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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전쟁?

끝없는 전쟁?

김인식

마침내 탈레반이 미국의 폭격에 굴복했다. 미국의 B-52 폭격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를 산산조각냈다. 미국은 ‘정밀’ 폭격이 애꿎은 민간인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난받자 아예 “융단” 폭격으로 전술을 바꿨다.(“융단” 폭격이라는 용어는 사뭇 부드럽게 들린다. 그러나 “융단” 폭격은 10∼15분마다 폭탄을 퍼부어 공격 표적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폭격을 뜻한다.) B-52는 베트남 전쟁 이후 30년 만에 처음 등장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당시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세계적 비난 여론이 높자 그 동안 B-52 사용을 자제했다. B-52 폭격은 미국 지도자들의 무자비함을 보여 줬다. 국방부 부장관 폴 울포위츠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외국인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지 말라는 아프가니스탄 역사의 교훈을 적용하려 한다. 만약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더라도 오래 있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외국인들이 자국내에서 오래 머무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풀 울포위츠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가난한 나라를 폭격하고, 혼란을 조성하고, 학살자들을 부추기고, 난민 탈출을 막고, 악몽이 펼쳐지는 광경을 팔짱끼고 지켜보자는 것이다.

폭격으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좋이 수천 명에 이를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또, 굶주림에 시달릴 것이다. 헤라트의 마스라크 난민촌에는 80만 명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은 경쟁 분파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분할 통치하도록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이권과 영토를 위한 군벌들의 전투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죽을 것이다. 독일 회담을 통해 구성된 임시 정부는 심각하게 분열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강력한 군벌 압둘 라시드 도스툼은 이미 새로운 내전을 시작했다. 6개 파벌들이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칸다하르를 놓고 심각하게 갈등하고 있다. 칸다하르는 혼란에 빠졌고 약탈이 끊이지 않는다. 보도에 따르면, 전 칸다하르 주지사 굴 아가는 하미드 카르자이 임시 정부에 반대해 제휴할 것을 도스툼에게 제안했다. 탈레반은 억압과 뇌물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무장 집단들의 충성심을 끌어 냈고 그 지역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평범한 아프가니스탄 대중이 탈레반을 위해 싸우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이다. 이제 탈레반은 붕괴했지만 대중에게 쓰라린 환멸을 안겨 준 억압과 뇌물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조선일보〉조차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석 달 전보다 호전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했다. 게다가 이 지역 소열강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핵무기를 보유한 파키스탄과 인도의 갈등은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피 맛을 본 매들

피 맛을 본 매들이 전 세계를 위협하는 날개짓을 하고 있다. 피에 굶주린 전쟁광들은 자신들의 군사적 성공에 고무된 듯하다. 한 외교 논평가는 이렇게 지적했다. “승리는 모든 것을 바꾼다. 무엇보다 심리를 바꾸어 놓는다. 아프가니스탄 지역의 심리는 미국의 힘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감이다. 이제 그 심리를 이용할 때다.” 부시와 도널드 럼즈펠드와 폴 울포위츠는 정확히 이런 심리를 이용하려 한다.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의 비행기들이 아프리카 동부의 소말리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군함이 소말리아 해안에 배치되고 미국 정보원들이 내륙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소말리아는 이미 완전히 유린된 나라다. 소말리아는 가난으로 따지면 아프가니스탄과 쌍벽을 이루는 나라다. 지난 10년 동안 소말리아에는 중앙 정부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슬람 단체들이 권력의 공백을 부분적으로 메우고 있다. 지난해 소말리아 부족 원로들은 압둘카심 살라트 핫산을 대통령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그는 단지 국토의 절반만을 통치하고 있다. 핫산은 여러 해 동안 소말리아를 분할 지배해 온 세력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이들 반대 세력 가운데 후세인 아이디드가 있다. 후세인 아이디드는 1992년 소말리아 주둔 미국 군대에 굴욕감을 안겨 준 파라 아이디드 장군의 아들이다. 후세인 아이디드는 미국에서 군사 훈련을 받았고 미국 특공 부대의 장교 과정을 이수했다. 최근에 미국 관리들은 파라 아이디드에 대한 치욕스러운 기억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을 만났다. 십중팔구 상호 협력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다. 한편, 친미 에티오피아 정부가 소말리아를 상대로 하는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9월 11일 테러 직후, 미국 정부는 소말리아의 이슬람 단체인 알 이티하드가 오사마 빈 라덴과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다. 그리고 그것은 장래의 전쟁을 위한 구실이 될 수 있다. 미국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소말리아 공격의 진정한 동기는 7년 전의 “악몽을 떨쳐 버리는 것”이다. 7년 전, 44명의 미군들이 소말리아에서 살해당하면서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소말리아에서 철수해야 했다. 복수, 베트남 증후군 극복, 미국의 세계 지배 재천명이 이 전쟁의 진정한 목적이다. 그래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미래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관심은 새로운 공격 대상을 찾아내 폭격하고 북부동맹 같은 학살자들을 후원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아체도 미국 국방부가 고려하고 있는 공격 대상 가운데 하나다. 분리 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는 아체인들은 친미 인도네시아 국가에 의해 억압당하고 있다. 필리핀의 무슬림 반군들(예컨대, 아부 샤아프 등)도 표적이다. 그들은 100년 전에 미국의 필리핀 식민 지배에 저항했고, 1980년대에는 친미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에 대항했다. 지금도 친미 필리핀 정부와 싸우고 있다. 또, 예멘이 있다. 예멘을 공격하려는 이유는 지난해 예멘의 아덴항에서 이슬람 조직이 미국 군함 USS 콜을 폭파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매파들은 라틴 아메리카의 브라질과 파라과이 국경 지대에서 군사 작전을 벌이겠다고 협박한다. 이 지역에는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있다. 미국은 심지어 유엔 보호령인 보스니아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라크다. 럼즈펠드는 9월 11일 자살 테러범들과 이라크 사이에 “연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럼즈펠드는 1991년 걸프 전쟁 때 이라크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라크는 전쟁과 경제 봉쇄로 황폐해졌다. 미국 지배자들은 11년 동안 이라크를 폭격했다. 1991년 걸프 전쟁 이래 미국의 경제 제재로 50만 명의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조만간 유엔 안보리는 이라크 경제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만약 사담 후세인이 유엔 무기사찰단(사실상 미국의 스파이들)의 입국을 거부한다면 이것은 전쟁을 위한 구실이 될 수도 있다.

격화되는 팔레스타인 사태

미국의 전쟁은 중동 정치의 가장 심각한 모순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한층 격렬하게 만들고 있다. 9월 11일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가혹하게 공격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내내 미국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테러 통치를 용인했다. 9월 11일 이후 이스라엘 군대는 1백5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했다. 그리고 1993년 평화 협정 이래 가장 거대한 군사 침공을 감행했다. 이스라엘 군대는 세계무역센터 테러 발생 일주일 만에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을 스무 번이나 침공했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네셔널)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 사망률은 9월 11일 이후 두 배나 높아졌다. 부시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대한 지지 움직임이 중동 전체를 불안정에 빠뜨릴까 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12월 초 야세르 아라파트의 회담 요청을 쌀쌀맞게 거절했다. 조지 부시는 아리엘 샤론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는 이스라엘에게 철수하라고 부드럽게 타일렀을 뿐이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를 늘렸다. 10월 24일에 이스라엘 군대가 베이트 잘라를 포위하고 민가들을 포격했을 때, 미국 상원은 이스라엘에 대한 27억 6천만 달러의 지원을 승인했다. 이 가운데 20억 4천만 달러는 “특별 군사 원조”였다. 미국의 군사 원조 덕분에 아리엘 샤론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테러 통치를 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거대한 유전 지대인 중동에서 여전히 미국의 경비견으 노릇을 하고 있다.

미국은 무적인가?

탈레반이 항복한 뒤, 많은 사람들이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의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미국이 너무 강력해 아무런 도전도 받지 않고 자기 이익을 세계에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 대국이다.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의 3분의 1을 넘는다. 그러나 미국의 오만방자함은 전 세계에서 비통함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런 반감에 직면해 부시는 군사 행동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에 대한 더한층의 뿌리 깊은 증오를 낳을 것이다. 군사 행동은 탈레반처럼 대중 지지가 취약한 세력을 파괴하는 데서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지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대중적 저항 운동과 대결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30년 전 베트남 반전 운동은 오늘날 미국의 전쟁에 반대하는 투쟁에 매우 중요한 교훈을 던져 준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대중 운동은 미국 지배 계급을 흔들어 놓았다. 1970년 11월 노동 계급 도시인 디트로이트 국민 투표에서 63퍼센트가 전쟁에 반대했다. 대중적 반전 운동은 인종 차별과 빈곤에 반대하는 흑인 항쟁을 고무했고, 이 투쟁은 강제 징집에 반대하는 백인 청년들의 지지를 받았다. 반전 운동은 군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군인들의 마약 복용이 늘어났다. 군인들은 때로 수류탄으로 강경파 지휘관들을 죽이기도 했다. 군대는 완전히 사기저하됐고 미국 지배 계급은 분열했다. 월스트리트의 최고경영자들은 막대한 전쟁 비용을 불평했다. 시위는 단지 규모만이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도 중요했는데, 시위대는 미국 제국주의 반대라는 슬로건을 공공연하게 제기했다. 결국 닉슨은 종전을 선언해야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국가를 물리쳤다. 오늘날 부시의 전쟁에 반대하는 항쟁들은 베트남 전쟁 초기보다 훨씬 거대하다. 지금은 30년 전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보다 훨씬 더 강력한 운동을 건설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12월에 영국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각각 10만 명이 모여 반전 행진을 했다. 중동에서 일고 있는 대중적 반전 무드 때문에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정권은 국내의 반란을 걱정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자본주의에 대한 광범한 반감이 존재한다. 이 체제는 지난 사반세기 동안 네 번이나 침체에 빠져들었고 그 결과 노동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분노는 사장들이 벌이는 일자리 공격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와 연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