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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리퍼블릭 은행 파산:
고금리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미국 은행 위기 확산 중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이후 잠잠해지는 듯하던 미국의 은행 위기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자산 순위 14위) 파산으로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퍼스트리퍼블릭을 전격 인수했지만, 또 다른 지역·중소 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파산으로 금융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처 Can Pac Swire(플리커)

JP모건 회장 제이미 다이먼이 이번 인수 후에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혼란은 끝났다” 하고 공언했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퍼스트리퍼블릭 매각 다음날인 5월 2일에도 미국 지역 은행 여러 곳의 주가가 급락했고, 다음 파산 대상이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은행들이 위기를 겪는 것은 저금리 시기에 사들인 채권 등 보유 자산의 가격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보유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자 예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고금리 상황이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5월 3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또다시 0.25퍼센트포인트 인상했다. 10회 연속 금리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5.25퍼센트로 올랐다. 2007년 이후 16년 만의 최고 수준 금리다.

연준 의장인 파월은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고, 우리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상승이 지금껏 경제에 풀린 돈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고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친기업 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조차 물가 상승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빌미로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고 이윤을 늘린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지적처럼,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은 실업률을 높이고 임금을 억제해 이윤을 지키려 “가차없는 계급 정치를 실천한 것”이다.(본지 453호, 2023년 3월 25일자)

그러나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는다는 전략은 미국 은행권 전반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아미트 세루 교수는 미국의 은행 4800곳 중 절반 정도가 이미 자본이 완전히 잠식돼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라고 추산했다. 세루 교수에 따르면, 미국 지역 은행들뿐 아니라 대형 은행도 매우 취약해졌다. 현재 가장 취약한 은행 10곳 중 4곳이 대형 은행이라고 한다.

또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도 은행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 연준의 조사를 보면, 올 들어 미국 지역 은행에서 이탈한 예금은 2627억 달러(약 352조 원)에 이른다.

게다가 고금리의 여파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지역 은행들의 부실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 사무실 공실률은 19퍼센트를 기록했다. 31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것으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대형 투자기관들조차 최근 사무실 담보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고 파산해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상업용 건물의 가치가 최고치 대비 40퍼센트 정도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중 70퍼센트가량(2조 3000억 달러)을 미국 중소 은행들이 해 줬다. 높은 금리 때문에 돈을 갚지 못하는 상업용 부동산이 강제 매각되거나 가격이 급락하게 되고, 상업용 부동산에 대출해 준 중소 은행이 부실화해 다시 예금이 더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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