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택배 노동자들, 노조 설립!:
상시적 부당 해고 위협에 반기를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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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택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했다. 지난 4월 24일 전국택배노조에 소속된 쿠팡 택배 성남 분당, 서울 강남, 고양 일산 지회가 한날 동시에 창립대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보복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
노조 설립을 준비 중인 지역이 몇 곳 더 있다.
이번에 노조를 설립한 택배 노동자들은 쿠팡이 2021년 설립한 택배 자회사 쿠팡CLS
그동안 쿠팡은 배송 인력을 직고용해 노동자들의 조건이 좋다고 내세워 왔다. 그러나 사측의 선전과 달리 노동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이제 쿠팡에 직고용된 노동자들
이 노동자들은 1톤 트럭을 보유한 배송 기사들로, 쿠팡에게 건당 수수료를 받고 배송을 위탁받는다.
쿠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직고용을 대폭 줄이고, 택배 자회사를 설립했다.
쿠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3회 연속 분기당 1000억 원 넘는 흑자를 냈다. ‘새벽 배송’, ‘로켓 배송’ 등 속도전에 내몰린 택배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 덕분이다. 하지만 택배 노동자들의 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얼마 전 택배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실시한 ‘쿠팡 노동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쿠팡 택배 노동자들은 배달 구역 회수
무엇보다 배달 구역 회수 위협에 큰 불만을 느끼고, 분노하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에게 배달 구역 배정은 일감과 직결된다. 클렌징은 수행률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 노동자들이 배달 구역을 잃으면 수입이 줄어들고, 아예 일을 못하게 될 수 있다. 쿠팡 택배 노동자들은 “클렌징은 부당 해고”라며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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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렌징
배달 구역 회수 압박은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 과로, 산재로 내몰고 있다.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쿠팡 택배 노동자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무려 10시간이다. 그 이상 근무한다고 답변한 사람도 응답자의 31.4퍼센트에 달한다. 반면, 하루 휴게 시간은 평균 18분에 불과하다. 노동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배달 업무 수행률이 떨어지면 클렌징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많은 동료들이 시간에 쫓기며 장시간 노동과 관절 부상 등에 시달리고 있다.
“아침 7시까지 배송하라고 지시받지만, 물건을 적재하는 시간이 새벽 4시 반~5시쯤이다. 물건 정리 시간,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어떻게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겠나.”
쿠팡 택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싸우는 이유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 성과로 노동시간 단축, 고용 안정, 대리점주의 횡포 금지, 분류 작업 인원 확충 등을 담은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택배 사용자들은 번번이 약속을 어겨 왔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도 계속됐다.
쿠팡CLS는 한술 더 떠 사회적 합의 당시 당사자가 아니었으므로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며 뻔뻔하게 나오고 있다.
쿠팡 사측이 대리점과 택배 노동자 사이의 계약 문제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최근 쿠팡CLS가 대리점과 맺은 계약서가 공개됐는데, 여기에는 “반품·프레쉬백
대리점은 택배 노동자들에게 위와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강요한다. 이 때문에 택배 노동자들은 클렌징 압박 속에 장시간 노동, 과로, 산재 위험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쿠팡 택배 노동자들이 이런 가혹한 계약을 거부하면 바로 해고될 수 있다. 울산 택신 대리점에서 사측이 내놓은 계약서를 거부한 택배 노동자 7명이 문자로 해고됐다. 이후 이들은 노조를 결성했다.
마녀사냥
쿠팡 사측을 두둔하는
그러나 진짜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쿠팡 사측과 윤석열 정부의 경찰이다.
쿠팡 택배 노동자들이 캠프
택배 노동자들은 경찰이 ‘쿠팡의 용역’ 노릇을 한다고 분노하고 있다.
쿠팡 사측은 노조 분당지회장의 현장 출입마저 막아섰다. 현재 분당지회장과 다른 한 조합원은 근무 시간에도 현장에 출입을 못하고 있다. 일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해고 수순이다. 쿠팡 조합원들은 사측과 경찰이 짜고 ‘경찰 연행 - 출입 제한 - 해고’를 자행하는 것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쿠팡 사측이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유통업계와 택배업계의 경쟁이 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을 억눌러 비용을 절감하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건폭’ 운운하며 건설노조를 공격하고 있는 상황도 사측에 자신감을 줬을 것이다.
쿠팡 택배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과 노동조건 개선 투쟁은 정당하다. 더 많은 지역의 쿠팡 택배 노동자들이 노조 건설과 투쟁에 나서기를 바란다. 이 투쟁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