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조승진

7월 1일 을지로 일대에서 서울 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폭염 특보가 내린 날씨에도 수만 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지하철에서부터 서로를 알아보며 눈인사를 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도 수십 개의 부스를 구경하러 다니고, 사람이 몰려 서로 부대껴도 웃는 얼굴이었다. 도심을 행진할 때에도 지치지 않고 노래하고 춤추고 환호성을 질렀다.

오세훈의 불허로 올해 서울 퀴어퍼레이드는 2015년 이후 처음 서울광장을 벗어나 을지로 일대에서 열렸다. 서울시는 퀴어퍼레이드를 방해할 목적으로 광장 사용을 신청했을 게 뻔한 기독교 단체에 서울광장을 내줬다. 하지만 당일 2시쯤 서울광장에서 열린 기독교 단체의 행사는 무대만 클 뿐, 겨우 수십 명이 모여 매우 썰렁한 분위기였다.

퀴어퍼레이드에서는 오세훈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았다. 더불어 ‘그럼에도 우리가 퀴어퍼레이드를 지켜냈다’ 하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7월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 퀴어퍼레이드. 폭염의 날씨에도 수만 명이 모였다 ⓒ조승진

사회자는 무대에서 서울광장 사용 불허서를 박박 찢는 퍼포먼스를 하며 “서울광장 불허해도 우리는 을지로에서 퀴퍼한다! 너희는 우리를 막을 수 없다! 혐오야 떠나라!” 하고 외쳤고, 사람들이 환호했다.

발언자들도 오세훈을 규탄했다.

2019년 인천 퀴어퍼레이드에서 축복식을 했다는 이유로 소속 교단인 감리회에서 정직 2년 징계를 받고, 얼마 전 또다시 ‘동성애 지지’로 고발돼 재판을 받게 된 이동환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우리가 늘 모이던 서울광장이 아니라 을지로에서 모이게 됐습니다. 기독교 혐오 세력과 오세훈 시장의 합작품입니다. … 그럼에도 우리는 어디서나 길을 찾아냅니다. 여러 방해와 차별과 혐오를 딛고 멋진 축제를 열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서울광장 불허 소식을 듣고 5월 12일 신촌에서 항의 시위·행진을 벌인 대학생도 발언했다.

“대학가 무지개 행진은 서울광장 사용 불허 소식에 절망하던 동료들과 뭐라도 해 보자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청년과 시민의 이름으로 우리의 존재가 지워지는 상황에서, 청년이자 시민인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고, 우리와 함께 성장한 서울 퀴어문화축제를 지켜 내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정혜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염형국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국장 등도 무대에 올라 오세훈을 비판하고 참가자들에게 연대를 표했다.

‘홍준표·오세훈 등의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 퀴어퍼레이드 지지하자’를 1면으로 한 〈노동자 연대〉 465호가 인기가 있었다.

7월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 퀴어퍼레이드. 폭염의 날씨에도 수만 명이 모였다 ⓒ조승진

올해는 58개의 부스가 운영됐다. 특히 대학생·청소년들이 운영하는 부스가 많고 눈에 띄었다. 대학 성소수자 모임이 운영하는 여러 부스에서 그간 자신의 활동이나 동아리 회원들이 쓴 글을 모은 책자를 판매·반포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 대학에서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는 듯했다.

혼인 평등(동성혼) 문제를 제기한 부스도 여럿 있었고, 행진에서도 혼인 평등을 요구하는 팻말을 꽤 볼 수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퀴어퍼레이드에서 차량과 부스를 운영한 다국적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도 있었다. ‘더 나은 의약품 생산체제를 위한 시민사회연대’, ‘한국 청소년·청년 감염인 커뮤니티 알’ 등은 행사장 안과 행진에서 특허 독점으로 HIV/에이즈 약값을 높게 책정한 길리어드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들었다.

행진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조승진

한편, 보수 기독교 단체들도 퀴어퍼레이드에 반대해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극성맞은 소수는 을지로 일대와 행진 코스 길목까지 와서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을 향해 동성애 혐오 구호를 외쳤지만 참가자들은 되받아쳤다. “동성애는 죄악이다” 하면 “동성애는 사랑이다” 하고 맞받아치고, “동성애 기독교 회개하라” 하면 오히려 그들을 향해 “회개하라, 회개하라” 하고 유쾌하게 외쳤다.

4시 30분 을지로에서 출발한 행진 대열은 도심 일대를 돌고 다시 돌아왔다. 행진 대열은 해방감으로 가득했다. 선두가 종로3가에 다다랐을 때 후미가 서울광장 옆을 빠져나갈 정도로 길게 이어진 무지개 대열이 장관을 이뤘다.

7월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 퀴어퍼레이드. 폭염의 날씨에도 수만 명이 모였다 ⓒ조승진
7월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 퀴어퍼레이드에서 <노동자 연대> 신문을 판매하고 있다 ⓒ조승진
7월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 퀴어퍼레이드. 폭염의 날씨에도 수만 명이 모였다 ⓒ조승진
7월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 퀴어퍼레이드. 폭염의 날씨에도 수만 명이 모였다 ⓒ조승진
7월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 퀴어퍼레이드. 폭염의 날씨에도 수만 명이 모였다 ⓒ조승진
7월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 퀴어퍼레이드. 폭염의 날씨에도 수만 명이 모였다 ⓒ조승진
7월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 퀴어퍼레이드. 폭염의 날씨에도 수만 명이 모였다 ⓒ조승진
7월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 퀴어퍼레이드. 폭염의 날씨에도 수만 명이 모였다 ⓒ조승진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에 참가했던 한 사람이 행진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금세 제지당했고 행진은 계속됐다 ⓒ조승진
행진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조승진
행진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조승진
행진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조승진
행진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조승진
행진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조승진
행진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조승진
행진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조승진
행진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조승진
행진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조승진
행진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