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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급진화가 반영된 아카데미 시상식

할리우드를 상투적으로 “꿈의 공장”이라 부른다. 그러나 할리우드 영화는 결코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1980년대에는 〈람보2〉, 〈델타 포스〉, 〈지옥의 코만도〉 등 레이건 집권 이후 베트남전 패배의 악몽에서 벗어나려는 지배자들의 심리를 보여 주는 영화들이 유행했다.

보통 할리우드 영화 하면 이러한 영화가 떠오르며,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보수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의 변화가 일어난 경우도 있었다. 1930년대 대공황기나 1960∼70년대 공민권 운동과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이 크게 일어나던 때 할리우드의 일부 영화인들은 지배자들을 고발하거나 억압받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영화를 제작했다.
최근 할리우드는 다시 한 번 그러한 ‘황금기’를 맞이하는 듯하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러한 변화를 가장 명백히 보여 준 예일 것이다.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크래쉬〉, 미국 석유기업의 중동 개입을 비판하는 〈시리아나〉,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아프리카 민중을 착취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콘스탄트 가드너〉, 동성애자 억압을 보여 주는 〈브로크백 마운틴〉, 매카시의 마녀사냥을 비판한 〈굿 나잇, 굿 럭〉이 주요 부문의 상을 나눠 가졌고, 〈숏 컷〉·〈고스포드 파크〉 등에서 소외와 계급의 문제를 다룬 로버트 알트먼이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중 의식의 변화다.

2001년 9·11 직후만 하더라도 할리우드 영화인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

개봉을 앞둔 〈콰이어트 아메리칸〉은 베트남 전쟁을 비판적으로 다뤘다는 이유로 개봉이 연기됐고, 대신에 〈위 워 솔저스〉 같은 영화들이 대대적으로 개봉됐다.

하지만 부시 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벌이고, 반전 의식이 성장하면서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스텔스〉 등 상투적인 영화들은 실패했고, 할리우드는 2005년 수익이 거의 10퍼센트나 줄었다.

대중 의식 변화와 몇몇 안이한 영화들이 실패하는 과정에서 일부 진보적인 영화인들이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틈새가 생겨났다.

이 영화들은 대부분 국내 개봉을 하지 않았지만, 〈굿 나잇, 굿 럭〉(3월 16일 개봉), 〈시리아나〉(3월 31일 개봉) 등이 개봉될 예정이다. 아카데미상 수상을 계기로 나머지 영화들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