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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탈핵으로 세계는 안전해지고 있나?

4월 16일 독일에서 가동되던 마지막 핵발전소 3기가 전력망에서 분리됐다. 이는 수십만 명이 참가한 독일 반핵 운동의 성과다.

유럽 선진국들 중에서도 가장 큰 산업 국가인 독일에서 핵발전이 중단된 것은 핵발전 없이는 경제가 유지될 수 없다는 국내 찬핵론자들의 주장이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사실이 아님을 보여 준다.

2023년 4월 중순 가동이 끝난 독일 북부의 엠슬란트 핵발전소 ⓒ출처 Wikimedia Commons

한국 에너지관리공단이 발표한 〈2021년 신재생에너지 백서〉를 보면 국내 재생에너지 잠재량도 전체 전력을 대체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다만 독일의 핵발전소 가동 중단이 핵발전을 하고 있거나 하려는 다른 나라들에 끼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당장 옆 나라 프랑스는 2035년까지 핵발전소 6기를, 영국은 2050년까지 최대 8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독일의 마지막 핵발전소 3기가 문을 닫기 몇 시간 전 핀란드에서는 그 나라 전력 생산의 40퍼센트를 차지하게 될 유럽 최대 규모의 핵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미국, 중국, 일본도 핵발전소를 늘리고 있다. 핵 없는 세상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1970년대 중동 오일 쇼크처럼 미국이 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위기감을 낳았다. 당시의 충격으로 유럽의 많은 나라가 핵발전소 건설에 착수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은 핵무기 보유 경쟁도 고조시키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핵발전 중단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이들에게 윤석열이 그토록 바라던 미국 핵무기가 ‘공유’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 정부가 핵발전소를 다시 가동할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연정에 참여한 독일 녹색당의 행보가 우려를 낳고 있다. 독일 녹색당은 1970년대에 벌어진 반핵 운동 속에서 등장한 정당이다. 독일 녹색당은 2021년까지도 평화를 표방하며 군비 축소를 요구했지만, 집권 이후에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엄청나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돌변이 처음은 아니다. 녹색당은 1999년 나토의 유고슬라비아 전쟁도 지지해 “국방색으로 바뀌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석탄 발전을 연장·재개하고 천연가스를 대안으로 지지하는 등 기후 위기 대응도 뒷전으로 미뤘다.

최근 폐쇄된 마지막 핵발전소 3기는 원래 지난해 폐쇄될 예정이었지만 겨울철 전력난을 고려해 폐쇄가 연기된 바 있다. 그나마 세계 경기 둔화로 제조업 에너지 수요가 줄어 핵발전 중단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많다.

독일의 핵발전소 폐쇄는 반핵 운동의 성과이고 반길 일이다. 그러나 고조되는 지정학 갈등과 경제 위기, 즉 체제 전체가 위기로 빠져 들면서 세계적으로 핵은 더 많아지고 있다.

체제의 동학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