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윤석열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정순신 사태에 대한 공분이 일자, 부랴부랴 자기들도 학교폭력 근절에 진심이라는 듯이 대책을 내놓았다.

주된 내용은 학교폭력 기록을 졸업 후 4년까지 보존하고 대입 정시에 반영하는 등,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에게 정신적·신체적으로 심각한 손상과 트라우마를 안기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징계를 포함한 적절한 조처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폭력 처벌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교육이어야지, 가해 학생에 대한 응징이 목적이 돼선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대책은 사안을 가리지 않고 가해 학생을 응징하고 낙인찍는 데 초점이 있다. 가령 많은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이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에 별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학교폭력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기재는 현 교육부 장관 이주호가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하던 시절에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학교폭력은 줄지 않았고, 생기부 기재를 막기 위한 행정 소송이 크게 늘었다. 애초에 소송을 걸 수 있는 부모도 소수이지만, 법률 싸움으로 갈수록 결국 정순신처럼 돈 있고 권력 있는 부모를 둔 자녀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 정부는 “피해 학생에 대한 빈틈없는 보호”를 내세우며,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즉시 분리하는 기간을 연장하고(3일에서 7일로), 분리 이후에도 피해 학생의 요청시 학교장이 가해 학생의 학급을 교체하거나 출석 정지도 할 수 있게끔 했다.

그러나 사안의 실체와 경중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분리를 강제하고 그것을 연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오히려 억울한 이를 만들어내거나, 사안에 비해 과장된 낙인 효과만 키울 확률이 높다. 그럴수록 교육적 해결은 어려워지고, 불필요한 갈등을 심화시키며, 사소한 폭력을 더 큰 폭력과 증오로 키울 뿐이다.

처벌이 엄하고 명확한 반면, 피해 학생에 대한 심리 상담·의료·법률 지원 방안은 얼마나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제시되지 않아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학교폭력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회복적 정의에 따른 접근이 필요하다 ⓒ출처 교육부

엄벌주의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자아상과 가치관의 형성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일탈은 단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 만연한 억압과 폭력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

게다가 입시 경쟁과 미래 불안 등 청소년들이 겪는 사회적인 소외와 억압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관련 기사: 본지 455호, ‘학교폭력을 키우는 억압과 자본주의적 소외’)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경쟁과 이기심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배우며 자라난다. 더구나 치열한 입시 경쟁 하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잠재력을 무시당한 채 좌절과 패배를 경험하고 열패감과 순응을 학습한다.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 사망 요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은 이 사회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곳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런 억압과 소외 때문에 학생 개인들 사이의 관계는 왜곡된다. 정서적 혼란과 모순 속에서 일부 학생들은 다른 학생을 쥐고 흔드는 것으로 거짓된 자존감을 얻으려 하고, 또는 만만한 대상에 대한 폭력으로 분노를 표출하곤 한다.

같은 조건에 처한 모든 학생이 폭력을 저지르는 건 아니지만 이런 조건을 빼놓고 청소년 개인들의 삐뚤어진 행동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가 학교폭력에 오히려 처벌 강화로 대처하는 것은 이 문제를 질 나쁜 개인들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그저 가해 학생 개인들을 발견 즉시 분리하고 배제하고 응징하면 된다는 논리로 정부는 또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도 추진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법질서’ 정책의 귀결이다. 윤석열의 ‘법질서’ 정책은 기존 질서 수호를 위한 대중 통제의 수단일 뿐이다.

응징에만 초점을 둔 접근법은 학교폭력 문제의 사회적 근원을 은폐하고, 대체로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사실 윤석열은 한편으로 학교폭력 가해자 엄벌을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입시 경쟁 강화와 긴축 등 학교폭력의 뿌리인 소외와 억압을 더 심화시킬 개악들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 침체로 청년 실업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교육 경쟁 강화는 경제 위기 고통 전가를 정당화하고 경제적 곤궁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학교폭력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응보적이기보다는 회복적 정의에 따른 접근이 필요할 뿐 아니라, 학교폭력을 더 조장할 정부의 교육개악 시도에 맞서야 한다.

무엇보다 학급 당 학생 수 감축, 교사의 교육 외 업무 감축, 상담교사 증원 등 학교의 전반적인 환경을 당장 개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 환경 개선과 교육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더 나아가 대중적 투쟁을 통해 불평등과 입시 경쟁 자체에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