 더 잘 반영할 후보들을 세우는 조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조직은 노동조합 운동과 동맹을 맺을 수 있고, 대기업을 대변하는 민주당의 지향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조직은 민주당 지지자들을 오른쪽으로 견인하는 논리와 제대로 단절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신생 조직이 선거와 의회 정치를 중심으로 조직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핵심 목표는 주류 정치 바깥에서 벌어지는 투쟁에 집중하는 혁명적 당을 건설하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사회의 분노와 울분이 켜켜이 쌓여 왔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과 파업과 일터에서의 투쟁이 늘어난 것이 보여 주는 바다.

좌파는 바이든이나 민주당이 아니라 이런 투쟁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이 운동들의 일부를 민주당 쪽으로 끌어당기는 견인력에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미국 거리 운동의 규모와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다.

미국 노동계급 사람들이 또다시 트럼프와 바이든 사이의 양자택일을 강요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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