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히 씨는 난민 인정을 받을 때까지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한다 ⓒ박이랑

이집트인 난민 오킬 파트히 씨(53세)가 한 달째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파트히 씨는 지난 4월 24일 법무부가 있는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난민 지위 인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30일 동안 곡기를 끊고 물과 소금에만 의존했다. 그 사이 몸무게가 무려 18킬로그램이나 빠졌다.

파트히 씨는 이집트 무슬림형제단과 자유정의당 활동가였다. 무함마드 무르시(무슬림형제단 소속) 정부하에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보내는 구호 물품을 조직하는 일을 담당하기도 했었다.

2013년 현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가 군부 쿠데타를 일으키자 이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다 6개월간 투옥되기까지 했다. 파트히 씨는 이어지는 탄압을 피해 2014년 5월 30일 한국으로 망명했다.

그러나 한국 법무부는 파트히 씨의 난민 신청을 세 차례나 거절했다. 한 번은 법무부가 그의 난민 심사 면접 조서를 조작해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법무부는 이로 인해 파트히 씨가 허비한 시간에 대한 보상은커녕, 그냥 없었던 셈 치자는 듯이 재심사 기회만 줬다. 그나마 지난해 9월 다시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오는 6월이 되면 파트히 씨가 한국에 입국한 지 꼭 10년이 된다. 가족과 생이별한 지도 10년이다.

"한국 정부는 내게 삶을 버리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박이랑

파트히 씨는 난민 신청과 거부, 이의신청과 재신청을 오가는 과정을 더는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려고 거리로도 나와 봤고, 앞으로 재판을 수년 동안 더 받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끝을 보고 싶어요. 난민 인정을 받든지, 다른 나라로 보내 주든지, 아니면 여기서 단식하다가 죽으려 합니다.”

법무부는 파트히 씨의 요구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정부청사 밖 담벼락에서 천막 농성 중인 파트히 씨에게 이따금 전화를 걸어 난민 신청 서류와 관련한 사실 관계만 묻는다고 한다.

“법무부는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 같아요. 단식 농성을 했다고 난민 지위를 인정해 주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니, 선례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

한국 정부의 냉대 속에 파트히 씨의 건강도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5, 6일 전부터 호흡이 어려워요. 청력도 떨어지고 집중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녁에는 패딩을 입고 슬리핑백에 들어가서 자야 할 정도로 추위를 느낍니다.”

파트히 씨를 지지하며 방문한 각종 단체들의 연대 팻말이 법무부 담벼락에 놓여 있다 ⓒ박이랑

이집트인 난민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파트히 씨의 끈질긴 단식 투쟁 소식이 알려지며 지지와 연대가 점차 늘고 있다. 그가 단식을 벌이는 천막 안팎에는 지지 방문을 온 사람들이 놓고 간 응원의 팻말이 줄지어 있다.

파트히 씨에 따르면, 영국의 인권단체 엘셰하브가 주영한국대사관에 항의성 질의를 하고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 주영 사무소에도 자신의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한편, 오는 5월 26일(금) 서울 도심에서 이집트인 난민들이 집회와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해 법무부 앞에서 농성을 벌이며 서울 도심과 국회, 대통령실 앞 등에서 난민 인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여러 차례 벌인 바 있다. 이들은 법무부의 심사 지연과 냉대를 성토하고 있다.

집회를 준비 중인 이집트인 난민 중 한 명인 압둘라 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난민 인정, 난민들의 생활 조건 개선, 난민 심사 기준 명확화를 비롯해 파트히 씨와의 연대를 위해 시위에 나섭니다.”

법무부는 즉시 파트히 씨를 비롯한 난민 신청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집트인 난민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이집트인 난민 박해에 맞선 전국 행동의 날

일시: 5월 26일(금) 오후 4시

장소: 국가인권위 앞(을지로3가역 12번 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