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가혹 행위로 허위 진술을 받아냈다는 진실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바 있다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에서 유우성 씨의 동생 유가려 씨에게 협박과 가혹 행위를 가해 거짓 자백을 받아 낸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이 허위 진술을 받아 낼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눈 가리고 아웅도 유분수다.

국정원과 검사들이 유가려 씨를 온갖 방법으로 괴롭혀 허위 진술을 받아 냈다는 진실은 이미 2015년 유우성 씨의 간첩 혐의 무죄를 확정한 대법원 판결과 2019년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 등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시오: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과 오늘날 의미’, 2022년 5월 24일자)

재판부는 유가려 씨가 같은 사실을 여러 번 진술하다 사소한 사실 관계를 번복한 것(가령 폭행당할 때 누구와 같이 있었는지, 자해에 사용하려 한 유리병이 ‘비타500’이었는지 두유였는지 따위)을 이유로 유가려 씨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깎아내렸다.

이런 식으로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의 증언은 신빙성이 있다고 전제하고, 유가려 씨의 증언은 믿기 어렵다는 식으로 판단했다.

재판에는 사건 당시 합동신문센터(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같이 있었던 탈북민 A씨가 증언하기도 했다. A씨는 당시 유가려 씨가 겁에 질려 있고 한쪽 볼이 빨갛게 부은 것을 보고 폭행 피해를 의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를 배격했다. A씨가 2013년 유우성 씨의 재판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3년에는 A씨가 합동신문센터에 있었거나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정원의 압박과 감시를 매우 크게 받고 있었을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점들을 외면했다.

이처럼 재판부는 명백하게 유가려 씨의 진술에만 불리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국정원 직원들을 기소한 검찰 측도 유가려 씨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2019년 검찰과거사위 조사 결과를 제시하지 않는 등 범죄 입증에 열의가 없었다.

사실, 이번 재판의 담당 검사(서울중앙지검 정진웅)는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의 실질적 책임자였던 공안검사 이시원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한 책임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다.

이시원은 정진웅 덕분에 죗값을 치르기는커녕 도리어 윤석열 대통령실의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막강한 지위로 영전했다.

선고 이후 유우성 씨는 이미 수많은 기사와 판결로 국정원 안에서의 가혹 행위가 밝혀졌는데도 재판부가 “사소한 말장난을 갖고 무죄를 줬다”며 “간첩이 조작됐지만 가해자는 처벌을 안 받는” 현실에 분노를 표했다.

정권에 필요하다면 간첩 조작 같은 공작 정도는 괜찮다는 것이 바로 윤석열이 이시원을 공직기강비서관에 앉히면서 준 메시지였다.

윤석열과 법무부는 유가려 씨가 패소한 9일,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원세훈(불법 대선 개입 등으로 감옥살이 중이다)을 8·15 가석방 대상자에 포함시켰다. 원세훈은 온갖 더러운 정치 공작과 민간인 사찰 지시가 드러나 구속됐었다.

그런 공작들을 반복하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정권의 비호 속에서 국정원은 지금도 ‘간첩단’ 몰이에 매진하며 노동운동과 좌파 세력을 공격하는 윤석열 정부의 더러운 손발 구실을 하고 있다.

국정원에 면죄부를 준 법원을 규탄한다. 그리고 어려운 처지임에도 국정원에 맞서 항소를 예고한 유우성, 유가려 씨에게 연대의 목소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