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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댐 파괴:
우크라이나 대반격은 더 많은 피를 흘리게 할 것이다

카호우카댐 파괴는 제국주의적 대결이 초래할 비용이 무엇일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출처 UNICEF Ukraine

안 그래도 이미 아수라장으로 변한 우크라이나가 더한층 재앙적인 땅이 되고 있다.

6월 6일 노바 카호우카댐이 파괴돼 드니프로강 하류 일대가 물에 잠겨 수많은 주민들이 대피했다. 주민들의 인명·재산 피해뿐 아니라, 150톤의 산업용 윤활유가 유출되면서 환경 재앙에 직면해 있다.

이 재앙은 드니프로강 일대의 곡창 지대와 세계 식량 공급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드니프로강에서 냉각수를 끌어오던 자포리자 핵발전소의 사고 위험이 커졌다.

젤렌스키는 즉각 러시아의 “전쟁 범죄”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미국은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존 커비는 “현재로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다 댐 파괴가 상대방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러시아가 통제하는 댐을 바깥에서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런데 러시아가 남부 전선을 물바다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그냥 수문을 열면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소행임을 보여 주는 증거 또한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정치에서 이런 미스터리에 직면해 던져야 할 물음은 누가 득을 보느냐는 것이다.

언뜻 보면 러시아가 득을 보는 듯하다. 댐 파괴로 우크라이나군이 댐 상류에서 자포리자로 상륙하는 데 차질이 생겼고, 하류에서 남부 전선의 우크라이나 진지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러시아 진지도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었다. CNN은 한 우크라이나군 장교의 말을 인용해 그곳의 러시아 병력이 사태에 전혀 대비돼 있지 않았고 많은 사상자를 냈다고 보도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형 때문에 오히려 러시아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크림반도에 물을 공급하던 운하도 타격을 입었다.

남부 전선이 물에 잠겨 러시아가 동부 전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많은 언론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소모전으로 허덕이는 것은 러시아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도 러시아가 헤르손으로 다시 밀고 들어올 가능성을 한동안 배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모한 모험

교전으로 손상이 누적돼 댐이 무너졌을 수도 있다. BBC는 포격으로 “댐의 상태가 여러 날에 걸쳐 악화됐음”을 보여 주는 위성 사진을 방송했다. 포격은 양측 모두로부터 있었다.

‘테이아 토지 데이터 센터’ 등의 자료를 보면 카호우카호의 수위는 이미 5월 초에 유례없는 수위로 높아졌다. 이것은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신들이 통제하는 강 상류의 또 다른 댐들의 수문을 의도적으로 열었는지, 아니면 러시아가 댐을 실제로 파괴했는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두 정부가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은 아랑곳없이 냉혹한 전쟁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서방은 러시아의 무모함만을 부각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도 여러 차례 무모한 일을 벌여 왔다. 자포리자 핵발전소 인근에서의 교전이 그런 사례다.

지난해 12월 〈워싱턴 포스트〉는 우크라이나군이 댐 파괴 계획을 검토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 카호우카댐 수문을 시험 삼아 타격해 세 개의 구멍을 냈다. 러시아군의 도하에 차질을 주되 주변 지역을 침수시키지는 않는 선에서 강의 수위를 높일 수 있는지 확인해 보려는 것이었다 ⋯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그것은 최후의 수단이었다.”

현재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을 이용해 러시아를 상대로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가 단지 꼭두각시인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서방을 최대한 끌어들여 자국 방위전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논리에 따라 전쟁을 키울 위험한 모험들을 감행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전쟁 수위를 조절하며 우크라이나가 계속 러시아를 출혈시키기를 바란다.

카호우카댐 파괴에 대한 미국의 유보적 태도는 이번 사태가 통제할 수 없는 확전으로 치닫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인 듯하다.

카호우카댐이 파괴된 시점에 공교롭게도 〈워싱턴 포스트〉는 우크라이나군의 발트해 노르트스트림(러시아 산 천연가스를 독일 등으로 공급하는 해저 가스관) 폭파 계획을 미국 정부가 폭파 3개월 전인 6월부터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물론 러시아 지배자들은 자신의 전략적 이점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이런 재앙을 일으킬 자들이다.

그러나 서방 또한 패권을 위해 위험한 불장난을 벌이며 수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을 총알받이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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