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와 한국경제》 정성진│책갈피


한국에서 몇 안 되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중의 한 명인 정성진 교수가 한국 자본주의에 관한 최근의 논문들을 묶어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한국 자본주의 발전에서 나타난 특징들, 고도 축적과 그 결과로 나타난 위기 등에 대해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관점을 바탕으로 엄밀한 분석을 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한국 자본주의가 IMF 위기를 초래한 이유로 거론되는 다양한 주장들을 논박하고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의 유효성을 강조할 뿐 아니라 사회 변혁의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제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진보진영에서는 금융화 테제, 즉 1997년의 위기는 자본 축적의 근본 모순이 아니라 금융 자유화 때문이고 한국 경제의 성격이 ‘금융 주도의 축적 체제’로 바뀌었다는 주장이 횡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실증적 자료를 통해 반박할 뿐 아니라 나쁜 자본주의(금융자본)에 대항해 좋은 자본주의(산업자본)를 지지하는 것이 그 주장의 정치적 함의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하나의 예는 세계화와 관련된 것이다. 안토니오 네그리의 《제국》이 출판되면서 마르크스주의의 세계 자본주의 분석과 제국주의론이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으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나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갈등과 긴장의 심화 등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론에 기댈 필요가 있다. 정 교수는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론의 합리적 핵심은 … 자본주의 세계시장에서 국민국가를 매개로 한 정치군사적·지정학적 경쟁적 투쟁에 관한 설명”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레닌과 부하린으로 대표되는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론의 통찰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한다.

토니 클리프의 《소련 국가자본주의》의 번역자이기도 한 그가 이 책에서 보여 준 통찰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1989∼91년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가 ‘자본주의 이외의 대안 부재론’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탈린주의의 최종적 청산과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부활의 계기”라고 주장한다.

이 책의 중간에 도표와 수치들 그리고 가끔은 수식들이 나와 이런 것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이 책이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전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과 위기의 동학을 제시하고, 다양한 공황 이론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 약점을 지적하며, 신자유주의 비판을 반자본주의 운동과 연결시키려는 이 책의 내용이 그런 곤란을 충분히 보상할 것이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보이는 불안정성을 이해하고 이런 객관적 조건을 근거로 반자본주의 운동을 발전시킬 뿐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전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