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더욱 제한하는 방향으로 고용허가제를 개악했다.

고용허가제는 원래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금지한다.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에도 사업장 변경 사유에 해당하는지 입증할 책임이 이주노동자에게 있다. 한국의 법, 제도,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노동자에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설령 사업장 변경 허가를 받더라도 같은 업종 내에서만 가능하다. 열악한 노동조건의 영세 제조업이나 농축산업 등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악안은 거기에 더해, 사업장 변경 시 수도권, 충청권, 전라·제주권 등 일정 권역 내에서만 옮길 수 있도록 한다. 조선업 등 “특별히 인력이 부족한 세부 업종”의 이주노동자는 아예 그 세부 업종 내에서만 옮길 수 있다.

게다가 “태업 등 근로자 책임에 따른 사업장 변경 이력을 구인 사업주에게 제공”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방안을 올해 9월부터 신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에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까지 적용했다가 더 큰 반발을 살 것을 우려한 듯하다.

이민청

정부는 인구 감소와 특정 업종들의 노동력 부족에 대응해 이주노동자 유입을 늘리려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며 이런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들이려는 업종은 노동강도가 너무 세고 임금이 낮고 환경이 열악한 곳들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도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삶의 기회를 얻기 어렵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주노동자도 이를 감내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노동조건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이직하거나 주거 지역을 옮기려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런데 이는 정부가 애초 이주노동자 유입을 확대하는 목적에 어긋난다. 이번 고용허가제 개악은 이를 막으려는 것이다. 또, 정부는 41만 명에 이르는 미등록 이주민을 2027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단속을 강화했다.

이중 삼중의 제약 7월 11일 고용허가제 개악 철회를 요구하는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출처 <노동과세계>

정부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31.5퍼센트가 입국 후 1년 이내에 사업장을 변경한다며 불평한다.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변경을 극도로 제약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들이 그 제약을 뚫으려고 갖은 애를 쓰며 나름의 저항을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정부가 “태업”을 문제 삼는 것이 시사하는 바다.

이주노동자들은 2003년 명동성당 농성 등으로 자신의 문제를 알리고 한국인들의 연대를 이끌어 내는 인상적인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이번 개악에는 통제를 강화해 이주노동자들이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저항에 나서기 더 어렵게 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정부는 이주노동자 통제 강화와 유입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숙련된 이주노동자에게 10년 이상 장기 체류를 허용하는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기숙사 문제가 불거지자, 공공기숙사를 설치하는 지자체에 이주노동자 고용 한도를 늘려 주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통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정부가 원하는 업종과 지역에 이주노동자를 붙잡아 두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유인책을 통해,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장기 체류할 전망이 생기며, 자신이 필요한 곳이 있다고 여기는 이주노동자들이 늘면, 열악한 조건을 계속 감내하며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주노동자도 늘어날 것이다.

하층 노동자들의 조건이 개선돼야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하향 압력도 줄어든다. 따라서 이주노동자 유입 증가로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도모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돌연사·자살까지 낳는 고용허가제

올해 6월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3명이 잇따라 돌연사하고, 1명이 자살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그중 한 명인 바하두르 씨는 익산의 한 석재 업체에서 일했다. 그는 무거운 석재 작업으로 인한 위장염·결장염 등을 호소하며 3월 고용센터에 사업장을 변경해 달라는 진정을 냈으나 거부됐다.

동료들은 사측이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일 안 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고 했다”며(정부가 문제 삼는 “태업”에는 이런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바하두르 씨가 “건강상 문제로 사업장 변경을 여러 번 요구했는데 [사측이] 동의해 주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결국 그는 6월 28일 아침 숙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망한 다른 이주노동자들도 고된 노동으로 평소 주변에 힘들다고 얘기하거나, 사용자가 ‘일을 못 한다, 네팔로 돌려보내겠다’며 압박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이주노동자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사망자 수 비율)은 한국 전체 노동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번 고용허가제 개악으로 사업장 이동이 더 제한되면 이런 비극이 더 많아질 것이다. 또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딜 수도, 사업장을 변경할 수도 없어 차라리 미등록 신분이 되기를 선택하는 이주노동자도 늘어날 것이다.

이번 개악안이 철회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용허가제 자체가 폐지돼야 한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한국에 영구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이주노동자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