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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7800개 일자리 AI로 대체:
기술 진보는 노동계급에게 재난인가?

얼마 전 세계적 IT기업인 IBM이 5년 내 경영 지원 인력의 30퍼센트인 7800명(전체 인력의 3퍼센트)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은행 제출에 필요한 재직증명서 발급과 부서 간 이동 통보 같은 사무 행정 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하겠다고 한다.

주류 언론들은 “AI발 고용 태풍”이 올 것이라며 이를 보도했다. 기술 혁신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IBM의 사례를 과장하지는 말아야 한다. IBM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자동화하겠다는 일은 매우 단순·반복적인 사무 행정 업무에 한정돼 있다. IBM의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가 한 말을 봐도 기술 개발 업무뿐 아니라 경영 지원 부문에서도 직원 생산성 평가나 인력 구성 등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는 향후 10년간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적다.

게다가 IBM은 인공지능 기술을 만드는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이다. 이런 기업은 인공지능의 인력 대체 효과를 과장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도 봐야 한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잠식해 실업이 만연해질 것이라는 주장에는 과장이 많다. 이런 과장은 전에도 여러 번 나왔었다.

근래의 사례는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환상이 크게 일었을 때다. 당시 머지않아 자율 주행 자동차가 택시, 트럭 운전수들을 대체하고, 음성 인식 프로그램이 콜센터 직원을 대신하고, 인공지능으로 의사와 간호사가 대체되고, 컴퓨터가 분석해 주는 자산 관리와 법률 조언 등으로 관련 분야에서 일자리가 대거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전망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대체될 것이라고 언급되던 여러 직종에서 인력난이 벌어졌다.

기술 발전 때문에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질 것이라고 과장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싸워 봐야 소용없다는 비관주의를 부추기는 데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달랐다.

물론 이런 과장을 지적한다 해서 기술 발전이 일자리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자본주의에서 자본가들 간의 경쟁으로 인해 기술 발전에 투자를 확대하고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줄이는 경향은 계속 존재해 왔다.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에게 가는 임금(가변자본) 대비 기계 등에 투자되는 비용(불변자본)의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고, 이를 자본주의의 일반 법칙이라고 불렀다.

마르크스가 살았던 때는 진정한 산업혁명의 시기였기 때문에 그런 변화의 속도가 더 컸다. 반면 지금은 온갖 과장에도 불구하고 장기 불황 속에 변화의 속도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의 소외

합리적인 사회라면 기술 진보는 노동자들의 수고를 덜고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말했듯 “그 누구의 수고를 덜어 준다는 것은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는 기계의 목적이 결코 아니다. … 기계는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다”.

“기계 자체가 아니라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이 문제이다”(마르크스). 쿠팡은 자동화된 시설을 자랑하지만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린다 ⓒ출처 쿠팡

자본가들이 생산수단을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혁신적 기술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보다는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 강화, 실업의 우려 키우기, 불평등 증가로 이어져 왔다.

자동화 시설이 도입된 부문의 노동자들에게는 되레 노동 강도 강화가 강요되곤 한다. 자본가들은 자동화 시설을 이용해 가장 효과적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쿠팡이 바로 그 사례다. 노동자들의 개인당 업무 할당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노동자들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노동 강도를 감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해마다 과로사하는 노동자들이 생기고 있다.

노동자에게 생산 현장에서 기술 발전이 의미하는 것은 한 쪽에서는 장시간, 고강도 노동이고 다른 쪽에서는 실업자의 양산이다. 둘 모두에서 노동의 소외가 강화된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자본주의 체제를 멈춰 세울 노동계급의 잠재력을 갉아먹는 것은 아니다. 자본가들은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생산을 의존해야 한다. IBM도 지난 1분기에만 프로그래머와 고객 응대 부문에서 7000명을 신규 채용했다.

사실 인공지능을 만들고, 챗GPT를 훈련시키는 것도 노동자들이다. 챗GPT 훈련을 위해 지불된 노동력 비용이 무려 3조 7000억 원이라고 한다. 인건비를 아끼려 주로 아프리카의 노동자들을 활용했음에도 말이다.(관련 기사: 최무영,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신할까’, 본지 453호)

인공지능 기술 개발뿐 아니라, 기술을 구현할 반도체를 생산하고,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는 데도 모두 노동력이 들어간다. 각종 무인화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것을 생산한다는 말은 곧 그 노동자들이 일손을 멈췄을 때 생산에 타격을 줄 잠재력이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마르크스가 말했듯 노동계급은 여전히 “자본주의의 무덤을 파는 사람들”이다.

자동화 기술로 악명이 높은 아마존이나 쿠팡과 같은 곳에서도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생겨났다.

노동계급의 이런 힘은 자본가들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며 노동조건을 공격하려 할 때 이에 맞서 노동조건을 방어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다.

노동자들이 투쟁을 전진시켜 자본주의 체제를 타도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할 때 자본주의가 발전시킨 고도의 생산 능력은 비로소 다수의 필요를 위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