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죄 대응을 강조하면서 8월 4일 경찰청은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다중 밀집 지역에서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간첩단 사건조차 과거와 다르게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을 벌이는데, 영장도 없이 개인의 신체와 짐을 수색하는 일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발표 당일 즉시 시작됐는데, 전국 247곳에서 경찰 1만 2000여 명이 동원됐다. 완전무장한 경찰특공대도 투입됐다.

경찰은 그후 5일간 104명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으로 벌금을 부과하고 314명은 경고조치 후 훈방했다고 밝혔다. 40명은 흉기나 마약 소지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에서 무고한 중학생이 난폭하게 체포된 일도 바로 이런 특별치안활동 강조의 효과다.

8월 10일 취임 1주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경찰청장 윤희근은 남은 1년 임기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흉기 난동과 같은 흉악범죄로부터 국민의 일상을 지키고 불법 집회·시위로부터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겠다.”

더 일상적인 곳에서 더 자주 경찰의 불심검문을 만나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범죄 예방 효과 0.0001퍼센트 흉악범죄 수사에 불심검문이 단서가 된 경우는 극소수다. 8월 8일 강남역을 순찰하는 경찰 ⓒ이미진

불심검문은 경찰이 보기에 의심스런 사람들을 영장 없이 불러 세워 질문, 수색, 임의동행(일시 체포) 등을 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불심검문을 다중 밀집 지역에서 대대적으로 벌이는 것은 사실 일반 대중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다.

계급 차별

경찰관 직무집행법상에는 불심검문 시 경찰의 검색이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개인들이 마약이나 흉악범죄 예방 또는 수사를 명분으로 하는 경찰의 강압적 요구를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대대적인 검문검색 자체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과거 불심검문 때 좌파 서적이나 생리대 등이 든 가방을 열어 주며 식은땀을 흘리거나 모욕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불심검문 대상이 경찰이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람이라는 데에는 경찰의 편견이 크게 작용한다. 경찰은 불평등한 기존 사회의 질서를 수호하는 기관이므로, 경찰의 편견이란 계급·인종 등에 대한 보수적 편견이 크게 작용한다.

한때 범죄자 수배 전단에 범죄자 인상착의를 “노동자풍”으로 묘사한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계급 차별의 전형적인 사례다. 검문검색 장소는 보통, 부유층보다 평범한 대중이 많이 가는 곳일 텐데, 부유층이 오는 곳에서는 평범한 행색을 한 사람이 검문 대상이 될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부터 2000년대 초까지 불심검문이 만연하던 시절에는 ‘운동권’ 같아 보이는 청년들이 흔한 불심검문 대상이었다. 그런데 운동권 같아 보인다는 게 뭘까? 역이나 터미널 등에서 심지어 〈한겨레 신문〉을 들고 있어도 검문 대상이 됐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에서 경찰의 불심검문 대상은 주로 무슬림이나 아프리카·남아시아계 인종들에게 편향돼 있다. 그 나라들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은 그런 집단의 청년들을 낙인 찍는 수단이다.

그러니 불심검문에 걸린 소수 인종 청년들이 격하게 반발하거나 또는 도망가려 하고, 경찰은 그것을 빌미로 총격 등 폭력을 사용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패턴이 만연하다.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프랑스의 알제리계 청소년 나헬 등이 모두 불심검문 중에 살해당했다.

좀 불편하더라도 범죄 예방과 안전을 위해 감수해야 할 불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불심검문은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공개한 《2022년 범죄 분석 자료》를 보면, 불심검문이 범죄 수사의 단서 구실을 한 비중은 전체 범죄 중 3.9퍼센트를 차지한다. 검거 단서가 된 것은 4.1퍼센트이다. 이것도 적은 게 아닌 듯 보일 수 있지만, 이 중 90퍼센트 이상이 도로교통법 위반 등 자동차 관련 사건이다. 주로 음주운전 단속인 것이다.

흉악범죄 수사나 검거에서 불심검문이 단서가 된 사례는 0.0001퍼센트도 안 된다.

일어난 범죄의 검거에도 도움이 안 되는 불심검문이 일어나지도 않은 범죄를 어떻게 막는다는 말인가.

불심검문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우리의 일상 생활에 경찰이 더 깊숙이 들어온다는 뜻이고(이것이 권위주의의 의미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감시와 사찰이 더 늘고 경찰이 노동계급 등 서민층을 더욱 옥죈다는 뜻이다.